국내 단2명 희귀병 앓는 형준이

2006. 3.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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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아이는 예고 없이 입과 항문으로 피를 토해낸다. 통증에 몸부림치는 아들을 들쳐 안고 응급실로 뛰는 부모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번지 판자촌에 사는 형준(4)이는 '간 문정맥 혈관기형'이란, 우리나라에서 딱 두 명만 갖고 있는 병에 시달리고 있다. 자식에게 가난이란 천형(天刑)을 물려준 것도 모자라 몹쓸 병까지 달고 태어나게 만든 부모는 아이를 볼 때마다 눈가가 붉어진다.

형준이의 악몽은 2002년 12월 시작됐다. 태어난 지 다섯달 만에 폐렴에 걸렸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심장판막증에 더해 간 문정맥 혈관기형을 앓고 있다고 했다. 간 문정맥 혈관기형이란 간으로 들어가야 하는 정맥이 기형으로 생겨 비켜 나오는 바람에 모세혈관이 혈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주 터지면서 피를 토하는 병이다. 전 세계에 환자가 수십명에 불과하고 국내에는 형준이를 포함해 단 두 명의 환자만이 알려져 있다. 이 병을 다룰 줄 아는 의사도 국내에 세 명밖에 없다.

입에서 피 토하고 성장도 느려

이듬해 여름 어느날 형준이는 자다가 흥건하게 피똥을 쌌다. 걱정했던 신체이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해 13차례,2004년 10차례, 지난해 3차례 피똥을 쏟았다. 그때마다 병원에 입원해 핏줄을 잇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핏줄이 언제 터질지 몰라 외출도 마음대로 못한다. 친구가 없어 외톨이 신세인 것도 그렇지만 또래보다 성장이 느려 간단한 말을 빼곤 의사표현도 잘 못한다.

포이동 266번지는 정부가 1980년대초 부랑자와 전쟁고아, 폐지수집상 등을 이주시키면서 인위적으로 조성한 빈민촌이다. 형준이 아버지 박종묵(42)씨는 7평 가량 되는 방 2칸짜리 판잣집을 짓고 이곳에 10여년째 살고 있다. 과일장사로 한달에 겨우 60만원 정도 벌어 입에 풀칠을 하는 형편이다. 다행히 형준이는 2004년 2월 치료비 지원 혜택이 비교적 큰 '1종 의료보호'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진찰비나 약 구입비 정도만 지원될 뿐 치료에 필수적인 지혈주사, 혈관 투시조영, 자기공명단층촬영(MRI)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는 전혀 혜택이 없다.

치료비 없어 지혈주사 엄두도 못내

형준이는 평생 매일 두차례씩 약을 먹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지혈주사도 맞아야 한다. 완치가 불가능해 성장과 함께 핏줄이 굵어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형준이네는 치료비를 마련할 형편이 못된다. 박씨는 형준이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여기저기에서 돈을 융통하다 2004년 초 신용불량자가 됐다. 박씨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과일장사를 위해 14년 전 마련한 1t 트럭이 재산으로 등록돼 있는데다 부부가 젊다는 이유로 대상자가 안된다는 답만 돌아오고 있다. 박씨는 "안 된다는데 떼만 쓸 수도 없는 형편이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스스로 자꾸만 지쳐가는 것만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형준이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767401-01-167369(예금주 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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