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걸,왜 '무인 곽원갑' 끝으로 무술영화 그만두나

2006. 2. 27. 08: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양혜진 기자]

영화 '무인 곽원갑'의 주연을 맡은 아시아의 무술 스타 이연걸과 우인태 감독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호텔의 한 방에서 진행됐으며 이연걸과 우 감독은 시종 유쾌하고 진지한 태도로 질문에 답했다. 이연걸은 아이처럼 소파에 다리를 올리고 앉아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을 맞았다.

그의 마지막 무술영화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무인 곽원갑'. 이연걸은 "이 영화로 무술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이연걸 하면 무술의 달인' 이라고 자동적으로 연상이 돼 버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무술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연걸의 호쾌한 액션을 좋아했던 그의 팬들에겐 서운하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연걸은 이미 예전부터 이런 결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작 '영웅'(감독 장이모)과 2005년작 '더 독'(감독 루이스 레테리어), 그리고 이번 영화 '무인 곽원갑'을 비교하며 이연걸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연걸의 말에 따르면 영화 '영웅'에서는 한 개인이 희생함으로써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정신을 보여줬고, '더 독'에서는 무술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마음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한 마리 개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무인 곽원갑'에서는 무술실력이 높았던 사람이 여러 고난을 겪으며 비로소 사람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즉, 이 세 작품을 통해 이연걸은 '무술이란 무엇인가', '무술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의 정신과 철학을 관객들에게 전했다는 것. 결국 영화 '무인 곽원갑'은 무술의 정신과 철학을 전하고자 만들었던 영화 3편중 마지막 총괄편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술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영화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터져나왔다. 이연걸은 희미한 미소를 띠고 "이제 철저한 연기자의 신분으로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어떤 영화를 하고 싶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는 편안하게 미소지으며 무릎에 놓인 염주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무술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서운해 할 팬들은 어떻게 할까. 이를 배려한 듯 이연걸은 "아쉽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연걸 자신이 생각하는 무술에 대한 개념과 의지는 너무나도 확고해 보였다. 그가 생각하는 무술이란 손발을 잘 움직이는 기술이나 기교가 아닌, 심리적인 것이라고 했다. 물론 중국인들도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는 '무술은 마음의 터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의 마지막 무술 영화가 '무인 곽원갑'인 것일까. 8세부터 무술을 시작해 많은 무술 영화에 출연하며 이소룡과 성룡의 계보를 잇는 무술의 대가로 인정받은 이연걸에게 있어 '무인 곽원갑'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연걸은 이에 대해 "'무인 곽원갑'을 만드는 것은 나의 오래된 꿈이었다"는 말로 함축했다. 그는 아직 어렸던 8세부터 무술을 연마해 지금까지 체득하고 느낀 메시지나 느낌을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곽원갑 역시 그와 같이 8세에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곽원갑은 현재 43세인 그보다 한 살 어린 42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이연걸은 자신과 여러 모로 비슷한 곽원갑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무술 연기 일생을 모두 표현했다"고 잘라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무인 곽원갑'에서 오만한 젊은 무술인이 좌절하고 깨달음을 얻어 진정한 무술인이 되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 "여러가지 연기가 필요했는데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우 감독의 말처럼 그는 영화 속에서는 철저하게 '무인 곽원갑'이 됐다.

인터뷰 내내 이연걸은 "영화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영화 '무인 곽원갑'을 통해 자신이 무술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사실 역시 강조하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아쉽지만 영화 '무인 곽원갑'이 그의 마지막 무술 영화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가 전달하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 '무인 곽원갑'은 오는 3월9일 개봉한다.

양혜진 naxnax@newsen.co.kr

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kr)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kr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