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할머니 논란' 충남대 거짓 공고까지

2006. 2. 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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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속보= 충남대가 국제문화회관 이름을 바꾸면서 김밥 할머니를 상징하는 '정심화' 이름을 의도적으로 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8일 제기됐다.

충남대는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cnu.ac.kr) 공지사항 일반소식란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 변경 안내' 공고를 내어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명칭 변경 검토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1월 15일부터 보름 동안 명칭 공모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명칭 공모에 앞서 이 대학 구조개혁위원회는 11월 10일 학무회의에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옆에 국제교류원과 언어교육원이 지어져 국제적인 교육문화단지 여건을 갖춤에 따라 국제적인 의미를 함축하는 새로운 명칭 부여가 필요하다'며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보고했다.

구조개혁위는 이어 지난달 16일 '정심화'를 뗀 명칭 변경안을 학무회의에 보고했다. 구조개혁위는 부·처장 등 26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위는 이 학교 구조개혁추진단이 지난해 5월 보령 임해수련원에서 열린 1차 교직원 워크숍에서 처음으로 제안한 뒤 꾸려진 것으로 확인돼 '정심화국제문화회관' 명칭 변경 여론조사가 2달여 앞서 시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3월 현 양현수 총장이 취임했다.

이 대학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서 이 공고를 삭제했다. 학교 관계자는 "언제부터 명칭 변경 요구가 있었고 여론 조사가 진행됐는지 잘 몰라 지난해 3월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공고한 것"이라며 "명칭 변경을 놓고 불필요한 추측성 논란이 잇따라 조용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최진혁 정책홍보실장은 "처장급 간부회의를 열어 명칭 변경이 학교 발전을 저해하는 것인지 논의해 총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는 3일째 이 대학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과 '김밥 팔아 50억 기증한 할머니의 뜻을 지키자'는 서명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학 학생 100여명은 이날 오후 5시 대학본부 앞에서 '정심화국제문화회관 개명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총장님 부끄럽습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등 구호를 외친 뒤 대학본부에 배은망덕상을 수여했다. 학생들은 학교 쪽이 개명을 철회할 때까지 매일 오후 5시 대학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양고은(24·법대4)씨는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이 주로 대중 공연장 등으로 임대돼 정심화 할머니의 뜻과 어긋나게 사용되는 것도 못마땅했는데 학교가 '정심화'이름마저 떼는 잘못을 저질러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학교는 그동안 학생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최근 학무회의에서 장기적인 학교 발전 계획과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심화국제문화회관 이름을 국제문화회관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해 재학생·동문들과 누리꾼들로부터 '은혜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심화는 지난 1990년 이 대학에 50억원대 재산을 기부한 고 이복순 여사의 법명으로, 기부한 재산은 이 여사가 39살에 남편을 여의고 김밥을 팔아 자녀를 키우며 모은 것이다. 이 여사는 1992년 별세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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