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사용, 마음도 아름다워진다

2006. 2. 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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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척사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본다. 시대는 변했지만 도심에서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이웃끼리 민속놀이를 즐긴다니 상상만 해도 정겨움이 넘친다.

'척사 대회'보다 시대와 언어 변화에 맞게 '윷놀이'라고 써야

그러나 꼭'척사대회'라고 표기하는데, 이제는 제발'윷놀이'라고 쉽게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문 공부를 한 어른들은 '척사대회'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표현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대회를 주최하는 측이 '경로당'(첨부된 사진 속의 현수막은 이도 '경노당'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다)인 것을 보고 '척사대회'는 노인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쓸데없는 한자 사용은 세대간의 의사소통을 막고 마음의 벽까지 굳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말은 많은 단어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 어쩔 수 없을 때는 한자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척사대회'는 이제 사용하지 말아야 할 한자어이다. 오히려 '윷놀이'라고 하면 뜻도 명확하고, 정감 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한자를 빌려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안전 표지판이나 기타 수칙을 만들 때 '촉수엄금(觸手嚴禁), 입수금지(入水禁止)' 등 어려운 한자어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소방방재청에서 '촉수엄금'은 '손대지 마십시오', '입수금지'는 '물에 들어가지 마십시오'라고 쉽게 고친다고 한다. 좀 늦은 것 같지만, 이제라도 쉬운 우리말로 고친다니 다행이다.

한자어를 우리말로 고쳐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래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는 것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공연장은 입장료가 자리에 따라 다르다. 즉 'VIP석, R석, S석, A석, B석'이 있다.

그런데 이 자리의 이름을 '으뜸 자리, 좋은 자리, 편한 자리, 고른 자리, 가장 자리'라고 표현하는 극장을 보았다.

앞에서 알파벳으로 표현한 자리 이름은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R석'과 'S석'의 차이도 헷갈릴 때가 많다. 또 'A석'이 왜 나쁜 것인지 지금도 모르고 있다. 그러나 뒤의 우리말 자리 이름은 듣는 순간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오고 정겨운 느낌이 인다.

국립국어원은 이렇게 분별없이 쓰이는 외래어나 외국어를 걸러 내고 그 대신 우리말을 더 다듬어서 가꾸기 위하여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외래어나 외국어를 대신할 우리말을 누구나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고, 투표를 통해 순화어를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널리 쓰고 있는 '누리꾼'(네티즌), '참살이(웰빙), 아자(파이팅), 안전문(스크린도어), 다걸기(올인)'도 모두 이 사이트에서 만든 말이다. 또 아직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쪽지창(메신저), 길도우미(내비게이션), 붙임쪽지(포스트잇), 그림말(이모티콘)' 등도 잘 다듬어진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열심히 사용한다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되는 것이다.

우리말 사용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최근 부산지방검찰청이 실시하는 '쉽고 친절한 결정문' 쓰기 운동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부산지검은 이를 위해 법률용어와 전문용어에 별도로 각주를 달아 풀어쓰고, 근거가 되는 규칙도 보충 설명을 한다고 한다.

또 긴 문장을 여러 개의 단문으로 끊어 간결하게 작성한다는 세부 지침도 마련했다고 한다. 사실 검찰뿐만 아니라 법원이 작성하는 결정문은 일반 국민이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 기회에 한자어 표현이 많은 법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는 늘 국민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말하고 있는데, 쉬운 우리말 표현의 법원 서비스도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

우리말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얼이 담겨 있다. 우리 나라 말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것과 같다.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 데도, '오물 투기(汚物投棄), 고도 제한(高度制限), 승강장(昇降場)' 등의 한자어를 사용하거나 '로드맵, 어젠다, 허브' 등의 외래어를 쓰려는 경향은 사대주의 사상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대 심리는 언어 표현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문화를 배척하고 외국 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숭배로 이어져 마침내는 우리의 정신까지 빼앗기게 된다.

우리말을 가꾸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어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의식이다. 실제 언어생활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는데 앞장서야 하고, 상품 이름이나 상호를 결정할 일이 있을 때도 우리말을 잘 살려 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적인 지위에 있거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우리말 사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국정넷포터 윤재열(http://tyoonkr.kll.co.kr)

<윤재열님은> 현재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며,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느끼는 단상을 글쓰기의 소재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언어생활을 성찰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추구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시해설서 '즐거운 시여행'(공저), 수필집 '나의 글밭엔 어린 천사가 숨쉰다', '삶의 향기를 엮는 에세이' 등이 있습니다.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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