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썬데이 서울'

2006. 2. 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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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을 넘어 엽기까지, 허망하다 -

'썬데이 서울(제작 (주)필름놀이 감독 박성훈)'은 황당하고 엽기적이다. 관객의 의도(짐작)를 철저하게 벗어나는 엉뚱함이 무기다. 하지만 그 무기는 뒤통수를 칠만큼 쌈박하지 않고 뭉텅하다. 2월 9일 개봉한다.

생긴 것도 그렇고, 학교에선 왕따까지 당하는 도연(봉태규). 빙도 뜯기고 성희롱도 당하지만 '얼짱퀸카' 지연(고은아)을 보는 것으로 유일한 낙을 삼는다. 그런 그에게 신체적 변화가 생기니,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한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는 연쇄살인범(박성범) 이야기다. 인적을 찾아 외딴 집을 방문한 연쇄살인범은 오히려 자신이 죽였던 여자들 귀신에 홀려 죽음을 당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은둔 고수를 찾은 태풍청년(김수형)과 터프한 무술소녀 영자(이청아)와의 사랑과 갈등이다.

이들 이야기는 전혀 연관성이 없이 각자의 에피소드로 존재한다. 자연 의문 발생과 의아스러움은 필연적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내용전개는 "아니면 말고"식의 가벼움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제목에서 떠올리게 하는 엉뚱한 설정들이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내 한계를 드러낸 채 느즈러진다. 그나마 상당부분 B급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 엽기적이며 실험적인 경향이 짙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면 너무 가혹한가?

'썬데이 서울'의 장르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코미디, 액션, 로맨스, 공포가 혼재된 장르는 가판대의 '선데이 서울' 한 권을 통째로 펼쳐놓은 듯 하다. 좋은 쪽으로 보면 장르간 합종연횡 또는 변종 장르들이 기세를 올리는 요즘 상업영화의 특성을 살렸다고 할 수 있지만 나쁜 쪽으로 보면 무엇 하나 딱 부러지게 건질 게 없는 구성이기도 하다.

영화는 시종 엉뚱하고 괴상한 부조리 상황의 연속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제쳐두고라도 극 흐름을 이해하려고 할수록 더 황당하고 산만하다. 종잡을 수 없는 내용 전개는 불분명한 시공간과 더불어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픽션을 대입하는 것이 오히려 편안하다.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가 70~80년대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오감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을지는 몰라도,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박자를 따라가기엔 호흡이 너무 주춤거린다. 요즘의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그 시대의 키워드를 능가하고 있음에도 그 때의 유머 코드를 써 먹으려고 한 것이 부담스럽다. 러닝타임 95분.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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