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와일드 하모니 & 한국의 힘

2006. 1. 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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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하모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불행 부메랑'

'와일드 하모니'라는 책의 제목처럼 저자는 한없이 이어지는 알래스카와 북극의 눈밭에서 눈신토끼나 순록, 늑대 등이 어떻게 살아가고 조화롭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직접 살펴보고 동물의 입장에서 세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거기에 인간이 끼어들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직격탄을 날린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조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사냥용으로 뿌린 독약에 순록이 죽는다. 그 순록을 늑대와 갈까마귀, 울버린이 먹고 죽는다. 지나가던 여우는 죽어버린 갈까마귀를 먹고 죽는다. 독약 하나가 사방에 죽음을 몰고 왔다.

이는 동물의 먹이사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에서 한 사냥꾼은 순록을 한 마리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순록의 가죽을 벗기고 손질을 했다. 흉강에서 심장과 폐를 꺼낸 뒤 칼로 폐 하나를 꺼냈다. 칼날이 폐조직을 자를 때 속에 든 야구공만한 낭포를 갈랐다. 맑은 액체가 사냥꾼의 손을 향해 뿜어졌다. 사냥꾼은 액체가 묻은 손으로 폐와 창자를 잘라 개들에게 먹였다.

이 낭포는 에키노코쿠스라는 촌충에 감염돼 생긴 것으로 낭포속 액체에는 언제라도 번식이 가능한 촌충이 가득했다. 사냥꾼은 감염됐다. 결국 기생충이 일으킨 뇌종양 때문에 사냥꾼은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의 개 2마리도 감염됐고, 이 개들은 사냥꾼의 아기까지 감염시켰다. 아기가 개똥이 붙어 있는 개썰매 위에서 기어다니며 놀다가 자신의 엄지를 빨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자연의 조화가 이뤄졌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늑대가 독약을 먹지 않았더라면, 아마 늑대는 순록을 따라 겨울서식지까지 갔을 것이다. 결국 기생충에 감염된 순록은 늑대에게 잡아 먹혔을 것이다. 실제로 늑대사냥을 계속해 결과적으로 수년 동안 보호된 순록집단과 한 해만 보호된 순록의 집단을 비교해본 결과 전자에 절뚝거리거나 병든 개체의 비율이 약 2배나 많았다고 한다. 늑대 등의 맹수가 먹어치우는 순록은 도태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살아남으면 유전적으로나 진화적으로 후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은 자명하다. 결국 사냥을 위해 뿌려놓은 독약이 자연의 조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인간에게 돌아온 셈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동물학자 윌리엄 프루이트가 북극과 알래스카의 광대한 자연을 직접 탐사보고한 책이다. 동물학자의 시선으로 보았기 때문에 동물의 행동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눈신토끼가 태어나자마자 서로 껴안는 것은 형제애나 온기 때문이 아니라 극성스러운 모기떼에 노출되는 표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점 ▲순록들이 대규모로 떼를 지어 이주, 결과적으로 굶주린 사냥꾼에게 식량과 피복 등을 제공하는 것은 쇠파리 같은 곤충의 공격을 견디다 못해 달아나는 행동이라는 점 ▲밭쥐들이 겨울에 갑자기 눈 위로 튀어나오는 것은 지상의 신기한 세계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눈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견딜 수 없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이 책은 1967년 초판이 나온 이래 미국에서 쇄를 거듭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까지 생태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루이트의 특이한 삶과 인생관이 엿보이는 걸작으로 미국의 '사이언스'지가 '최고의 실천생태학 책'이라고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이 아름답다거나 신비롭다거나 장엄하다는 말 한마디로 감상을 표현하고 넘어가는 태도가 얼마나 무심한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정재용 기자 jjy@kyunghyang.com>

한국의 힘

우리도 몰랐던 세계적 경쟁력우리나라는 국토가 비좁고 천연자원이 부족하며 일제 식민지에 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까지 치렀다. 그렇지만 가난과 핍박, 굶주림에 시달렸던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며 경제규모면에서 당당히 세계 12위를 자랑한다. 식민지였다가 OECD에 가입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또한 반도체, 휴대전화, LCD, 조선업 등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를 외국인들은 놀라워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저력을 두려워한다.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폐허인 상태에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정작 우리의 힘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이 책은 지난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경향신문이 특별연중기획으로 다루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을 엮은 것이다. 취재기간 1년에다 명망 있는 외부필진 30여 명에 100여 명의 인터뷰와 사례조사를 토대로 쓴 글들이어서 큰 신뢰가 간다.

책은 '뒤집어보는 한국의 힘', '알고 보면 이것도 경쟁력', '세계로 미래로, 한국의 힘', '한국이 만든 세계 최고', 이렇게 4부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호기심이 강하다.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과 '얼리 어답터'가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호기심은 첨단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비비고 섞고 함께 끓여내는 '용광로 문화'는 상상 밖의 '새것'을 창조해내는 밑거름이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보여준 붉은 물결은 우리나라 국민이 모래알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나라의 신명나는 놀이문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밖에 책에서 밝혀내는 우리나라의 힘은 반도체, 휴대전화, 에어컨, 온라인 게임 등 세계 일류 제품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뿐만이 아니다. 조선업과 자동차업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나라로 자리매김돼 있다.

우리나라의 힘을 조목조목 캐내고 그것을 입증해 보이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힘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특별보고서'인 셈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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