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식물] 곤충 ⑧장수하늘소

2006. 1. 4. 14: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우리나라 최대 곤충… 광릉숲에서만 명맥 유지

장수하늘소는 어른벌레의 몸길이가 최대 15cm나 될 정도로 커서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곤충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새만한 덩치로 날 때는 '타타타탁'하며 날개를 부딪쳐 소리를 내니 상상만 해도 경이감이 든다. 그래서 장수하늘소란 이름은 특정한 종을 지칭하는 동시에 곤충 중의 우두머리 또는 대표를 상징한다.

장수하늘소는 생물지리적 연구에서 귀중한 자료이다. 동북아시아에는 장수하늘소 한 종만이 살지만, 이들의 친척들은 모두 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근연 종들이 갈라져 있는 셈이다. 이는 지구의 역사에서 두 대륙이 서로 붙어 있던 시절이 있었고, 그 때에 동북아에 남은 집단이 바로 우리의 장수하늘소라는 걸 말해준다. 따라서 두 대륙의 연결성을 증명해 주는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곤충인 셈이다.

여름만 되면 곤충을 연구하는 곳은 어디나 전화벨이 자주 울린다. 곳곳에서 장수하늘소를 보았거나 잡았다고 주장한다. 대개는 좋은 뜻에서 하지만, 일부는 장수하늘소가 귀하다고 하니 몰래 팔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전화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잡은 하늘소는 장수하늘소가 아니다. 그저 밤나무에 사는 하늘소나 버드나무하늘소 정도를 잡고 장수하늘소라고 하는 것이다. 장수하늘소에 대한 형태적 개념이 없는 반면에 웬만한 크기면 장수하늘소일 것으로 지레짐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반인들이 곤충에 관심을 가져준다는데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장수하늘소는 중부지방의 저지대 산림에서 살아왔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경기도 광릉숲에서만 명맥을 겨우 유지한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그들의 생존 사실이 드문드문 알려진다는 점이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광릉숲은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거기다가 주변에는 많은 위락시설이나 식당들, 그리고 교통량 등은 이들의 유일한 삶터를 조이고 있다. 특히, 장수하늘소는 야행성으로 밤에는 불빛에 이끌린다. 광릉주변의 식당이나 위락시설에서 내는 강한 불빛이 이들을 삶터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 도로에 깔려 죽게도 한다.

장수하늘소의 애벌레는 서어나무를 비롯한 몇몇 활엽수의 나무 속을 파먹고 산다. 대개는 가지가 굵고 늙은 나무가 이들의 삶터이다. 반면에, 어른벌레는 신갈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상처 난 부위에서 나오는 달착지근하고 시큼한 수액을 좋아한다. 따라서 서어나무림뿐 아니라 주변의 활엽수림이 크고 조직화된 환경을 형성해야 한다. 그만큼의 숲의 질이 좋아야 한다.

곤충의 상징으로 장수하늘소를 살리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좀더 체계적인 연구와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살고 있는 삶터의 식생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먹이나무로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장수하늘소 자체의 생태연구를 서둘러 이들의 정확한 일생이 얼마나 걸리고, 그 기간 동안에 어느 정도 양의 먹이나무가 있어야하는지를 분석해 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숲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의 곤충사육기술로 산림병해충 방제방법 개발을 위한 실험용으로 솔수염하늘소와 울도하늘소 등의 집단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장수하늘소의 생태연구와 더불어 조심스럽게 이들의 사육연구에도 접근해 볼 단계다. 박해철 농업과학기술원 연구사 culent@chol.com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