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살던 '두 농민'.. 다시 흙으로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2006. 1. 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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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31일 고 전용철·홍덕표씨 영결식 … "사람은 못 살려도 쌀은 살리자"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한 평생을 흙과 함께 한 두 농민이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경찰 폭력에 숨진 고 전용철(46·충남 보령)·홍덕표(68·전북 김제) 농민의 영결식과 노제가 구랍 31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렸다.

▲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유가족들이 구랍 31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고 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두 고인의 범국민장을 엄수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던 희망의 생명줄은 거대한 국가공권력이 내리찍은 흉기에 잘려나가고 동지들은 이렇게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있다"며 "이땅의 양심과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 농민이 단결해 고인과 농업을 살려내자"고 말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고 전용철 농민의 친형 용식씨가 영결식에서 공권력의 폭력에 가족을 잃은 비통한 심경을 전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억울한 마음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서울로 올라와 외쳤건만 돌아온 것은 그렇게 믿었던 공권력의 폭력뿐"이라며 "당신들의 빈자리는 너무 크지만 남아있는 동지들이 소박한 꿈과 희망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는 "이제 여의도에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고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남은 일일랑 살아남은 동지들에게 맡겨두고 정용품 오추옥 동지가 기다리는 하늘나라로 편히 가시라"고 고인들을 추모했다.

▲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영결식을 마친 상여 행렬이 노제를 지내기 위해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고 전용철 농민의 친형 용식(50)씨는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사람은 죽으면 못 살리지만 여러분이 짓는 쌀 농사는 살릴 수 있다"며 "정부는 백성의 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식씨는 "국민 여러분이 짐승의 소리가 아닌 사람의 소리를 내주시라"며 "지금까지 용철이를 위해 38일을 함께 한 여러분과 국민들께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고 홍덕표 농민의 큰아들 성기(38)씨는 "큰아들로 무엇인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공부하라'는 말씀을 듣지 않아 아버지 영전에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제 아버지는 평생 삽과 괭이, 낫, 지게와 함께 살아오신 분이다. (경찰 폭력에 다쳐 입원한) 원광대병원에서 24시간 내내 주물러드리지 않으면 못 주무실정도로 아프셨는데 이제 아파하지 마시길 바란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고 홍덕표 농민의 운구 행렬은 광화문 영결식 직후 전북 김제 장지로 떠났고, 고 전용철 농민은 고인이 한달 보름 전 분루를 삼킨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향했다. 국민장 참가자들은 오후 2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노제를 열어 고인의 넋을 기렸다.

▲ 고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경찰의 무차별적 폭력에 쓰러져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추모굿이 떠나가는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경찰 총수라는 사람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며 사퇴할 사안이 아니라는 망언을 했는데, 이제 그 망언도 용서하시고 평안히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고인은 전북여성농민노래패 '청보리사랑'의 추모곡과 추모시, 추모굿을 끝으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으로 향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고 전용철씨와 홍덕표씨는 2005년 11월15일 여의도 농민대회 도중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전씨는 11월24일, 홍씨는 12월18일 숨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건발생 42일 만인 12월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쇠파이프를 마구 휘두르는 폭력시위가 없었다면 불행한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중앙·동아·세계·문화일보 등도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퇴를 못마땅해 하면서 폭력시위가 사태의 본질이라며 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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