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의 힘' 심사역, 누가 스타?
<아이뉴스24>
벤처캐피털(VC)의 역량은 무엇보다 투자할 벤처기업을 분별하는 심사역들의 능력에 좌우된다.
업계 전체적으로 우수한 심사역들이 많이 발굴돼 외부에 알려졌을 때, 전문성 및 신뢰성에 있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각종 제도개선과 대규모 출자자 유치, 그리고 부실 투자조합의 대거 만기도래에 따른 구조조정 등 격변기를 맞았던 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뛰어난 분별력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한 심사역들을 만나본다.
◆MVP창투 송은강 이사 1천% 이상 '대박' 실현
올 최고 수준의 이익을 창출한 심사역으로 단연 MVP창업투자의 송은강 이사가 거론된다.
송 이사는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노와이어리스에 13억원을 투자하는데 주도적으로 나서, 회사에 1천200~1천300%의 수익률에 이르는 '대박'을 만들어 냈다.
이를 바탕으로 MVP창투는 창사 이래 올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 이사는 서울대 계산통계학 학사, 카이스트 전산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캠브리지삼성파트너스에서 3년여에 걸쳐 투자심사역으로 일했다. 이어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멀티미디어 시스템 등의 개발에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지난 2000년 MVP창투 설립 당시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 업체인 KTB네트워크에서는 김창규 팀장을 비롯해 안상준, 홍승억 심사역으로 구성된 벤처투자1팀이 우수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들은 올 한 해에만 SNU프리시젼, 하나마이크론, 엘오티베큠 등 5개사의 기업공개(IPO)를 이끌어냈다. 특히 SNU프리시젼에 16억5천만원을 투입해 26일 현재 평가이익을 합쳐 2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실현하며 '대박' 행렬에 동참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및 연세대학원을 나온 김 팀장은 과거에도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시공테크, 기산텔레콤, 제이엠아이(옛 정문정보) 등을 상장시키며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옛 동원창투) 투자1본부의 김종필 팀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을 발휘했다. 에이블씨앤씨와 우리ETI에 각각 15억원, 20억원을 투자해 214억원, 149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회수하는데 기여한 것.
김 팀장은 내년 3월 피델릭스를 통해 우회상장하는 코아매직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도 적잖은 수익을 안겨줄 전망이다.
KTB네트워크,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등을 거친 김 팀장은 지난 2000년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일하며 잠재력이 높은 벤처기업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KBS기술연구소에서 방송장비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는 네오플럭스의 구자득 부장은 자신만의 장기를 살려 셋톱박스 업체 가온미디어와 온타임텍, EMW안테나 등 3개사를 코스닥 시장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들 업체들은 각각 2~3배의 투자수익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 부장은 향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방송·통신 영역의 벤처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이 분야 투자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기술투자 벤처2팀의 서상목 팀장은 코스닥 상장회사인 지나월드와 투자사인 유진로보틱스를 합병시키며 70~80억원 가량에 이르는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로봇 분야의 벤처기업에 대해 인수합병(M&A)으로 투자수익을 올리는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벤처투자 선진국에 비해 M&A보다 지나치게 IPO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 출신의 서 팀장은 한국기술투자에 6년여에 걸쳐 몸담으며 심사역으로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다.
이밖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인 어셋매니지먼트컴퍼니와 스틱IT투자 출신의 LG벤처투자 박기호 상무, KTB네트워크 및 한국기술진흥(KTAC) 출신 한국투자파트너스의 이종순 상무, 신용보증기금 및 신보창투에서 일한 바 있는 동양창투의 남기승 상무 등은 각사 투자영역을 진두지휘하며 우수한 역량을 발휘,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정성인 사장 등 CEO 심사역도 활약
벤처캐피털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뛰어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심사역들도 눈길을 끈다.
창투사 인터베스트 공동대표 출신의 정성인 프리미어벤처파트너스 사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진적인 형태의 유한회사형(LLC) 벤처캐피털을 설립하는데 성공했다.
LLC형 투자조합은 지난 2002년부터 결성이 추진됐지만, 높은 위험도에 의한 민간 투자자의 출자기피로 설립이 되지 못했었다. 주주가 곧 경영자이자 심사역으로 3~5명의 펀드매니저가 단 하나의 투자조합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게 LLC형 벤처캐피털의 강점이다.
정 사장은 올해 모태펀드에서 200억원, 산업자원부에서 100억원, 산업은행에서 75억원 등을 지원받아 5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하게 됐다.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기벤처 투자에 매진함으로써,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에 LLC형 투자조합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쓴다는 계획이다.
지난 81년 KTB네트워크의 공채 1기로 벤처캐피털 업계에 발을 들인 정 사장은 그간 30여 곳에 이르는 벤처기업을 상장시키며 벤처캐피털리스트 1세대로 귀감을 받아왔다. 올 상반기까지 인터베스트 공동대표를 맡으며 모태펀드와 한국IT펀드(KIF)로부터 각각 60억원, 160억원을 출자 받는데 기여하는 등 회사를 선두권으로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해 창투사로서 유일하게 설립된 보스톤창투의 김현우 사장도 금융전문가 출신의 CEO이자 심사역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2개의 투자조합을 결성한 보스톤창투는 대다수 중·하위권 창투사들의 올해 조합 결성 실적을 올리지 못한 가운데 구조조정에 휘말리고 있음에도 불구, KTF 등 대기업의 출자를 받아 '보스톤영상전문조합', '보스톤3호투자조합' 등 2개 펀드를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 사장은 코스닥 상장회사 출신의 엔젤투자자 구성, 국민들이 참여하는 변형 사모투자펀드(PEF) 결성 등 독특한 벤처캐피털 업계 발전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장기신용은행 및 홍콩 HSBC 은행에서 금융 부문의 전문가로 거듭난 김 사장은 한국창투 공동대표 시절 당시 엠텍비젼에 대한 투자로 10배 이상의 '대박'을 터트리는 등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향후 보스톤창투와 함께 하는 김 사장이 독특한 사고와 투자 전략으로 업계의 발전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VC의 심사역은 독특한 사적 금융 영역에서 비밀스럽게 경쟁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같은 업무 특성상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 행보를 드러내지 않은 우수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다수가 있다.
올해 실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내년 이맘 때 무수히 많은 우수 심사역들이 빛을 발해 일일이 소개하기에 버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을 기대해 본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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