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설날은 1월29일..윤초는 1월1일 09시가 맞다

2005. 12. 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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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 내년 설날, 즉 음력 1월 1일이 양력 1월 30일로 잘못 입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휴대전화도 꼭 체크해보기 바란다. 또한 윤초가 양력 2006년 1월 1일이 아니라 연말인 양력 2005년 12월 31일에 실행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이유도 알아보자.

전통 만세력 이용때는 주의해야

휴대전화의 음력 날짜가 틀린 이유는 일부 잘못된 전통 만세력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전통 만세력이 100%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현재 시각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각이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자, 축, 인, 묘, …, 시각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발행한 만세력을 이용하면 이런 오류는 일어나지 않는다.

설날이 양력 1월 30일로 잘못 나온 만세력(즉 일부 휴대폰)을 사용하면 음력 날짜가 하루씩 밀리게 되므로 주의해야 된다. 예를 들어, 양력 2월 10일은 음력 1월 13일이 옳은데도 불구하고 1월 12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경우 모두 양력 2월 28일이 음력 2월 1일로 일치하게 되면서 이 오류는 사라진다. 사족 하나, 2006년에는 윤7월이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음력 1일을 결정하는 방법

음력 1일은 해, 달, 지구 순서로 배열되는 날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해의 중심과 지구의 중심을 연결하는 직선에 달의 중심이 가장 접근하는 순간을 삭이라고 한다(축이 정확히 일치하면 일식이 일어난다). 이러한 삭 현상이 일어나는 날이 매월 음력 1일이 된다. 즉 새벽인 03시에 삭이 일어나든 초저녁인 19시에 삭이 일어나든 그 날이 음력 1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음력 15일에 뜬 달이 정확히 둥글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보름날 보름달이 둥글지 않다며 한국천문연구원에 항의전화가 오는 일이 몇 년에 한번씩 일어나는데 이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6년의 첫 삭은 우리 시각으로 양력 1월 29일 23시 14분 30초에 일어나기 때문에 음력 1월 1일, 즉 설날은 양력 1월 29일이 되는 것이다. 삭은 중국 시각으로 양력 1월 29일 22시 14분 30초에 일어나기 때문에 중국도 양력 1월 29일이 설날이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설날은 대체로 같다. 하지만, 예를 들어 1997년의 경우에는 첫 삭이 우리 시각으로 양력 2월 8일 00시 06분 18초에, 중국 시각으로는 양력 2월 7일 23시 06분 18초에 일어나는 바람에 설날 날짜가 달랐다. 즉 그 해 우리 설날은 양력 2월 8일이었고 중국 설날은 양력 2월 7일이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2027년에 다시 일어나게 되어 우리 설날은 양력 2월 7일, 중국 설날은 양력 2월 6일이 된다.

세계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윤초

시각은 지구 자전과 공전을 기준으로 측정되고 있다. 그런데 지구 자전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윤초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실시되는 윤초는 경도 0도선이 지나는 영국의 그리니치(Greenwich) 천문대 시각(전문용어로 세계협정시각)으로 연말인 2005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 다음에 추가된다. 즉, 2005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 2005년 12월 31일 23시 59분 60초, 2006년 1월 1일 00시 00분 00초, ……, 같이 1초가 더 추가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국에서 발표되는 이 뉴스를 우리나라 시각으로 환산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TV 프로그램에서까지 잘못 소개된 바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초에 관한 발표는 반드시 한국천문연구원의 보도 자료를 인용하기 바란다.

윤초는 세계적으로 동시에 실시되어야 하고 우리나라는 영국보다 9시간이 빠른 시각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윤초는 1월 1일 오전 09시에 삽입되어야 한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6년 1월 1일 08시 59분 59초, 2006년 1월 1일 08시 59분 60초, 2006년 1월 1일 09시 00분 00초, ……, 같이 1초가 추가되어야 한다.

단 1초의 시간도 민감한 분야에서는 잘못 적용되는 윤초의 폐해가 의외로 클 수 있으니 국민 여러분의 주의를 거듭 당부한다.

시급한 천문업무 관련 법률

이번 일을 계기로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국천문연구원이 월력요항을 발표하는 법적 근거가 현재 없다. 예를 들어 개인이 마음대로 달력을 만들어 배포해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현행법령집> 제18편(책19권)은 과학·기술에 관한 것인데 제1장 행정조직·통칙, 제2장 과학기술진흥, 제3장 원자력, 제4장 천문·기상으로 되어 있다. 놀랍게도 제4장에 '천문'이 끼어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이 칼럼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우주민족적 전통이 이를 살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제4장 첫 페이지 '천문' 관련 내용을 보면 김이 빠지게 된다. 단 하나의 조항만 있고 종이의 아래 절반은 여백인 것이다(그림).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표준시에 관한 법률) 표준시는 동경 135도의 자오선을 표준자오선으로 하여 정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광절약시간제의 실시를 위하여 연중 일정기간의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전부다. 그 다음 페이지부터는 '기상'에 관한 법률인데 기상업무법, 기상업무법시행령, 기상업무법시행규칙 등이 40여 쪽에 걸쳐 소상히 나온다.

이제는 우주시대다. 아래와 같은 조항들이 '천문' 관련 법규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목적) 이 법은 천문업무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정하여 국가의 근본이 되는 역을 제정하고 우주에 대한 연구를 증진시키며 대국민 천문우주지식 보급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정의) 이 법에서 사용되는 용어 "천문업무"라 함은 우주에 대한 관측연구와 그에 따른 부대업무를 말한다.(기본계획의 수립) (1) 정부는 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본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2) 제1항의 기본계획에는 다음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1. 역의 편찬2. 천문현상의 연구 및 발표3. 천체관측장비의 운용 및 개발4. 천문지식보급 사업(역의 편찬) (1) 정부는 국민생활에 근본이 되는 역을 편찬하여야 한다.(2) 정부는 역에 관한 증명, 감정, 자료제공을 하여야 한다.(천문현상의 연구 및 발표) 정부는 천문현상을 연구하고 필요한 내용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천체관측장비의 운용 및 개발) 정부는 천문현상 연구에 필요한 천체망원경 및 관련부대시설을 설치운용하며 우수한 관측 장비를 보유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천문지식보급 사업) 정부는 국민에게 천문지식보급을 위한 과학문화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국제협력의 추진) 정부는 외국 및 국제기구 등과 천문업무에 관한 기술협력, 정보교환 및 공동연구 등 국제협력의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연구기관의 설치육성) 정부는 천문업무를 총괄할 연구기관을 설치하고 그 연구기관의 육성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우주민족이 세운 나라에 천문 관련 법률이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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