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안 아프세요"-"맞았는데 아프다"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2005. 11.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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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고 전용철 농민 기자회견 증언 잇달아…"정지된 물체 운운은 근거없다"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범대회가 끝나고 경찰들에 의해서 뒤로 빠지게 됐다. (고 전용철씨가) 다가와서 먼저 인사를 하셨고, 그래서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디 아프시지 않으세요'라고 여쭤보니 손으로 머리 뒤를 짚고 '경찰에 맞았는데 아프다'고 했다."(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증인 임나영씨)

▲ 고 전용철씨 분향소가 마련된 25일 서울 이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문상객이 조문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동당 등 59개 단체가 모인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6시 서울 이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 구타로 농민 전용철씨가 사망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노동당 등 5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으로 고인을 기리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지난 15일 농민대회에 고인과 동행했던 이병훈 보령농민회 사무국장이 25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나영(23·호서대 4년)씨는 15일 현장에서 전씨로부터 경찰 구타와 관련된 증언을 했으며, 15일 당시 전씨와 동행한 이병훈 보령농민회 사무국장도 "16일 주교리 청년회관에서 고인이 '경찰 방패에 맞으니 별이 핑핑 돌더라, 별이 많이 뜨더라'고 했다. 15일 밤 내려올 때도 휴게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고인의 뒷머리에 열창이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경찰구타에 의한 전씨의 사망 사실을 뒷받침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으로 24일 국과수 부검의 3인과 함께 전씨 부검을 참관한 내과전문의 원진호씨는 부검참관소견서를 통해 "사망원인은 두부외상에 의한 뇌손상"이라고 밝혔다. 원씨는 "뇌손상은 좌상(맞거나 부딪쳐 생긴 상처)에 의해 발생했고 전두부 실질내 출혈, 골절,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등이 발생했다"며 "왼쪽 뒷머리가 무엇인가에 세게 부딪쳤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손상을 받았는가는 부검소견으로 밝히기는 어렵고 여러 정황을 따져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5일 기자회견에서 임나영씨가 지난 15일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폭력사태 이후 고인과 나누었던 대화를 증언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전농, 민주노동당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전용철씨 타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전씨의 후두부가 정지된 물체에 부딪혀 두개골 골절, 출혈 등 두부손상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주장을 바탕으로 "전씨가 집 앞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벽이나 땅바닥 등 고정체에 부딪혀 뇌출혈을 일으켰으며 진압과정에서 맞은 것은 아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전국민중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은 "일부언론에 잘못된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정지된 물체에 의해 부딪혔다고 보도하는데 그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 정지된 물체라고 단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대표는 "고인은 경찰의 산개공격에 의해 맞아 죽었다"며 "두드려 맞아 죽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우리가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고 전용철 농민 살해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26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동시다발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범국민대책위는 △쌀개방 국회비준 무효와 농정책임자 처벌 △전용철 농민 타살 진상규명, 경찰청장·행자부 장관 파면 △노무현 대통령 사과 △11월15일 진압당시 책임자 처벌·서울 제1기동대 해체 등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법조계 의료계 등으로 자체 조사단을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하며, 오늘 저녁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내일(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 추모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다음달 1일에는 전국농민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를, 그리고 12월4일에는 전국민중대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25일 서울로 고인을 운구하려는 고인 유족과 전농관계자들을 7시간이나 저지하는 물의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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