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의 가능성에도 초긴장"

2005. 11. 1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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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백화점 폭발물 설치 협박. 특공대 즉시 출동바람."

9일 오후 1시13분. 부산역에 배치된 경찰특공대 사무실에 짤막한 무전이 전달됐다. 사무실에 대기하던 특공대 3팀장 이선호(36) 경사와 대원들이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삐~삐' 무전이 수시로 울리고 방탄복을 입는 대원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1시25분 사이렌을 켠 경찰차가 A백화점에 도착했다. 이어 김해공항에서 동시에 출발한 특공대 1팀이 합류했다. 3팀과 함께 출동한 경찰특공대장 김태경(41) 경감의 지시에 따라 탐지견을 앞세운 특공대원들이 수색에 들어가려는 순간 112지령실의 무전이 왔다. "B백화점으로 이동한다." 지령이 잘못 전달된 탓이다. 특공대장의 말이 떨어지자 대원들은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오후 1시40분. B백화점에는 쇼핑나온 시민들이 가득했다. 폭발물 협박이 알려질 경우 당황한 시민들이 한꺼번에 대피하다 안전사고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조용하고 치밀한 수색이 필요했다.

폭발물 탐지견 '로스트'(견종 레트리버)를 앞세운 1팀이 폭발물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3팀의 탐지견 '통통이'(〃)는 코를 킁킁대며 지하주차장을 살피고 있었다.

폭발물 확인 땐 40㎏ 방탄복 입고 작업

화장실의 환풍구와 비상구의 전기함, 곳곳에 놓인 화분 등 눈이 닿는 곳은 모두 체크 대상이다. 한사람이 멈칫하면 모든 대원의 신경이 곤두선다. 비상구의 빈 박스 하나가 다음 층으로 이동하던 대원의 눈에 띄었다. 빈 박스임을 확인하자 재빨리 계단을 내려갔다. 한층이 끝나면 다음 층으로 이동, 탐색과 긴장이 반복됐다.

30분이 지날 무렵 지하주차장을 수색하던 통통이가 자꾸 고개를 들었다. 냄새를 맡기 힘들다는 표시다. 지하주차장의 먼지를 너무 많이 마셨다. 다행히 긴급 소집된 비번조의 탐지견 페레(셰퍼드)와 임무 교대.

백화점 밖에는 폭발물 처리조 김현철(28) 순경이 대기 중이다. 탐지견이 폭발물 징후를 포착하면 김 순경이 40kg에 가까운 방탄복을 입고 폭발물 처리에 들어간다. 보통 강력한 수압으로 기폭장치를 파괴하는 '물포'를 이용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직접 회로를 끊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때는 모든 대원을 대피시키고 난 뒤 김 순경이 홀로 폭발물을 해체한다.

오후 2시50분 백화점 정문을 막고 있던 폴리스라인이 걷혔다. 제보는 장난성 협박전화로 확인됐다.

3팀 대원들은 돌아오는 차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3팀장 이 경사는 "0.1%의 가능성이라도 사고를 막으려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며 대원들을 독려했다.

오후 7시20분께 다시 폭탄테러 협박전화가 경찰에 걸려왔다. 장소는 A백화점이다. 저녁식사를 하려던 이 경사와 대원들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달렸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임박해지면서 경찰특공대는 거의 매일 폭발물 허위·오인신고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산경찰청에는 테러와 폭발물 관련 신고가 지난 8월28일부터 현재까지 33건 접수됐다. 이중 27건이 오인신고이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허위신고인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불안 가중과 함께 경찰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문 김지만 기자 jimank@kookje.co.kr/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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