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목소리 전달 하루 80시간도 부족

이수강 기자, sugang@mediatoday.co.kr 2005. 11.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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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적 액세스 채널 MNN(맨해튼 네이버후드 네트워크)을 가다

[미디어오늘 이수강 기자] 뉴욕 맨해튼 시민방송·미디어교육 '거젼…"연방의회 개악안 막아야"

빽빽한 고층 빌딩숲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3층짜리 낮은 건물. 전용 주차장도 없는 이 건물의 정문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시민들 출입으로 닫힐 새가 없다. 각 스튜디오에는 프로그램 녹화에 여념이 없고 건물 이곳저곳이 방송 장비를 빌리거나 교육을 받는 시민들 발길로 분주하다. 이곳이 바로 미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방송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맨해튼 네이버후드 네트워크'(MNN)의 건물이다. 지난달 27일 이를 방문했다.

가구당 연 5.25달러 환원

MNN는 맨해튼 지역의 케이블TV에 4개 PEG(공공·교육·정부) 채널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상제작 교육을 하는 방송사이자 미디어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난 93년 설립됐다.

맨해튼 지역의 케이블TV 가입자는 65만 가구로, 이들이 해당지역 케이블TV 업체인 타임워너와 RCN에 낸 수신료 가운데 가구당 연간 5.25달러씩(수신료는 월 30∼60달러)이 뉴욕시를 거쳐 MNN에게 돌아온다.

이에 따른 약 300만 달러의 자금이 비영리기관인 MNN의 재원이다. 이같은 재원이나 직원(50여명) 규모는 미 전역의 3000여개 퍼블릭 액세스 기관 중 최대다. MNN 이사회는 지역 자치단체장(맨해튼 구청장 격)이 임명한 이사 3명을 포함, 19명으로 구성된다.

MNN에서는 4개 채널에 매일 20시간씩, 총 80시간의 방송을 공급한다. 이 지역의 최대 사업자인 타임워너 케이블의 경우 가입자는 34번, 56번, 57번, 67번 채널에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깨알같은 글자가 박힌 프로그램 편성표 책자가 36쪽에 이른다. 프로그램은 커뮤니티에 기반한 각종 방송물을 비롯해 정치, 국제, 노동, 여성, 청소년,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상당수 프로그램은 MNN에서 미디어교육을 수료한 이들을 포함한 맨해튼 시민들이 스스로 제작한 것으로, 편집실에 '떨어뜨려지는' 테이프가 넘쳐 늘 시간 배정에 애를 먹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제5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타 지역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과 교류한다. 올 상반기에는 한국의 RTV와도 교류계약을 체결, 현재 MNN의 유스채널(Youth Channel) 부문에서 RTV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고 있다.

소외된 목소리에 초점

유스채널 부장을 맡고 있는 박혜정씨는 "MNN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 특히 이민자나 노동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상업화된 오락과 쇼, 드라마 중심인 미국 방송에서 이들에게 열린 시·공간은 MNN과 같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 밖에 없다"고 말했다.

MNN의 또다른 역할은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영상 제작 및 미디어활용 교육이다.

교육은 모두 무료로 이뤄진다. MNN은 교육생과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본부 이외에 MNN 센터를 한 곳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세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퍼블릭 액세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케이블TV가 없는 가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박 부장은 "실제로 빈민층·저소득층은 케이블TV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도 영상교육을 받을 수 있고 제작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액세스를 살리자"

그러나 지금 MNN은 한켠으로 매우 불안하다. 연방 상·하원에 상정된 법안이 퍼블릭 액세스의 입지를 심각하게 축소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MNN 건물 입구에는 이를 반대하는 팜플릿과,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 등을 수신인으로 하는 항의엽서가 쌓여 있었다. 캠페인을 위한 홈페이지(www.mnn.org/saveaccess)도 운영 중이다.

전국의 퍼블릭 액세스 채널의 연합체인 '커뮤니티 미디어 연합'(ACM)도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워싱턴에서 만난 안토니 리들(Anthony Riddle) 사무총장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미국 퍼블릭 액세스 역사상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ACM은 지난 7일 이 법안을 반대하는 1분 짜리 캠페인 방송을 전국 각 채널을 통해 내보내기도 했다.

MNN의 박 부장도 "상정된 법안은 퍼블릭 액세스를 죽이려는 법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부장은 "현재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케이블TV 업체와 PEG 채널 협정을 맺도록 돼 있는데, 상정된 법안은 연방 차원에서 이를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지역을 통한 이익 환원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PEG 채널의 입지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이수강 기자 su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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