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말순씨'·'소년 천국에 가다'에 숨겨진 플롯 찾기

2005. 11. 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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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보다 확실히 맛있는 것은 직접 만든 음식이다. 직유법보다 은유법이 좀 더 매력적인 이유도 이런 까닭이다.

최근 두 편의 우리 영화가 제법 세련된 은유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나란히 80년대 초를 시대적 배경으로 정하고 지극히 '인간적' 이야기를 담은 '사랑해, 말순씨(박흥식 감독, 블루스톰)'와 '소년, 천국에 가다(감독 윤태영, 싸이더스F&H)'다.

'사랑해, 말순씨' 사회상 놓치지 않는 따뜻함

먼저 3일 개봉한 박흥식 감독의 영화 '사랑해…'는 1979년 10월 27일 아침부터 시작한다. 주인공 광호(이재응)는 '朴 대통령 有故'라 쓰인 신문을 집어 들고, '유고'의 뜻을 묻고 답하는 아들과 엄마(문소리)의 엉뚱한 대화로 이야기는 풀려나간다.

중학교 1학년 소년의 성장을 담은 이 영화는 광호의 눈을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엄마, 짝사랑하는 문간방 누나(윤진서),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동네 바보 재명(강민휘)과 살을 맞댄 '일상'을 무던히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숨겨진 플롯을 찾아낸다면 이야기가 마냥 편안하지는 않다.

광호가 학교에서 목격한 과도한 폭력을 함께 맞딱뜨린 관객은 분명 마음이 불편할 테고, 4일안에 답장을 쓰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는 '행운의 편지'를 받은 광호가 고심끝에 전두환이라고 써 넣을 때는 묘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전작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에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던 이런 시도에는 "사회적 공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다.

박흥식 감독은 "영화의 배경이 된 시기는 대통령이 세 번 바뀐 격변기"라고 정의했다. "폭압적인 시대를 (광호가 다니는) 학교 분위기를 통해 표현했고 더불어 당시를 보는 눈을 새롭게 하고 싶었다"는 그는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성장과 꿈꾸는 것은 막을 수 없다"라며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소년, 천국에 가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가볍게 줄타기

'소년, 천국에 가다(11일 개봉)'는 이보다 한 술 더 뜬다.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보물찾기'의 스릴을 안긴다.

1982년을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13살 소년 네모(박해일)가 사랑하는 여자 부자(염정아)로 인해 하루를 1년처럼 살게 돼 결국 93살이 되고 만다는 판타지이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

네모의 '민주투사' 아버지(오광록)가 "10·26과 12·12를 지나 12월 24일에 죽는다"라고 네모의 죽음을 설명하는 대사는 은근히 사회상을 반영하고, 부자는 아예 대놓고 "저도 전두환이 싫어요"라고 말한다.

더불어 관객이 네모란 이름이 '둥글둥글 살기 바라는 세상에서 모나게 살라고 지어진 이름'임을 깨닫게 된다면, 사랑을 향한 소년의 판타지인 이 영화가 지닌 또 다른 색깔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재담꾼' 박찬욱·이무영·최동훈 감독이 각본

윤태영 감독가 1982년을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사뭇 복잡하다. "통행금지가 풀렸고 컬러 TV가 보급된 데다 만화잡지 '보물섬'이 등장했고, 추리소설이 활발히 이뤄진 해"이기 때문.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어른같은 세상"이란 이유로 시대의 우울함을 판타지로 풀어냈다.

감독은 "리얼리즘 영화가 아니다"라고 못박았지만, 영화 속에 숨겨진 묘한 풍자는 판타지와 리얼리즘이란 두 장르의 경계를 가볍게 줄타기하는 매력을 지녔다.

물론 박찬욱, 이무영, 최동훈 등 내로라하는 재담꾼들이 각본에 참여한 사실도 '소년…'의 줄타기를 한층 무리없이 만드는 요인이다.

하반기 영화계를 이끌어 나갈 주요 영화임을 감안해 후한 점수를 준다 해도 '사랑해…'와 '소년…'은 관객에게 보물찾기 같은 '발견의 재미'까지 안기는 색다른 영화란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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