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식품안전 근원적 대책 세워라

또 터졌다. 이번엔 민족의 찬거리인 김치다. 일부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고 중국산 수입김치에서도 납 성분과 기생충 알이 검출되어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국제문제로 번지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 결과 발표에 앞서 중국 정부가 한국 식품업체의 상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고 밝힌 것이다. 한중 무역의 막대한 규모를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이 양국의 통상 문제로 비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김치분쟁이 무사히 수습된다고 하여도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우리 먹을거리의 안전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인가. 쉽게 기억나는 사례만 하더라도 납덩이 꽃게 사건, 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광우병 문제, 찐쌀의 이산화황·장어의 말라카이트 그린 성분 검출, 그리고 이번의 기생충 알 김치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입식품의 안전에 관한 문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이 가쁘다. 더구나 우리 김치와 배추에서도 기생충 알이 발견된 데다 불량만두 사건과 지난달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제기한 계란의 신선도 문제 등과 같이 국내산 식품 안전까지 생각한다면 매달 한 번은 식품안전 파동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사안의 핵심은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식품안전 문제를 해결할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은 없는가. 우리나라 식품안전 행정의 문제를 고스란히 모아놓은 '종합세트'라 할 이번 김치 사건을 꼼꼼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수입식품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이미 수입된 식품의 일부에 대해 제한된 기준사항만을 검사·검역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특정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 문제의 원인과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현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지에 파견한 우리 검역관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그 인원을 확충하기 어렵다면 생산국의 위생증명 의무화를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김치, 불량만두, 광우병 파동에서 보듯이 우리 식생활에 비중이 큰 식품은 문제가 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식품업자·외식업자·소비자를 막론하고 지대하다. 그러므로 김치, 쌀, 계란, 육류 등이나 어린이가 주로 소비하는 식품은 국산·외국산을 막론하고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하여 그 생산 과정 전반을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집중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계부처의 대응 방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예를 살펴보면, 관련 당국은 사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운영과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사태를 무마할 대증적인 방안을 찾거나, 심지어는 문제가 된 결과를 번복하는 실험을 통해 '폭풍을 잠재우려는' 안이한 대응을 해오지 않았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성분은 검사 기준 항목에 있지 않다"거나 "기준치 이하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책임 회피성 대응은 곤란하다.
이번 사건을 기회로 식품안전과 관련한 검사·검역·운영 시스템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당국은 부디 인력·재정·조직 부족 타령부터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직을 키우고 예산을 늘릴 궁리부터 하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아왔다. 각 부처의 관할 다툼에 갈가리 나뉘어 있는 업무영역부터 조정하라. 정부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에 우리의 밥상이 위기에 빠진 지 오래다. 인력 부족을 탓하기 전에 비정부기구(NGO)에 먼저 손을 내밀어 역할을 분담하라. 식품안전을 위해 헌신적인 감시 활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와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유기적인 업무협조 체제를 구축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식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획기적인 운영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김난도 서울대교수·소비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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