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암1동 사무소 '도깨비 쌀 뒤주 '운영

2005. 11. 3.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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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밖에 내놓지 못하고 밤에는 사무실 안에 들여 놓아야 하지만 그래도 메마르지 않은 이웃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도깨비 쌀 뒤주'(사진)를 운영하고 있는 충북 청주시 용암1동사무소 이철희(44) 동장은 쌀 뒤주에 담긴 사랑에 흡족해 한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 쌀 뒤주는 퍼내어도 퍼내어도 다시 채워지는, 배를 곯아야 했던 시절 배고픔의 상징이다.

이 도깨비 쌀 뒤주는 지난달 1일 마을축제인 2005비룡축제때 특별이벤트로 동사무소 현관에 설치됐다. 이웃을 돕고 싶으면 언제든지 쌀을 가져와 채우고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가져 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한달여동안 운영하면서 도깨비 쌀 뒤주에 쌓인 쌀은 600㎏. 특히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남 나주의 한 독지가는 20㎏들이 4포대를, 서울 중구의 한 독지가는 20㎏들이 2포대를, 전북 익산의 한 독지가는 20㎏들이 4포대를 보내와 이웃사랑에 동참했다. 이중 450㎏은 지역내 할머니, 학생 등 필요한 사람 손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가 벌어졌다. 이동장은 "운영 1주일만에 누군가가 승용차를 동원해 통째로 쌀뒤주를 비워가는 '비양심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밤에는 사무실 안에 들여 놓고 퇴근해야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양심불량이 한밤중에 남몰래 쌀 뒤주를 채우려는 사람들이나 남의 이목을 피해 먹을 만큼 쌀을 퍼 가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그래도 이동장은 도깨비 쌀 뒤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 떨어질만하면 누군가 채워 놓아 도깨비 쌀 뒤주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양심으로 퍼 가시고 사랑으로 채워 주십시오'

이동장은 도깨비 쌀 뒤주에 쓰인 이 글을 볼때마다 도깨비 쌀 뒤주에 담긴 사랑이 불우이웃에게 훈훈한 정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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