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방폐장 놓고 '빨갱이' 구호까지

김종화 기자, sdpress@mediatoday.co.kr 2005. 11. 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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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방폐장 유치찬성 범시민결의대회'서 '지역감정' 자극MBC 카메라 기자 취재테이프 뺏기기도 … 반대단체, 3주째 천막농성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유치 신청한 군산, 포항, 영덕, 경주 등 4개 후보지역의 주민투표가 다음달 2일로 다가왔다. 지역 내 찬반대립과 유치를 위한 지역감정 조장이 격화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현지 움직임을 전하기 위해 후보지역을 둘러봤다. /편집자

"경주시민은 군산시민을 빨갱이라 한다. 군산시는 찬성으로 보복하자."

31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신흥초등학교 앞 4차선 도로.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찬성을 위한 범시민결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강현욱 전북도지사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 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과 군산시민 등 2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회자의 선창에 참가자들이 목청을 높였다.

군산시 "경주시민은 군산시민을 빨갱이라 한다"

▲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에 찬성하는 군산시민 2000여명이 31일 전북 군산시 신흥초등학교 앞에서 열린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찬성을 위한 범시민결의대회'에 모여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서해안고속도로 군산톨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나부끼는 '경주에 679억원을 지원, 공정한 게임을 위반한 산자부의 반칙을 시민의 단합으로 똘똘 뭉쳐 찬성으로 혼내주자' '이웃인 부안이 피흘려 쟁취하고자 한 것을 경상도에 줄 것인가' 등의 펼침막들은 방폐장을 유치하려는 군산시민들의 격앙된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결국 군산시해병대전우회가 내건 '빨갱이' 펼침막은 구호로도 제창됐다.

▲ 방폐장 유치를 놓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31일 방폐장 유치 찬성 결의대회에 참가한 군산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사회자는 "소가 찍은 반대 1표 경상도만 살찌운다" 등의 구호를 연거푸 선창했고, 연단에 오른 정관계 인사들도 유치찬성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지역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은 "방폐장 말만 들어도 답답하고 눈물이 난다"며 "우리 모두 지역발전에 한이 맺혀있는데 정부는 경상도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송 권한대행은 "5년간 끌어온 경주 신월성 원전 1, 2호기를 왜 지금 승인해 679억원이라는 거액을 선물했나"라며 "전라북도나 군산시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매향리 미군 폭격장을 군산 직도로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정부를 성토했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군산항의 힘찬 뱃고동 소리를 듣고 싶다. 에너지과학도시에서 함께 살자"는 말로 유치 찬성을 지원했으며, 군산이 지역구인 강봉균 의원(열린우리당)도 " 20~30대 젊은 엄마들에게 '방폐장이 들어오면 기형아를 낳는다'는 것은 허위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자"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장에 뿌려진 '군산시민의소리' 제호의 전단지는 극에 달해있는 '지역감정'의 진원지를 보는 듯 하게 했다.

'군산시민의소리'는 "수십년동안 우리 호남인들을 한맺히게 한 글들이 경주시 인터넷에 도배되고 있다. 경주시의 모든 현수막과 각종홍보전단지는 군산사람 전체를 미친사람들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황우석 교수에게 바란다. 전라도 유전자 한 번 연구하기 바란다. 아마도 바퀴벌레와 같은 DNA배열이 나오지 싶다."(이XX)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글을 경주 쪽에서 나오는 의견의 한 예로 올려 달아오른 지역감정을 한껏 자극했다. 또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도 출신이 각각 부산과 경북 안동이라며 "23조원짜리 국책사업을 경상도로 빼앗아 가려하고 있다" "경주에 697억원을 지원, 경상도 편들기에 나섰다"라고 언급했다.

취재 중이던 MBC 카메라 기자, 신변위협속 테이프 뺏겨

지난 29일 오전 군산시 나운3동 동사무소에서 공무원들로부터 기자가 폭행당한 MBC에 대한 성토도 빠지지 않았다. '군산시민의소리'는 "MBC마저 경상도 편들기에 나섰다. 반핵단체 사주를 받은 MBC기자들은 공무원들을 폭행범으로 조작보도, 경상도 도와주기에 혈안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장에서도 MBC의 한 카메라기자는 취재중이던 연단앞에서 신원미상의 주민에게 뒤로 끌려나가 신변위협속에서 취재내용이 담긴 테이프를 빼앗기기도 했다.

▲ 군산핵폐기장반대대책위원회 박성수 지원팀장이 31일 군산시 나운동 해태마트 앞에서 방폐장 유치반대 펼침막을 지키기 위해 3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반대하는 군산핵폐기장반대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31일 군산시 나운동 극동주유소 앞 사거리에서 소복을 입은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정관계 인사가 총출동한 유치찬성단체 집회와는 반대로 군산핵폐기장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 쪽은 시내 거점 두곳에서 소규모 천막농성과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치반대 펼침막을 지키기 위해 나운동 해태마트 앞에서 3주째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대책위 지원팀장 박성수씨(33)는 "자리를 비우면 반대쪽 펼침막을 철거해버려 밤낮으로 지킬 수밖에 없다. 전에도 공무원들이 펼침막을 다 떼어 가버렸다"며 "서울 쪽 기자들이라면 모를까 전북지역 기자들은 와봤자 제대로 보도하지도 않는다"며 관청과 언론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박씨는 군산지역이 경상도쪽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묻자 "경주에 가거든 그분들에게 본의아니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달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군산/글=김종화 기자·사진=이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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