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오픈 레인지'

2005. 10. 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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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들은 총을 빼들었을까? -

웨스턴이 유행에 뒤떨어지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고, 주제가 틀에 박혀 있다는 것이다. 선(善)한 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여자와 아이를 먼저 챙긴다. 이에 반해 악(惡)한 자는 결코 정정당당하지 못하다.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선량한 사람들을 갈취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참을 만큼 인내한 선한 자가 악한 자를 응징하는 것은 보면 후련해진다. 하지만 매번 되풀이되는 유사한 캐릭터는 식상하게 되고 점점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 웨스턴이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는 말은 이런 연유에서다.

오랜만에 정통 웨스턴이 찾아왔다. '오픈 레인지'(Open Range)는 불의에 맞서 총을 든 두 남자의 우정과 피의 보복 이야기다. 죽음보다 사나이에게 더 수치스러운 것은 회피하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사내의 거친 분노가 전해진다.

소떼를 방목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보스(로버트 듀발)와 찰리(케빈 코스트너) 일행. 찰리는 남북전쟁 동안에 전문 살인자였지만 지금은 보스 아래에서 10년 동안 가장 친한 동료로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로 생활용품을 사려 간 모스(아브라함 벤루비)가 악덕 농장주 백스터일행에게 흠씬 두들겨맞고 돌아온다. 보스와 찰리가 복수를 하려 간 사이, 야영지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모스와 버튼(디에고 루나)은 처참하게 당한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버튼을 구하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아름다운 여인 수(아네트 베닝)를 만난 찰리는 그녀에게서 강한 매력을 느낀다.

이 영화에서 주연배우가 누구냐는 꽤 명백하다. 보스와 찰리는 도덕적으로 곧고, 하얀 모자를 쓴 카우보이가 아니다. 그들은 어두운 과거를 안고 살아가며, 명분보다 동료의 복수가 우선인 단순한 방목꾼일 뿐이다. 마을을 악의 손에서 구하기 위해 갑자기 나타난 정의의 총잡이는 더더욱 아니다. 또한 교전 상황에서도 주변에서 바람이 불고 황폐한 거리에서 총을 먼저 뽑는 자가 살아남는 멋들어진 대결도 없다. 먼저 죽이는 자가 살아남는,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잔인한 피의 향연만 있을 뿐이다.

영화는 정통 서부극을 표방하면서도 로맨스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찰리와 수는 첫눈에 서로에게 관심을 표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결은 억지에 가깝다. 위기에 빠진 수를 구해주거나, 그녀의 복수를 대신해주면서 밀접해지는 관계가 아니다. 두 사람은 시작 전부터 가까워지고 사랑하게끔 이미 예정돼 있다. 정통 서부극에 로맨스를 곁가지로 접목하려고 했지만 어떻게든 로맨스 그 자체는 서투른 조합인 것 같다. 로맨스는 본질적인 이야기에 강요되면서 본래의 색깔을 잊어버렸다.

단순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2명의 카우보이가 너무 많은 현장을 오가면서 러닝타임을 부풀린다. 대수롭지 않은 세부사항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밀도는 옅어지고, 지루해진다. 특히 피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 때, 오랫동안 우물쭈물하기 시작한다. 케빈 코스트너는 '셰인'의 애런 애드나 '수색자'의 존 웨인이나 '황야의 탈출'의 게리 쿠퍼를 되고 싶어한 듯. 하지만 조용하고 민감한 영웅적 자질을 구현하기에는 그들보다 2%가 부족하다. 27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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