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르포> 안정속 구호·복구 채비 서둘러

2005. 10.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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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파라바드=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남아시아를 뒤흔든 강진에 난타당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파키스탄은 처음의 충격과 공포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 중 한 곳인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주도 무자파라바드 역시 널찍한 운동장에 마련된 `구호촌(relief village)'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호와 복구의 삽질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진발생 직후 죽음의 도시로 바뀌었다는 무자파라바드의 현장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15일 이른 새벽에 이슬라마바드의 숙소를 나섰다.

잠시 고속도로를 타다가 카슈미르로 이어지는 산비탈길의 왕복 2차선 국도에 차를 올리니 히말라야는 여전히 지진에 할퀸 상처로 곳곳에서 허연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차량 통행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해발 2천m의 별장도시 머리(Murree)에 이르는 1시간여 동안 10여군데에서 지진으로 대량의 흙이나 돌이 흘러내린 흔적과 마주쳤는데 도로보수 요원들은 이제 낙석을 거의 제거하고 시멘트 작업에 열중이었다.

현지 작업팀의 책임자인 압둘라 칸은 "국가고속도로청(NHA)과 변경작업기구(FWO)가 주축이 돼 불철주야로 도로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오늘로 나흘째"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무자파라바드나 발라코트로 이어지는 도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차량으로 접근하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무자파라바드로 가까이 갈수록 산세가 험해지고 계곡이 깊어지는 가운데 교통체증도 더욱 심해졌다. 구호물품을 실은 차량들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무너진 건물이나 이재민들의 숫자도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외부인의 방문을 환영하는 간판을 지나 마침내 도착한 무자파라바드는 며칠간 내리던 비가 그친 탓인지 뿌연 흙먼지에 뒤덮인 가운데 날씨는 무더웠다.

관문 우측의 젤룸강에 있는 이정표는 `스리나가르 179㎞'라는 표시를 통해 지난 4월 58년만에 재개통된 인도-파키스탄 간의 버스노선을 증명하고 있었다.

구호촌으로 들어가려면 다리(현수교)를 지나야 하는데 입구에서 다시 극심한 체증이 빚어졌다. 혹시라도 교량의 케이블이 끊어질 것을 염려해 앞선 차량이 완전히 통과해야 다음 차량을 진입시킨 탓이었다.

다리 건너편에는 파키스탄 군이 운동장에 구호작업 지휘본부와 야전병원을 차려놓은 가운데 10여대의 헬기가 바쁘게 이ㆍ착륙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한 헬기에는 각종 구호물품이 실리고 있었고 다른 헬기에서는 오지에서 긴급 후송된 환자가 들것에 실린 채 내려놓고 있었다. 의료팀은 환자가 헬기에서 내리지 마자 응급처치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가 구조작업을 사실상 종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휘본부 주변에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이 몰려 있었다.

"먹을 것을 사러 가게에 잠시 갔다오는 사이 집이 무너졌는데 아직도 남편과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어요. 만약 죽었다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제발 시신이라도 찾아주세요"(파르빈 나즈.여)

모하메드 칸은 "가족들이 걱정돼 두바이의 직장에 휴가를 내고 어렵게 돌아왔는데 사흘이 지나도록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며 절규했다.

지휘본부 뒤쪽의 구호촌에는 유엔과 세계식량기구, 영국, 중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구호팀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틀간 이곳에서 구조작업을 했다는 국내 구호팀들은 마침 이날 오전에 모두 철수하고 없었지만 스페인과 터키, 이슬라믹 릴리프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전문 구호기관의 발길에는 쉼표가 없었다.

터키의 한 구호요원은 "형제국을 돕기 위해 생업을 팽개치고 왔다"며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기도 했다.

다시 교량을 건너 구호촌 반대쪽에 있는 시장가(街).

구호물품의 부족 등으로 절도와 약탈행위 등이 발생했다는 며칠 전과는 달리 도로변의 모든 가게가 문을 연 상태에서 각종 과일과 과자, 음료수 등을 진열대에 내놓았고 주유소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오성훈 파키스탄 한인회장은 "국내 구호단체 요원들을 만나보기 위해 이틀 전에 이어 다시 왔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이제 다소 자리가 잡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자파라바드 주민들은 더운 날씨에도 거의 예외없이 마스크를 하거나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있었는데 이는 전염병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심한 먼지와 매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무자파라바드를 2시간여 둘러본 뒤 나흘전에 들렀던 발라코트 방면으로 이동하면서도 전반적인 상황이 많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호물품 차량들은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는 반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중앙선을 넘나들던 앰뷸런스와 보따리를 메고 이동중인 난민, 교통정리를 위해 도로를 점령한 군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파키스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언론에도 가장 많이 등장했던 무자파라바드와 발라코트는 이처럼 지진 발생 일주일을 넘기면서 본격적인 복구 단계가 임박했음을 신호하고 있었다.

http://blog.yonhapnews.co.kr/wolf85/

wolf8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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