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인권 희생'담보한 중부阿 석유개발

2005. 10. 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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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발레 알론게/ 카메룬 출판인〉

누가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은 번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가. '중부 아프리카 경제통화연합(CEMAC)'이 출범했다. 적도 기니와 차드는 석유가 나오면서 CEMAC의 주역이 됐고 콩고와 카메룬도 덩달아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아프리카의 떠오르는 총아가 됐다. 그러나 급속한 개발은 대개 인권 희생을 담보로 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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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경제는 2003년 차드·카메룬 간 송유관이 개통되며 일어났다. 세계은행이 42억달러를 들여 건설한 이 송유관은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낳았다. 송유관의 80%가 자국 영토에 걸쳐 있는 카메룬은 향후 30년 동안 연간 5억4천만달러를 벌어들일 전망이다.

석유는 1975년 차드 남부의 도바 지방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차드 내전이 끝난 1988년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했다.

이후 유가가 계속 올랐으니 누구나 차드, 카메룬 국민들이 부유해졌을 것이라 믿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지역민들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드나 카메룬 정부 송유관 프로젝트로 벌어들인 수입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있다.

차드 도바에서 카메룬 크리비 항구까지 1,070㎞ 거리에 걸쳐 있는 이 송유관은 출범 때부터 과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은행도 엄격한 조건하에 두 정부를 지원했다. 두 나라는 석유수입의 10%를 외국은행에 예치하고 80%를 교육, 보건, 도로, 전기, 수도 사업 등에만 쓰기로 약속했다. 송유관이 지나가는 지역민들에겐 수입의 5%만 할당했을 뿐이다.

세계은행과 유럽투자은행(EIB)은 송유관 건설 비용을 대부분 부담했다. 20개월에 걸친 건설기간 동안 7,0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435㎞ 길이의 도로가 뚫렸다. 송유관이 지나는 길을 위해 삶의 터전을 내놓은 토착민들에게는 적은 액수나마 보상금도 지급됐다.

그러나 30개월이 지난 지금 이 지역 사람들은 석유로 인한 부(富)가 과연 어디로 갔느냐고 묻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 주도의 자본 컨소시엄과 차드, 카메룬 정부 사이에 체결된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지난달 낸 보고서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체결된 계약: 차드·카메룬 간 송유관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송유관은 그 경로상에 사는 지역민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으로 돼 있다. 두 아프리카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방해되는 어떤 행위라도 일어날 경우 자금지원 삭감을 감내한다는 조건에 동의했다. 이는 두 정부로 하여금 석유업체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하게 했으며 반대로 자국민들이 입는 피해에는 눈 감도록 만들었다.

이는 결코 추상적인 주장이 아니다. 많은 마을이 식수원을 잃었으며 가난한 농민들은 적정한 보상도 없이 농토를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환경오염 때문에 크리비 항구의 어민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두 정부는 불평등한 계약 때문에 자국민 인권에는 전혀 신경을 못쓰고 있다. 계약조건의 정확한 내용은 상업상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송유관 프로젝트는 기왕 시작된 이상 실패해선 안된다. 차드가 해마다 석유로 벌어들이는 20억달러는 국가 재정의 40~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수 효과도 엄청나다. 그러나 지역민들의 기본권이 무시된다면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정리|손제민기자 jej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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