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침묵하면 우리가 나설 것"

윤정식 기자, happysik@mediatoday.co.kr 2005. 9.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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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9일 삼성본관 앞 X파일 촛불문화제 개최

[미디어오늘 윤정식 기자]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삼성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쓰러진다. 우릴 배신할 언론이 누구냐? MBC! 너희도 기아처럼 되고 싶냐?"

전국언론노조가 준비한 가면극에 사이비 교주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등장한 이건희 회장의 말이다. 보디가드가 아닌 검찰의 호위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자신이 그려진 지폐를 참가자들에게 뿌려댔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X파일 공대위는 9일 오후 7시 삼성본관 앞에서 연 촛불문화제에서 △불법도청 내용 공개 △삼성 뇌물공여 사건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국정원 개혁과 불법도청 사건 관련자 처벌 △이를 위한 특검법 입법과 특검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검찰 등의 부적절한 관계를 패러디한 가면극이 선보였다.

"이 세상에 돈 없는 것들은 가라. 빽 없는 것들도 가라. 여기 모인 사람들 돈 무서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구먼. 돈 앞에서는 국회의원이든 기자든 다 무릎을 꿇어야해. 거기 대학생들한테는 돈 대신 입사지원서를 주지. (집회 참가자들의 야유와 함께 종이 뭉치들이 날아들자) 너희들 생각을 바꿔야해. 내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잖아."

▲X파일 공대위 <x일공대위>주최로 9일 저녁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X파일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문화제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풍자하는 가면극이 진행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이쯤 되자 이 씁쓸한 풍자 가면극은 문화제 참가자들과 길가던 시민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옆에 있던 홍석현 전 회장은 "우리 가문은 모두 KS제품들이다. 좋은 집안도 실력인데 공연히 미워하지 말라"며 이건희 회장을 거들다가 뽕망치 세례를 받는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그러자 그는 "이봐 경찰서장, 경찰청장 다들 뭐하고 서 있는거야? 여기 모인 사람들 다 잡아들여. 그렇게 가만히 서있으면 내가 당신들 모가지 날아가게 할꺼야. 나 중앙일보 사주란 말야"라고 말해 또 한 번 참가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가면극에 이어 '떡값검사'를 세간에 알렸던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문화제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렀다.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X파일 공개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노회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이 아니다. 국민은 이건희의 돈이 정치권과 검찰로 들어간 것에 분노하고 언론까지 주무르는 데에 또 한번 분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의원은 "공운영씨의 280여개가 넘는 테이프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소유주는 국민"이라며 "테이프는 즉각 공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하지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연정 같은 것은 안 한다고 말하면서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특별법 등은 도입하지 않기로, 삼성을 위한 연정에 돌입했다"며 정치권에 대한 맹비난을 가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사무처장은 "노회찬 의원에게 올해의 언론인 상을 줘야한다"며 "요즘 노의원은 언론이 해야할 일을 해주고 있는 하나의 언론기관"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존 언론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기만 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X파일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며 "MBC마저도 점점 촛불문화제는 물론이거니와 관련 보도를 축소해 나가는 것이 보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김 사무처장은 'KBS의 경우 촛불문화제의 취재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일부러 관심을 안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계속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라도 조만간 녹취록을 공개할 것이다"고 말해 언론의 침묵에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빗줄기가 간간이 쏟아지는 가운데 열린 이날 촛불문화제는 노동계 참가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소규모로 치러지게 됐다.

▲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참가자 김준희(26, 대학생)씨는 "정치권과 검찰이 상황을 전개시켜줘야 국민적 관심이 더욱 높아져 갈텐데 이들이 약속한 듯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 여기에 언론까지 침묵하면 점점 국민의 관심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CBS시사자키의 인터뷰에 응한 한 삼성맨은 '소환될 대타도 많은데 이건희 회장은 소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무색케 하듯 문화제 참가자들은 빗줄기 속에서도 촛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이건회 회장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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