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민속마을, 아산 외암·순천 낙안읍성

아산ㆍ순천=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2005. 9. 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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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암민속마을(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충청도 양반의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외암 민속 마을은 마을이 자리잡은 터부터 예사롭지 않다. 마을의 진산(珍山)인 설화산을 배경으로 월라산, 면잠산, 봉수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마을앞에는 반계(磐溪)라는 개울물이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포근하고 아늑하다.

마을의 원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말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일정한 거리마다 말을 대기하는 역말이 이 곳에 있었다. 외암이라는 단어도 외양간을 뜻하는 '오양골'에서 '오야골'을 거쳐 '외암골'로 바뀐 것이다.

세도 있는 양반들이 명당 자리를 모를 리 없다. 당시 충청 지역에서 제법 권세를 누리던 예암 이 씨 가문이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집성촌을 이뤘다. 현재 65가구 18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마을에 들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온 몸으로 맞을 수 있다. 마을 입구의 드넓은 벌판에는 속이 꽉 찬 나락이 무게를 못 이겨 축 늘어졌다. 색깔도 초록빛이 엷어지고 누런빛이 짙어졌다. 초가 지붕과 담장을 따라 주렁 주렁 달린 호박에서 풍년을 예감한다. 마을 어귀의 코스모스가 가을을 재촉한다.

마을 안으로 한 발짝 들일 때마다 외암의 진가는 속속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을 전역을 둘러싼 담장이다. 전체 길이가 6.5㎞. 전국 최대 규모이다. 그 많은 재료를 어디서 가져다 왔을까 궁금했는데, 만들어 진 과정이 재미있다. 이 일대는 원래 호박돌이 지천으로 굴러다니는 척박한 땅이었다.

집터를 조성하는 데 엄청난 호박돌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들은 처치 곤란한 돌을 담장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렇게 조성한 담장의 높이는 어른 키와 비슷하다. 사람을 압도하지도 않으면서 사생활 보호도 해준다. 진정한 일석이조다.

주민들은 마을을 지나는 개천조차 그냥 두지 않는다. 상류의 물을 끌어들이고, 집집마다 물꼬를 냈다. 사시 사철 집안으로 물이 흐르니, 활용도도 높았다. 생활 용수로, 때로는 방화수로도 쓰였다. 감나무, 호도나무, 밤나무 등 유실수를 마음껏 심으니, 먹거리 걱정도 덜었다. 물길이 가까이 있으니 안뜰이 넓은 집에서는 정원도 조성했다.

건재고택, 송화댁, 교수댁 등의 정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물길을 따라 소나무, 향나무, 단풍나무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지는 건재(健齋:19세기 선비 이웅렬의 아호) 고택은 국내 민가의 정원으로는 최고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물길 주위로 나무와 돌을 놓아 꾸민 송화댁은 흔히 볼 수 있는 산속의 계곡과 닮아 있어 친근감이 간다.

살아 있는 민속촌을 영상에 담으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취화선', 드라마 '장길산' '임꺽정' '덕이' 등 국민 드라마가 바로 이 이 곳을 배경으로 담아 냈다. 어디서 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십중팔구는 맞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 내부를 들여다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 관광객의 잦은 방문에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탓이다. 대신 마을 옆에 건재고택, 송화댁 등 주요 집의 내부를 그대로 본 따 새롭게 민속촌을 마련했다.

이 마을을 보다 깊숙이 들여다 보려면 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된다. 떡메치기, 공방체험, 고구마캐기, 추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손님 맞이에 나서고 있다. 마을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다. 외암민속마을 관리사무소 (041)544-8290.

[여행수첩] 외암 민속마을… 맹사성 고택 온천이 지처에

경부고속도로 천안 IC에서 나와 국도 21호를 따라 20㎞가면 신도리코 앞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읍내동 사거리까지 간 뒤, 국도 39호와 송악 외곽 도로를 타면 외암 민속 마을과 만난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평택 IC에서 국도 39호를 이용, 온양 온천 지대를 지나 송악 나들목에서 읍내동 사거리로 간 뒤 송악 외곽 도로를 타면 된다.

연계 관광지로는 맹사성 고택이 있다. 고려말 무신인 최 영의 생가였으나, 조선초기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아버지가 이 집을 인수, 대대로 거주하고 있다. 맹사성은 최 영의 손녀 사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살림집으로 사적 109호로 지정돼 있다. 수 백년 된 은행나무에 단풍이 들면 고택의 운치를 더한다.

아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현충사도 볼 만하다. 최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성공으로 충무공의 나라 사랑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는 터라 의미 있는 방문이 될 수 있다.

현충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충무공의 묘소도 있다. 다리품을 팔아 피곤해 진 몸은 온천으로 풀면 좋다.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이 지척이다. 아산시 문화관광과 (041)540-2565

♡ 낙안읍성민속마을(전남 순천시 낙안면)

마을 이름이 좀 별나다. 즐겁고 편안하다는 뜻의 낙안(樂安)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우선 지형부터 보자. 북막?금전산, 남으로 부용산, 동서로 제석산과 금화산이 감싸고 있다. 외암이 배산임수형이라면 낙안은 옥녀산발(玉女散髮)형이다.

주변 산이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에워 싸고 있다는 것은 전략요충지라는 의미. 조선 초기 왜구의 침략을 자주 받았다. 이를 막기 위해 이 마을 출신 의병장 김빈길이 토성을 축조한 것이 읍성의 기원이다. 마을 둘레에 성을 쌓고서야 주민들은 편안할 수 있었다.

너무 편해서일까. 주민들은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혔던 새마을 운동 때도 건물벽이 너무 낡아 수리 불가능 판단을 받고 좌절해야 했다.

하지만 머지 않아 전화위복의 기회가 왔다. 500년 세월을 건너 뛴 원형 그대로의 민속 마을은 88올림픽을 앞두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다. 1983년 마을 전체가 사적 302호로 지정됐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마을 전체의 보수는 물론 동헌, 내아, 객사, 향교까지 재현됐다.

외암마을과는 달리 낙안의 집은 서민적이다. 19세기 반상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제법 양반집 흉내를 내는 곳도 있다. 조선 남부 지역 민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살아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입구인 동문(낙풍루)을 지나 처음 맞는 마을은 온통 초가집 천지이다. 성문 위에서 펄럭이는 깃발은 나그네를 과거로 이끄는 매개체이다. 수 백년 세월의 간극을 이리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조성된 연못에는 초가집 한 채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 지붕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뒷산의 완만한 선이 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저녁 반찬에 놓으려고 호박잎을 따내는 할머니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장면 장면은 그대로 그림이 된다. 눈이 즐겁고 마음은 편해진다. 드라마 '상도' '허준' '용의 눈물'에 이어 '대장금'까지, 히트 사극은 거의 이 곳을 거쳤다.

낙안읍성의 둘레는 1.4㎞가량. 성내에 63가구, 성 밖에 22가구가 거주한다. 주민은 200명을 조금 넘는다. 많은 주민들이 생활과 생계를 이 곳에서 해결한다. 성내 곳곳에서 민박을 놓고 있고, 공방을 비롯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짚물공예, 길쌈시연, 천연염색, 대장간 등 전통 재현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전통 음식 팔진미는 낙안마을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먹거리. 금전산 석이버섯, 백이산 고사리, 오봉산 도라지, 제석산 더덕, 남내리 미나리, 성북리 무, 서내리 녹두, 용추리 천어 등 8가지 음식을 일컫는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군수 물자 수송로 확보를 위해 낙안을 방문했는데, 주민들이 주변에서 나는 재료로 정성으로 맛을 내고 올린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읍성내 3군데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내달 19~24일까지 이 곳에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릴 예정이다. 낙안읍성사무소 (061)749-3347.

[여행수첩] 낙안읍성마을… 주변에 선암사 등 名刹 많아

남해안고속도로 승주 IC를 나와 857번 지방도를 따라 직진하면 낙안읍성마을과 만난다. 주변에 송광사, 선암사 등 이름난 사찰이 많아 연계 관광을 하는 것이 좋다.

순천시가 운영하는 시티 투어에 참가하면 보다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 40분께 운영되는 시티 투어는 2가지 코스로, 1코스는 순천역을 출발, 낙안읍성 - 고인돌 공원 - 송광사 - 순천역으로 돌아오며, 2코스는 순천역에서 순천만 - 낙안읍성 - 선암사 - 순천역순으로 둘러본다. 버스 탑승비는 무료이며, 각 관광지에서 개별적으로 입장료를 내면 된다. 순천시 문화관광과 (061)749-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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