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줄서는 대학생들 그들이 '속물' 로 보이세요?

2005. 8. 22.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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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학생들이 야물어졌다. 재테크를 하는 대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가욋일 삼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과외비를 받는 날 평소에 빚졌던 친구들에게 거하게 술상을 차리던 날품팔이식 재테크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험해진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좀더 견고하고 장기적인 '재테크'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은행은 그 가운데 가장 문턱이 낮다. "딱히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안전한 재테크가 적금 붓기"라고 말하는 중앙대 박미옥(경제학 3년)씨의 말처럼 적금 통장을 재테크라기보다 사용하기 편한 돈 지갑으로 삼는 대학생들이 더 보편적일 정도다. 하지만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이나 횟수가 과거와는 천양지차이다. 조흥은행의 한 관계자는 "1∼2년 단기적금을 선호했던 예전에 비해 3년 이상 장기적금을 드는 대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졸업 후까지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김미란(경제학 3년)씨는 7년짜리 자유 적립식 적금을 들었다. 대학생 때부터 목돈을 만들기 위한 프로세스에 들어서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김씨는 "7년 뒤에 목돈이 마련되면 부동산 재투자 비용이나 결혼자금 등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한다. 그 수가 아직까진 많지 않지만 내 집 마련을 꾀하는 이들도 있다. 이화여대 김동희(법학 3년)씨는 독립할 때 아파트 청약 순위 혜택을 받기 위해 청약부금을 들었다. "이르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가까운 미래다"라고 답한다. 이 경우는 특히 서울에서 자리 잡고 살고자 하는 지방학생들에게 더 많다. 그런데 은행상품은 금리가 낮다. 우송대 조한준(경영학 2년 휴학)씨는 "돈을 보관하려면 적금도 괜찮지만 불리려면 주식만한 재테크가 없다"고 주장한다. 회사원만큼이나 주식에 집중하는 대학생들이 상당하다. 다음카페 '경제시대∼ 난, 솔직히 돈이 좋다'(cafe.daum.net/bjdj)의 운영자로도 활동 중인 조씨는 "인터넷의 경제 관련 대화방에 들어가면 10명 가운데 3명 정도는 대학생"이라고 설명한다. 각 증권사에서 실시하는 모의투자대회에 참여하는 대학생의 수는 세기도 힘들다.

대신증권이 올 9월에 개최하는 모의투자대회는 일반인과 대학생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고, 대학생 중에서 따로 '왕중왕'을 뽑는 대회를 열 계획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야망도 숨기지 않는다.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4개 학교에는 '부자 동아리'가 있다. 자수성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이 모여 부자가 되는 방법을 공부한다. 연세대 부자동아리 회장 최윤경(간호학 3년)씨는 "영어공부가 꼭 필요하듯 부자공부도 꼭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로 가도 부자만 되면 된다' 식은 아니다. '어떤 부자가 될 것인가' 함께 고민하며 '선한 부자'가 바람직한 부자라 규정한다. 서울대의 박성호(체육교육학 3년) 부자동아리 회장은 "우리는 부의 결과 뿐 아니라 부를 쌓는 과정에 큰 의미를 둔다"며 "'선한 부자'란 부를 창출하는 과정과 부의 결과를 사회와 나누는 이"라고 정의한다. 연세대 최씨는 "보통 돈에 대한 가치정립 없이 사회에 나가기 마련"이라며 "올바른 부를 쌓기 위해서는 가치를 세우는 과정이 대학 때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통 기제다. 미국의 대학생들은 융자를 받아 대학에 다닌 뒤, 직장인이 되어 갚는다. 돈이 '나'를 의미하진 아니지만, 우린 우리의 돈으로 상당부분 설명되기 마련이다. 재테크에 줄 선 대학생들이 속물로 보이기보다, 한 발 앞서 이 사회를 헤쳐나가는 이들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瘟�지숙 이화여대 <이대학보> 기자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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