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루시아'

2005. 8.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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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능적이고 섹시한 탐욕 -

'루시아'(Sex and Lucia)의 화두는 '성(性)' 이다. 여자는 옷을 벗은 채로 아파트를 거닐고, 오르가슴에 흥분하는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시킨다. 카메라는 흥분한 남성의 성기를 최대한 노출시키며 스크린 속 TV에서는 포르노 비디오의 적나라한 성애장면이 그대로 재현된다. 그렇지만 오해는 하지마시라. 간혹 화면이 섹스와 누드로 채워지지만 영화는 삶과 사랑의 진정성에 대해 힘겨워하고 고민하는 군상들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루시아(파즈 베가)는 애인, 로렌조(트리스탄 우요아)가 사고로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이성을 잃고 허둥대던 그녀는 그가 전에 함께 가자고 했던 섬에 간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해변을 거닐던 루시아는 로렌조와의 지나간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거기에서 스쿠버 다이버 카를로스(다니엘 프레이레)를 만나게 되고 슬픈 눈망울 가진 엘레나(나즈와 님리)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둥지를 튼다.

영화는 섬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 루시아의 회상 장면으로 시작한다. 루시아는 로렌조의 소설이 좋아 무작정 쫓아다니던 맹렬독자. 그녀는 첫 만남에서 "당신과 같이 살고 싶다. 당신을 사랑한다. 마친 사람 취급하지 말라"고 사랑을 당당히 고백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소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거나, 로렌즈의 상상에 의해 구체화된다. 그건 판타지와는 별개다. 오히려 인간 심리를 꿰뚫어보는 관찰력이 인물간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극을 끌고 간다.

관객은 캐릭터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알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은 새로운 관계를 조우하면서 서서히 부분에서 전체로의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로렌즈의 비밀 인생이 소설로 스며 나오기 시작하면서 캐릭터들은 기구한 각자의 인생의 실타래에 몸을 싣게 된다.

영화는 성적 유희를 아주 유쾌하게 다루고 있다. 6년 전 이름도 모르는 여자와의 달빛 아래서의 섹스를 기억하는 남자. 그 섹스의 감정을 기억한 채 딸을 키우며 사는 여자. 자신에게 던져진 사랑에 힘겨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지키려는 여자. 영화는 이런 등장인물들의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관계를 통해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전까지 본 가장 에로틱한 영화"라고 했으며, BBC 인터넷판은 "어리둥절하지 않고 명백한 세부상항의 종류에서 그려지는 흥분시키는 경험"이라고 평했다. 극도의 빛의 조절을 통해 이미지들을 풍요로우면서도 따스하게 매만져 인물의 심리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북극의 연인들>(1998)의 홀리오 메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8세 관람가. 9월 2일 개봉.

〈미디어칸 장원수기자 jang7445@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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