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과 밤배', 훌쩍 '큰' 주연, 엄청 '뜬' 조연

2005. 8. 15. 11: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개봉되는 장길수 감독의 '초승달과 밤배'는 영화 기획을 시작한지 무려 9년만, 제작에 들어간지 약 5년 만에 개봉되는 사연 많고 '한' 많은 영화.

지난 9일 시사회 후 장길수 감독이 "개봉하기까지 쉽지 않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봐 주길 바라는 마음도 강하다"며 기대와 아쉬움을 함께 피력할 정도로 많은 사연들을 안고 있다.

세상을 떠난 두 사람에게 바치는 영화

우선 이 영화는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두 사람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촬영이 진행되고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의 원작자인 '오세암'의 작가 정채봉과 연기자 김일우는 세상을 떠났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의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장길수 감독은 우연히 읽게 된 정채봉 작가의 짧은 소설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4년여 간의 설득 끝에 영화화에 동의를 얻었다.

당시 정채봉 작가는 "아이들과 할머니가 주인공인 영화에 관객이 들겠느냐"며 만류했지만 일단 허락 후에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못하고 2002년 세상을 떠났다.

'감초 연기자'로 기억되는 김일우도 마찬가지. 촬영 당시 이미 시한부 인생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병세가 좋지 않았지만 출연에 자원, 영화 속 유일한 악역을 맡았다.

장길수 감독은 "김일우씨가 극중 인물이 나중에는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게 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들어주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구구절절 사연에도 전국 단 8개관 '단촐한' 개봉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사연은 많다. 1980~1990년대 인정받는 감독이었던 장길수 감독이었지만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초승달과 밤배'의 제작비를 대겠다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장길수 감독이 직접 제작자로 나서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아 순제작비 10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영화가 제작됐다.

장 감독은 "비용이 모자라 20년 전 시대 재현이 쉽지 않았고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제작 일정이 너무 빡빡해 어린 배우들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저예산 영화'라는 딱지를 달고 서울 5개, 지역 3개 등 단 8개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이지만 강부자, 장서희, 양미경, 기주봉, 김애경 등 출연진의 면면은 '저예산'이라는 말을 무색케 한다.

개봉 기다리다 훌쩍 '큰' 주연, 엄청 '뜬' 조연

당시에는 유망한 신인, 혹은 평범한 연기자였던 출연자들이 많았지만 개봉을 기다리는 동안 장서희와 양미경이 각각 드라마 '인어 아가씨'와 '대장금'으로 스타로 부상했다.

출연 당시에는 우정출연을 하거나 찬조 출연에 가까운 낮은 출연료를 받고도 '작품이 좋아서'라는 이유만으로 출연에 자원했었다는 후문.

하지만 정작 두 주연 배우들의 모습은 실제에서는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두 주인공은 이미 훌쩍 커버려 영화 속의 모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승달과 밤배'는 1970년대 바닷가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오빠와 영양실조로 등이 굽은 여동생의 가슴아프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길수 감독의 "500개 개봉관을 잡는 영화와 단 1개 개봉관에 올리는 영화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한국 영화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말이 영화팬들의 성원과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