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5년째 해리포터 마니아사이트 운영해온 이선호

2005. 8. 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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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책 해리 포터. 해리 포터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는 미스터포터(www.mrharrypotter.com)다. 홈페이지에선 각 권의 내용과 인물분석은 물론 저자, 배우들의 근황에서 마술주문 목록, 호그와트 학교 교가, 다음에 나올 7권에 대한 루머까지 해리 포터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정작 이 사이트를 만든 것은 출판사나 전문가가 아니라 고교생 이선호군(대원외고 1)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해리 포터를 처음 대하고 매료돼 6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왔으니 벌써 5년째. 그에게 해리 포터는 단순한 책 이상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대학 교수인 아버지의 안식년 1년간 미국에서 살며 낯선 환경과 언어에 얼어붙은 마음과 닫혔던 말문을 열게 해 준 1등 공신이 바로 해리 포터였다. 오디오북을 매일 끼고 살며 해리 포터 마니아가 됐다. 함께 해리 포터에 빠졌던 쌍둥이형도 그렇게 익힌 영어 덕분에 외국어 고교에 함께 입학했다.

해리 포터 이야기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초등학교 5학년때 인터넷 카페를, 6학년때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었다. 홈페이지 제작 과정에서 관련 책을 사 보고, 인터넷 강좌를 듣고 외국 유명 사이트들의 디자인을 벤치마킹해 가며 컴퓨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2만명에 이르렀던 회원은 한 달에 한번씩 정리해 현재 9,000여명. 회원 대부분은 중·고생. 해리 포터 관련 외신을 함께 번역해 올리기도 하고, 해리 포터를 소재로 가상의 소설도 쓰는 등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다.

홈페이지도 독특하다. 일단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등록(로그인)을 하면 회원들은 마치 마법학교 학생처럼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래번클로 등 책에 나오는 기숙사 4곳에 소속된다. 여기서 펼치는 퀴즈쇼 등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7권까지 미리 생각해 놓고 만든 책이라 곳곳에 깔려 있는 복선이 치밀하고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요. 또 마법 세계를 다뤘지만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해리 포터의 매력이죠."

최근 나온 6권은 학교의 유학반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대학을 돌아다니던 중 발간돼 밤새 읽었다. 저자의 힌트를 하나 하나 쫓아가며 내용을 예상하고 맞혀보는 즐거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대학 입시를 걱정하며 시간낭비라고 말리는 친구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얻은 게 훨씬 많다.

"영어와 컴퓨터 실력도 물론 늘었지만 사이트 운영을 통해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리더십이나 전략적 사고도 생긴 것 같아요. 뿐만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어요."

해리 포터에만 매달린다고 걱정했던 선호의 부모도 어느새 적극적인 지지자로 돌아섰다. 선호의 책꽂이엔 외국 나갈 기회가 있거나 외국 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사 모은 각종 해리 포터 관련 책들이 빼곡하다. 한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판 등 각 외국어 판에 스쿨북 등 특별판에 오디오북까지. 최소한 5번씩, 또 생각날 때마다 곳곳을 펼쳐가며 읽은 책들에는 손때가 가득하다. 해리 포터는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장 큰 추억거리다.

보충수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면 오후 11시. 선호의 하루는 사이트를 한번 둘러보고 추가 자료를 올리는 것으로 끝난다. 사이트를 처음 시작하던 초등학교 6학년 그때처럼. 입시를 2년 앞둔 지금도 입시 자체보다 해리 포터 마지막권인 7권이 하필 고3때 나올 거라는 것이 선호의 걱정거리다.

고등학교 1학년. 온통 '공부' '시험'으로 가득차 있을 시기에 선호의 여유는 해리 포터가 걸어놓은 행복한 마법같기만 하다.

〈글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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