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공동선언문 전문

2005. 7.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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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문인 대표단이 60년 만에 뜨거운 가슴으로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염원했다.

평양, 백두산에서 20〜25일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는 남과 북 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행사와 문학을 통해 분단 52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나갔다. 남북작가대회에는 시인 고은 신경림 신세훈, 소설가 송기숙 황석영 김원일 현기영, 평론가 백낙청 등 남측 문인 98명과 시인 오영재 동기춘, 소설가 홍석중 남대현, 김정 4・15창작단 단장 등 북측 문인 100여명이 참가했다.

20일 오후 김병훈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장의 개막연설로 시작된 본 대회는 광복 후 60년 만에 남북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역사적 의미 때문에 시종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백낙청 6・15 공동행사준비위 남측 상임대표는 축하연설에서 “비행기를 타고 공해로 돌아와도 1시간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60년이 걸려서야 왔다”면서 “그 동안 기다린 시간이 감동의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단의 엄중한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겨레말 작가가 한자리에 모였다”며 “이 대회는 분단에 길들여졌던 문학적 상상력을 복원하고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며, 통일의 시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성취를 향한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북측의 김덕철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은 “사상, 이념, 신앙을 초월한 통일문학은 6・15 공동선언 이후 확대일로에 있는 민족 단합의 힘을 보여준다”면서 “남북 작가의 연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 문학인 대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하고 남북 문학인을 대상으로 ‘6・15 통일문학상’을 시상하며, 문예지 ‘통일문학’(가칭)을 발행키로 하는 등의 공동선언문을 채택, 발표했다.

23일 오전 5시엔 남과 북, 해외문인 150여명이 백두산 장군봉 아래 개활지에 모여 ‘통일문학의 새벽’을 열었다. 북쪽 시인 이호근씨와 남쪽 소설가 은희경씨 공동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장해명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이 지난 20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 본대회에서 채택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고은 시인이 지난밤 백두산 삼지연 베개봉호텔에서 쓴 시 ‘다시 백두산에서’를 낭독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남쪽의 이기형(89) 시인은 월북 시인 오영재씨와 부둥켜안고는 눈물바다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천지에 도착하면서부터 울음을 보인 이씨는 오씨를 만나자 “어머니를 북에 두고 내려온 나와 어머니를 남에 두고 올라온 당신은 같은 처지”라며 끌어안았고 이에 오씨 역시 눈물로 답했다.

평양 본대회에 이어 백두산 행사를 마친 남북작가대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묘향산으로 장소를 옮겨 ‘민족문학의 밤’ 행사를 치렀다.

60년 만에 남북 문인 대표단이 만났지만 ‘통일문학’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김형수 남측 집행위원장은 이번 대회와 관련해 “채택된 공동선언문은 남북 문학인들의 목표일 뿐”이라며 “언제, 어떤 형태로 이번 합의가 실행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협회의 정관과 조직 구성, 문학상의 운영 및 재원 마련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벌여야 할 북측과의 지난한 줄다리기를 염두에 둔 말이다.

또 이번 행사에선 남북 문학인들의 통일과 문학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됐다. 서로가 하나의 모국어로 ‘문학’과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문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양측의 기준과 기대가 다르고 통일의 성격과 지향을 두고도 현격한 간극이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서로의 작품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 은근하고 끈기 있게, 명실공히 문학적으로 서로에게 삼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백두산=조용호 기자, 공동취재단 jhoy@segye.com"이념・신앙 초월 통일문학의 새시대 열자"민족문학인協 구성・통일문학상 제정 합의■ 대회 이모저모◇남측 대표단이 20일 오전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20〜25일 열린 남북작가대회는 당초 지난해 8월로 예정됐으나 남북관계가 경색돼 무기한 연기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11개월 만에 성사됐다. 이로 인해 당초 20일 오후 3시 열리기로 했던 남북작가대회는 해외동포 작가의 대표 자격 부여 문제를 놓고 남북한 실무 협의자 간의 입장차가 두드러져 4시간여 늦게 열렸다.

○…21일 남측 대표단은 북측 안내에 따라 평양 시내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고향 집과 주체사상탑, 쑥섬 통일전선탑, 개선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둘러보았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1948년 남북 연석회의가 열렸던 것을 기념하려고 세운 쑥섬 통일전선탑을 돌아본 뒤 방명록에 “달 밝은 밤이면 삼천리가 한 마을”이라고 적었다.

○…21일 아침 평양 시내 관광에 나서기 전에 시인 고은씨는 북측 수행원에게 물감 한 통을 전달했다. 포장지에는 ’평양 광명중학교 1학년 김의성군’이라는 수신처가 적혀 있었다. 사연인즉, 2004년 평양을 방문한 이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방문했을 때, 당시 중학 1학년생인 김의성군이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이 전 교수는 김군에게서 받은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있으며, 지난해 남북작가대회 평양 개최가 합의됐다는 소식에 고은 시인 편에 물감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21일 오후 평양 고려호텔 소극장에는 백두산 천지에서 열리는 ‘통일문학의 새벽’ 행사를 사전 연습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북의 대표적 작가 홍석중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남북작가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홍석중씨는 60년 만에 남과 북 그리고 해외 작가들이 만나자마자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로는 벌써 통일이 다 되었구만”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장군님(김 위원장)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행사가 잘 진행되는지 물어보신다”며, 얼마 전 평양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관계자들에게 민족작가대회 준비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질문했다고 전했다.

평양・백두산=조용호 기자, 공동취재단 jhoy@segye.com 다시 백두산에서 고 은 해 뜬다/ 이 삼천리 강산 모든 풀잎들 꽃잎 이슬들/ 아침 햇발 한 살 한 살에 눈 뜬다/ 물싸리꽃 곰치꽃/ 우정금꽃/ 기뻐라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1백년 전/ 1백년 후/ 이 사이 펄펄 살아난 지금/ 어찌 하나 아니겠냐는 것 이대로 쪼개어진 절반짜리로는 더 이상 못 살아/ 돌아쳐/ 못난 가시철망 조용히 걷어내어라/ 못난 내 마음 속 굳은 벽 녹여/ 거기 문 연 푸른 들녘이거라 오늘 새벽 4시 백두영봉 정수리에 꽂히듯 올라/ 내 조국 전체를 깡그리 바라보며 바람 부른다/ 기뻐라/ 기뻐 어쩔 줄 몰라/ 어흥 호랑이 울음 운다/ 숨지 못해 젖어든 내 눈동자/ 열여섯 소년 그 시절의 그것/ 여기 백두 열여섯 봉우리에/ 내 핏줄 걸어 바라본다 내 몸의 여기저기/ 박힌 못들이/ 다 빠졌다 과연 장군봉 망천후 사이 날릴 듯 날릴 듯 날릴 듯/ 세찬 멍석바람에 휩쓸리매/ 내 조국 전체를 바라본다/ 소백 간백을 본다/ 북포태 남포태 마천령을 본다/ 구름장 비껴 /온 넋 드러내는 무슨 산 무슨 산들을 본다 그리하여/ 내 온 운명이 노래 된다 춤이 된다/ 내 허파도 지친 쓸개도 춤이 되고야 만다/ 저 칠보 낭림 묘향/ 저 구월/ 저 금강 일만이천봉/ 그리하여 외설악 내설악을 본다/ 저 문수사리 오대산/ 치악 월악/ 태백 소백을 본다/ 한 생의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을 본다/ 바다 건너/ 내 자손의 조국 한라산의 아침을 본다 아니 수수천만 산들 산골짝들/ 수수천만 산과 들에 길을 내고 가는/ 어머니와 누이 강물들/ 수수천만 겨레붙이 피붙이 얼붙이/ 그 삶과 죽음을 본다 몇해 만인가/ 다시 백두산 정수리 새벽에 올라/ 몇해 만인가 속 깊이 우짖어/ 남김 없이/ 내 빈 발걸음 터벅터벅 내려간다/ 내려가/ 삼지연 백두영봉 그림자를 오롯이 맞이한다/ 아니 둘이 아닌/ 하나의 삶 그것을 낳고야 말/ 햇빛 부신 하루를 맞이한다 저 바다 가득히 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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