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와 구로키 히토미, 한일 대표 여배우의 같은 선택

2005. 7. 14. 10: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김용호 기자>김혜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명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1986년, 15살의 나이에 ‘인형의 교실’로 안방극장에 데뷔한 김혜수는 ‘순심이’, ‘사모곡’ 등의 드라마에서 성숙한 연기를 펼쳤고, 계속해서 ‘한 지붕 세 가족’, ‘짝’ ‘국희’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건강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김혜수의 연기의 시작은 영화였었다. 1985년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이 후에도 드라마를 하는 틈틈이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계 안팎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영화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얻은 김혜수라는 이름의 지명도에 비해, 영화에서만큼은 그녀를 대표할 만한 특별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초기에는 김혜수의 착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가져온 ‘오세암’, ‘첫사랑’ 같은 영화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후 ‘닥터 봉’, ‘미스터 콘돔’, ‘찜’ 같은 가벼운 코미디 영화에서 스스로를 소비하며 가치를 높이지 못했다. ‘신라의 달밤’, ‘YMCA 야구단’ 같은 최근 영화에서도 여성캐릭터의 한계를 노출하며, 자신의 이름값다운 연기와 반응을 선보이지 못했다.김혜수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가장 아쉬운 작품은 역시 ‘바람난 가족’이 아닐까 싶다. 김혜수가 포기하고 결국 문소리에게 돌아간 ‘은호정’역은 흥행여부를 떠나서, 한국 영화사에 남을 가장 주체적이고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 중 한명으로 묘사되었기에 이를 잃어버린 아픔은 더 크다.이후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자세였는지, 김혜수는 영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얼굴없는 미녀’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강한 선택이었다. 데뷔 초부터 나이에 비해 성숙한 몸매로 주목받아왔던 김혜수는 영화제의 시상식장 등에서 강한 노출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노출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결코 벗지 않았다. 그런 김혜수가 ‘얼굴없는 미녀’에서 드디어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인다. 물론 조금 늦은 감이 있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영화에서의 김혜수의 신경질적인 연기는 논란을 낳았고, 50만 정도에 그친 흥행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그 파장만큼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영화는 최근 제42회 대종상에서 김혜수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주기에 이르렀다.다음 작품 ‘분홍신’은 김혜수에게 흥행의 단맛을 알려주었다. 개봉 1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흥행행진을 당당하게 이어가고 있고, 박제되어 있던 김혜수라는 배우의 매력은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날개짓하고 있다. 감각적인 이미지 속에서 그녀의 표정은 섬뜩하게 혹은 매혹적으로 아로새겨진다. 이렇듯 호러 영화는 여배우들에게 생명력을 주기에 충분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김혜수는 다시 한번 여배우로 비상한 것이다.이런 김혜수의 재발견은 어떤 일본 여배우의 예와 비교해볼만하다.구로키 히토미는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명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1986년, ‘화신(化身)’이라는 영화로 데뷔한 그녀는 바로 TV로 무대를 옮겨 NHK의 드라마 ‘수도의 바람(都の風)’으로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여배우가 된다. 하지만, 이 후 그 이름값만큼 주목받는 연기를 펼치지 못하던 구로키 히토미가 다시 한번 일본 대중문화계에 우뚝 서게 된 사건은 바로 ‘실낙원(失樂園)’이었다. 영화는 삶의 회의를 느끼는 50대 샐러리맨과 의사 남편을 둔 30대 후반의 여성이 만나 깊은 성애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모습을 문학적이고 또 적나라하게 묘사해 큰 화제를 모았다. 구로키 히토미는 영화 속에서 섬세한 몸짓으로 대담한 노출연기를 펼쳐 강한 인상을 모았다. 이 영화를 통해 구로키 히토미는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의 주연상을 독식하며 다시 한번 최고 배우로 우뚝 설수 있었다.중년으로 넘어가는 여배우에게 있어서 노출연기라는 것이 매혹적인 ‘기회’이자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를 통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얼굴없는 미녀’를 선택한 김혜수와 ‘실낙원’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 구로키 히토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카드를 잘 사용해서 배우로서의 삶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것이다.김혜수가 노출연기 이후 ‘분홍신’이라는 호러 영화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처럼, 구로키 히토미도 역시 호러 영화들에서 다시 매력을 발산했다. ‘실낙원’이후 ‘스즈란’, ‘천리안’ 같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연기를 하던 구로키 히토미가 또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링’의 연금술사, 호러 영화의 제왕으로 불리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검은 물밑에서’였다.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국내에서도 개봉해서 인기를 모은 이 영화에서 구로키 히토미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대항하는 당당한 여자의 모습과 함께 아이를 향한 모성애, 그 집착과 광기까지 표현한다. 그런 최고의 연기력으로 자신을 일본 최고의 여배우라고 당당하게 증명해보였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깊은 설정과 치밀한 연출 속에서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표현한 것이다.이렇듯 한 배우의 자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선택의 현명함이다. 그저 흥행결과를 쫓느 선택, 상대 배우를 따라가는 선택 등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일차적인 선택을 해서는 배우로서의 전체 필모그래피를 볼 때 결국 배우생명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한일 양국의 대표적인 여배우였지만, 한 때 부진했고, 결국 좋은 영화 선택을 통해서 다시 한번 부활한 김혜수와 구로키 히토미의 영화선택의 예는 이렇게 비슷했다. 이것은 선택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의 모범답안은 있는 것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자신의 영화인생을 고민하는 젊은 배우들이 한번 참조해봐야 할 이력이 아닐까 싶다.최근 블록버스터 러브스토리를 표방하는 ‘도쿄타워’라는 영화에 출연한 구로키 히토미는 영화 속에서 다시 한번 중년의 매력을 표현했다. 이 영화를 국내 수입한 스폰지에 따르면 구로키 히토미가 한국 방문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고, 영화의 국내 개봉에 즈음해 방한일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구로키 히토미의 한국 방문이 이루어진다면 그녀와 김혜수와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서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여배우로 우뚝 선 둘의 만남은 그만큼 자연스럽고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양국의 대표 여배우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yhkim@newsen.co.kr손에 잡히는 뉴스, 눈에 보이는 뉴스(www.newsen.co.kr)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