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귀국] '대우 퇴출 저지' 로비 의혹 규명

2005. 6. 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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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쟁 찬양 거짓 교육 안돼요” 스기나미구주민들 서명・거리투쟁 장맛비 속 우익단체 방해에도 ‘결연’ “우리들에게 진짜를 가르치길 바라요/ 속이지 않고 진실을 응시할 용기를보여주길 바라요/ … /전쟁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과거의 전쟁이 옳은 것이었다는거짓말로 가득 찬 교과서로 아이들을 세뇌하고 있네/ 새역모 교과서 채택을막읍시다/ 이런 무시무시한 것 허용해서는 안 돼요.” 2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구청앞.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모임’(새역모)의 왜곡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스기나미 부모의 모임’이주최한 집회에서 울려퍼진 노랫가락은 1980년대 한국의 시위현장 분위기를 물씬풍겼다.

40~50대 중년 여성들부터 20대 대학생, 40대 철도노동자, 80~90대 백발이 성성한할머니・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참가자 150여명은 아침부터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9명으로 구성된오키나와의 노래운동그룹 ‘요시와 주곤’의 서투르지만 진솔한 울림을 음미하고있었다.

바로 그때 길 건너편에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짙은 회색제복 차림의 50대남자가 갑자기 우익단체의 선전차량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는 메가폰의 음량을최대로 올려 “새역모 교과서를 비방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를 포함한우익단체 회원 10여명은 낮 12시부터 시작된 집회 한 시간 전부터 대회장을 선점해새역모 교과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등 ‘방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집회장주변에서 경계활동을 펴던 경찰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

이날 풍경은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스기나미구가 갖는 상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것이라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4년 전인 2001년 8월 스기나미구의 채택 결과가사실상 전체 교과서 채택전의 분수령이 됐다. 당시 참패를 겪은 새역모 쪽에선이번에도 스기나미구의 채택 여부가 전체 채택전의 승패를 좌우할지 모른다고 보고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없다고 한다.

스기나미 주민들은 실제 왜곡 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풀뿌리 차원 운동의선봉에 서 있다. 이들은 그동안 서명운동을 벌이는 한편, 지난달 14일부터는 구청앞 등에서 ‘거리투쟁’을 해오고 있다. 때문에 연대투쟁을 위해 방문하는단체들도 적지 않다. 이날은 전국 각지의 10여개 노조 등이 함께 참여해 새역모교과서 반대의 열기를 북돋웠다. “연대의 마음을 모아 지지를 전달합니다”라는한국 민주노총의 지지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부모의 모임 대표인 오가사와라 게이코(55)는 “새역모 지지 성향의 구청장측근이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데다, 교과서 채택 관련 조항을 개악해 현장 교사나구민의 의견을 배제한 채 구 교육위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하려 하고 있다”고주장했다. 그는 “새역모 교과서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가르치지 않으며, 침략전쟁이 아니라 아시아의 해방을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하고있다”며 “이웃나라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올바른 교과서가 우리 아이들에게는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료 10여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제이아르(JR) 노동조합의 사토 마사카즈(44)는“스기나미는 일본의 전쟁반대 세력에게는 하나의 돌파구”라며 “새역모 교과서는전후 60년 일본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노동자・농민운동에 대해 전혀기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연사로 마이크를 잡은 75살의 할머니는“태평양전쟁 때 일본은 신의 나라이므로 반드시 전쟁에서 이긴다고 배웠다”며“다시는 전쟁을 찬양하는 교육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오후 3시께 예상을 훨씬 웃도는 ‘투쟁 성과물’인1만1540명의 서명을 구 교육위원들에게 전달했다.

도쿄/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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