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한류> '여인천하", 홍콩 한류 꽃피운다

2005. 5. 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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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천보라 기자>한국 드라마를 놓고 한바탕 대격돌이 예상된다.라이벌로 일컬어지는 홍콩의 메이저 방송사 TVB와 ATV는 드라마 ‘대장금’의 열기를 각각 ‘허준’과 ‘여인천하’로 이어갈 방침을 미리부터 세웠다.현재 홍콩은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한류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 홍콩의 수많은 방송채널들은 한류 드라마 마케팅에 혈안이 돼 홍콩에 방송할 한국 드라마를 찾느라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홍콩 TVB와 ATV의 라이벌전은 메이저 방송사 급이 한국 드라마를 놓고 한판 붙는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5월6일 ‘대장금’은 홍콩에서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당당히 시청률 1위를 마크했다. 이날 홍콩의 거의 모든 신문에 대서특필된 이 뉴스에 홍콩 TVB는 누구보다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홍콩 TVB는 “이번 ‘대장금’의 성공은 홍콩 제작업체들의 패배가 아니라 우리 마케팅 기법의 성공이다”며 “한국 제작업체에서 배울 것은 배우자”고 ‘대장금’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역설한 바 있다.홍콩 TVB가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홍콩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이에 질세라 라이벌 방송사 ATV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홍콩 ATV는 TVB의 라이벌 방송사로 TVB가 한국 드라마 ‘대장금’으로 홍콩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데 성공하자 ‘대장금’에 필적할 만한 한국 드라마를 찾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다. ATV는 일단 ‘대장금 열풍’이 조금 가라앉은 시기를 ‘대장금’이 최종회를 맞는 시기로부터 약 3주 후로 정하고 ‘대장금’에 필적할 만한 드라마로 SBS 드라마 ‘여인천하’를 선택했다.ATV는 6일자 신식시보(信息時報)를 통해 “홍콩 시민들이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조선시대 중종이 통치하던 시대적 배경을 잘 알고 있다. ‘여인천하’ 또한 중종이 출연해 같은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으므로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쉬워 ‘여인천하’를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이미 ATV는 ‘여인천하’를 방영하기도 전에 온갖 홍보수단을 동원해 붐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TV는 ‘여인천하’가 방영되는 5월 23일보다 나흘 앞선 5월19일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15만 홍콩달러(한화 약 2,00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여인천하 마라톤 시청 대회’를 개최한다. ‘여인천하 마라톤 시청 대회’는 홍콩 시민들이 마라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여인천하’ 150회분을 보는 것이다.웬카이렁 ATV 프로그램 편성 부국장은 “참가자들은 첫째 날인 19일 14시간 동안 여인천하를 시청하게 되며 갈수록 시청 시간이 길어져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21시간 동안 봐야 한다”고 대회의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ATV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여인천하’의 보도 자료를 수시로 각 언론사에 배포, 지금 홍콩의 언론들은 ‘여인천하’의 소식으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여인천하’의 대략적 내용과 스틸사진을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여인천하’의 출연진인 강수연, 이덕화, 전인화 등의 소식까지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이러한 ATV의 분주한 움직임에 팔짱을 낀 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TVB가 아니다. TVB는 ATV가 ‘대장금’과 같은 시대적 배경을 관통하는 한국 사극의 카드를 내밀자 5월2일부터 전광렬 황수정 주연의 드라마 ‘허준’을 방영해 벌써부터 중국 팬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TVB는 ‘대장금’ 후속으로 결정했던 일본 드라마 ‘오오쿠’를 방영 직전 취소, 갑자기 한국 드라마 ‘허준’으로 변경해 이례적인 사건을 터뜨리기도 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 드라마 ‘오오쿠’는 한국판 ‘여인천하’로 불리며 이미 한국의 일본문화채널 DCN에서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오쿠’는 도쿠가와 쇼군 한 명을 위해 1,000여 명의 여인이 모여 살았던 사저(私邸)를 배경으로 이들의 애정, 질투를 그려낸 시대극이다. 현재 중국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반일 감정 때문에 TVB가 ‘오오쿠’의 방영을 취소했는지 ‘대장금’의 열풍이 뜨거워 그 열풍을 이어가고자 한국 사극 ‘허준’을 선택했는지 그 속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의 한류가 최고조에 이르러 홍콩 TVB가 한국 드라마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홍콩의 메이저급 방송사 TVB와 ATV가 한국 드라마의 홍콩 성공 여부를 놓고 경쟁을 한다는 사실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흐뭇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때마침 ‘대장금’ 열풍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까지 불러 일으켜 홍콩은 지금 한류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TVB와 ATV는 ‘허준’과 ‘여인천하’같은 시대극 뿐 아니라 ‘풀 하우스’ (TVB) ‘불새’ ‘결혼의 법칙’ (ATV) 같은 현대극으로도 맞서고 있어 앞으로 홍콩 TV에서 한국 드라마는 더욱 기세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홍콩 시청자들은 과거 한 때 일본식 트렌디 드라마를 선호했다.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시청자 가운데 특히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아시아로 급속히 퍼진 한류를 통해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로 많이 돌아섰다. 이제 홍콩서 TV 채널을 돌리면 낯익은 한국 탤런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홍콩 TVB가 예고 방송까지 내보낸 일본 드라마 ‘오오쿠’의 방영을 취소하고 한국 드라마 ‘허준’으로 변경한 건 큰 의미가 있다. 일각에서는 반일 감정 때문에 일본 드라마를 취소했다는 의견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지만 아마도 한국 드라마 안에서 홍콩인들이 감동을 받을 만한 정신을 찾으려는 선택이 아니었을까?foxygirl@new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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