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중소기업 '아름다운 도전'

2005. 4. 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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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숨겨진 시장틈새 해쳐라길은 열린다세계적 기업 미쓰비시가 공들여 개척하던 틈새 시장에서 일격을 당했다. 한국의 한중소기업이 발빠르게 따라 들어와 한국 시장을 양분한 데 이어 세계 시장에서도한판 승부를 벌이겠다고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제 막 커지고 있는 초고속 손건조기(핸드 드라이어) 시장 이야기다.

■ 미쓰비시? 기술로 붙자!=위성통신용 시스템 구축 업체인스페이스링크가 초고속 손 건조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양희식 사장이일본에 출장간 것이 계기였다. 일본 호텔에서 위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는 기존 손건조기와 달리 건조기 사이의 홈에 손을 넣으면 강한 바람으로 물기를 떨어뜨리는초고속 건조기를 써 본 양 사장은 ‘바로 이거다’라고 느꼈고, 귀국한 뒤과감하게 이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심했다. 미쓰비시가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아직주요 전자업체들이 뛰어들지 않은 상태였고 이제 시작되는 개척시장이어서기술력만 앞서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2년 가까운 연구개발을거쳐 2004년 1월, 스페이스링크는 ‘바이오 장풍’이란 브랜드로 시장에뛰어들었다.

스페이스링크, 초고속 손 건조기로 미쓰비시 제쳐비티오,카세트페이프-엠피3 호환장치 매출 쑥쑥케드콤, ‘한물 간’ 타자기 미국 등에느긋한 수출 바이오 장풍은 곧 미쓰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 건조기가손을 말리는 데 30초 가량 걸리는 데 반해 바이오 장풍은 시간을 5~10초로 줄였고,미쓰비시에는 없는 항균기능도 더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250만원선인 미쓰비시의절반 수준인 130만원대로 책정해 마케팅을 시작했다. 판매는 이내 늘어났다. 출시첫해인 지난해 3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므로초고속 건조기로 1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자신한다. 빠른 눈으로 새로운시장을 포착한 덕분에 스페이스링크는 솔루션업체에서 이제는 제조업으로 변신하며틈새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룡같은 대기업들 틈새에서 소금장이처럼 가볍고 발빠르게 활로를 찾아 틈새를뚫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있다. 덩치 큰 업체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숨은시장을 찾아내 이색 아이디어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를 충족시키는중소기업들이 있다. 이미 모든 분야를 주요 기업들이 차지한 것 같지만 찾아보면시장은 넓고 틈새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이다.

■ 구닥다리 속에도 노다지=올해 창립 3년째인 신생기업 비티오는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하려는 수요를 재빨리 포착해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이회사는 엠피3가 개발되면서 몰락한 대표적인 기술인 카세트 테이프에서 숨은경제적 기회를 찾아냈다. 이 회사의 ‘플러스 데크’는 카세트 테이프에 담긴자료를 엠피3 파일로 만들고, 반대로 인터넷 음악 파일을 테이프에 녹음할 수 있는장치다. 구입한 뒤 처박아 놓기 일쑤인 어학용 카세트 테이프를 엠피3로 바꿔녹음하거나 녹음해뒀던 카세트 테이프가 망가지기 전에 디지털 파일로 변환할 수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직원이 단 3명뿐인 이 회사는 이 아이디어로 30여개국에수출하면서 지난해 2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5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있다.

강홍구 비티오 대표는 “모든 오디오 기기가 디지털화되어 컴퓨터로 흡수되는과정에서 유일하게 빠진 기술이 카세트 테이프란 점을 보고 개발에 나섰다”며,“수요가 크지 않지만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존재하기 때문에 수출 국가는 더욱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멸종 제품의 재발견=이제는 생활속에서 사라진 멸종 제품으로 아직도돈을 버는 회사도 있다. 컴퓨터가 보급된 뒤 멸종된 전동 타자기가 케드콤이란회사에게는 효자다. 다른 타자기 제조업체들이 견디다 못해 모두 문을 닫아 이제세계적으로 케드콤과 브라더 등 단 두 회사만이 이 시장에 남게 되면서 오히려독점적 위치를 누리고 있다. 주 수출지역은 미국으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40대 이상의 ‘타자기 세대’들, 그리고 규정상 컴퓨터를 쓸 수 없는 미국교도소에서 전동타자기를 주로 찾는다. 이 밖에 관공서 서식을 만드는 데 타자기를쓰는 나라들, 어린이 타자 연습용으로 타자기를 찾는 중남미 등지에서 꾸준히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 연정흠 부장은 “우리의 타깃은 인터넷이 안들어오는 지역과타자기세대가 많은 나라들로, 요즘에는 동남아 쪽도 눈여겨보고 있다”고설명했다. 지난해 700만달러(70억원) 어치를 수출했고, 올해는 30% 이상 매출이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소기업도 자동차를 만든다?=사실이다. 분류상 ‘기타 자동차’로불리는 간이 이동수단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거대 자동차 회사들이 안만드는‘틈새 자동차’다. 신성골프카는 골프장을 순회하는 골프카로 특화해 자리잡은회사다. 국내 골프장과 호텔, 그리고 공항에 공급하는 한편 대만과 중동쪽에수출하면서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소기업은 아니지만 삼성・엘지 등 거대한 가전업체들 틈바구니에서소형・생활가전으로 특화해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중견 가전업체 동양매직의 경우발빠른 ‘복합화’ 아이디어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동양매직의 ‘매직시스콤’은 가스레인지와 식기세척기를 결합한 제품으로 위에서는 요리를 하고아래에서는 설거지를 한다는 특이한 이중 기능을 내세우는 제품이다. 복합화로크기를 줄인 덕분에, 값이 60만원 이상인데다 크기도 만만찮은 식기세척기를구입하기 힘든 독신자들과 신혼부부들이 주로 구입하고 있다. 지난 1994년 출시한뒤 12년째 꾸준히 팔리면서 이 회사의 대표적 ‘장수 틈새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구본준 최혜정 기자 bonbon@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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