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TV 프로그램 직접 제작

2005. 4.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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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눈으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이주노동자가 본 한국사람,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리겠습니다."(해미니 이주노동자TV모임 대표)오는 16일 밤 9시 이주노동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 `이주노동자세상`이 첫 방송을 탄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들을 다룬 프로그램은 적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이 직접 기획, 제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번 걸러진 시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단연 눈길을 끈다.RTV시민방송(이사장 백낙청, 스카이라이프 154, 케이블)이 편성한 이 프로그램은 이주노동자들이 촬영실습 등 방송제작 기술을 익혀 직접 만든 대안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RTV기술진은 이들에게 카메라기술을 교육하고, 공동작업 후 녹화지원하면서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내용 구성은 노동자들이 전담하고, RTV측은 기술협조에만 머물렀다.`자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기존 미디어의 시각이 왜곡, 편향되기 일쑤`라는 문제의식에서 기획은 시작됐다. 현실을 바로 알리고 자신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겠다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난 80년대 말부터. 약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97개국 약 40만명에 이른다. 이중 길게는 십여 년 , 짧게는 3년 정도 한국체류 경험을 가진 이들 11명이 모여 `이주노동자TV(Migrant Worker`s TV)를 준비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버마 네팔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지역 뿐만 아니라 중국, 독일 등 지역이 다양하다. 이중 뚜라(버마, 33)는 1994년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벌써 10년이 넘은 고참 노동자다. 그는 "이주노동자 관련 보도는 한국사회가 보는 이주노동자의 일면만 비췄다"고 말한다. "한국의 미디어가 그때 그때 사회 흐름에 따라 내용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다.1999년 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마불(방글라데시, 29)는 "처음이라 폭넓게 취재 못한 점이 아쉽다"고 제작 소감을 밝혔다. 최춘화(중국동포)는 "질문이 정확해야 하는데 말이 헛나와서..."라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털어놓았다.다음은 `이주노동자세상`을 총괄지원한 이병한 미술인회의 운영위원겸 심스페이스 대표가 털어놓은 일문일답이다.-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제안하시게 되었습니까? 평소 주변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이주노동자 관련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느낀 점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경우 제대로 미디어를 이용하기보다는 소규모의 자체행사 정도로 끝나버리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기보다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왔습니다.자신의 이야기가 제작자의 사전 제작의도에 맞게 편집되고 가공되는 하나의 소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이 제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미 미디어에 대한 자신들의 욕구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저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뿐이지요. -말도 서툴고 영상의 문외한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방송제작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같이 진행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말이 능통해서 언어적인 장벽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작업에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는 합니다. 서로가 배워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계획대로 잘 추진이 되었나요? 사실은 모든 준비가 처음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집중이 안 된다는 점도 큰 어려움이고요.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될 텐데, 당분간은 이런 상태로 어느 정도 실험적인 단계를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베를린에 있을 때 ‘열린채널’ (Offener Kanal)을 본 바에 의하면 거기에 최악이 많았거든요. 적어도 저희는 최악에서 출발하진 않는다는 것으로 자위하고자 합니다. ^^ -작업에 임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각자 조금씩 다른 상을 그리고 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로 간의 의견 조정도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이고요. 아직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역시 작업을 진행하면서 성과를 조금씩 확인해 간다면 더 많은 동기부여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미디어의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작업 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를 느끼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방송`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이 직접 제작한 만큼 ‘대안적’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하겠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제3자가 감상적으로 접근하거나 피상적인 논리로 기술할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은 항상 존재의 문제와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황을 `아시아, 아시아`적인 시각 이상으로 다루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분노와, 그들의 희망을 이야기해야만 하고, 우리도 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보아야 합니다. 미디어도 칼과 같아서 이주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차별과 맞설 수 있는 무기로 쓰일 수도 있고, 이들의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유지해 갈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들의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교류하면서 서로의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자연스럽게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진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면,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한국인을 위해서도 반드시 있어야 할 구조일 것입니다. 지속 제작이 가능한 안정적 여건을 만들어 가는 일,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 뒷전에 가려진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시스템 안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양쪽 모두의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식을 계속 모색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봅니다.[TV리포트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방송 전문 인터넷 신문 TV리포트제보 및 보도자료 tvreport.co.kr <저작권자 ⓒ 도끼미디어 TV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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