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정의 영화일기]지금, 만나러 갑니다

2005. 4. 1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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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주소 좀 알려주세요.” “네, 언테임드(untamed)….” “네〜에?” “유,엔,티,에이,엠,이,디. 길들여지지 않은, 억누를 수 없는, 뭐… 이런 단어예요.” “이메일이 조금 엉뚱하네요.”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 때마다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이다. 게다가 가끔은 ‘내성적이실 줄 알았는데, 이메일 주소 보니 은근히 터프하신가봐요’ 라는 얘기도 듣는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래서 ‘아니에요. 영화제목이에요’라는 얘기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시나요’라는 물음에는 ‘언테임드’라고, 그래서 이메일 주소도 영화 제목이라고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 듯 말이 많아진다.

영화의 원제목은 ‘언테임드 하트(Untamed heart)’이다.

캐럴라인(마리사 토메이)은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그저 일상에 찌든 여자였다.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던 어느 날 불량배를 만나지만,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애덤(크리스천 슬레이터)이 구해준다. 애덤이 그동안 자신을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게된 캐럴라인. 그녀의 마음속에도 애덤이 들어온다.

이제부터 싱글이건 옆에 누가 있는 사람이건 간에 모두 마음을 굳게 가져야만 한다. 애덤이 보여주는 사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우선 애덤은 캐럴라인만 바라본다. 그녀가 그의 우주고 전부다. 그녀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이라면 애덤은 어떻게든 이뤄준다.

캐럴라인이 크리스마스 트리는 소나무향이 나는 진짜 나무에 꾸미고 싶다고 하자, 애덤은 그녀가 잠든 사이 그녀의 방 안 가득 향을 풍기는 소나무로 트리를 만들어 놓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감동하는 캐럴라인의 모습에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우리집은 아파트라서 안되겠다….’ 심지어 애덤은 자신의 생일 날에도 캐럴라인을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LP판을 그녀에게 건넨다. 아니… 자신의 생일 날 어떻게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선천적으로 심장병이 있었던 애덤은 심장 이식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이를 거부한다. 캐럴라인이 화를 내며 왜 수술을 안 받느냐고 묻자 애덤은 대답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심장에 있는데, 심장을 가져가 버리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도 없어져 버릴까봐서요”라고. 내가 ‘언테임드’에 대한 감정에 심취되어서 이렇게 설명하다보면,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열 명 중 아홉은 “뭐야... 유치해”라고 꾸짖듯 말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조차도 “그래서 수술해? 해피엔딩인 거야?”라고 묻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준 횟수만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이후 펑펑 울며 영화를 보고난 그들은 ‘언테임드 폐인’이 되어 영화 후반부 ‘심장 대사’를 주변에 퍼뜨린다. 주변을 잘 둘러보시길 바란다. ‘심장 대사’를 중얼거리는 사람들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친구다.

궁금해진다. 지금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언테임드 폐인’이 될까?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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