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미확인자 가족 DNA 채취

2005. 1. 11. 07: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은 우리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11일까지 사망・실종자가 20명 발생했으며 소재 미확인자는 78명으로 파악됐다. 한국인의 지진해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 대처의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과 관련해 11일까지 정부가 파악한 한국인 희생자는 사망 12명, 실종 8명 등 20명이다. 구체적으로는 태국 푸껫 남단 피피섬에서 김모(45・여)씨 등 9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푸껫과 뜨랑에서 각각 1명 사망하고 푸껫 인근 카오락에선 1명이 죽고 5명이 실종됐다. 또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교민 2명이 실종됐다.

정부는 한국인 희생자가 20명에서 현격히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태국에서 32개 교민 여행사를 점검해 관광객의 연락처를 모두 파악한 결과 추가 실종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20명의 희생자는 결코 적은 수는 아니지만 사고 당시 태국 푸껫 인근에만 1000여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작용한 탓이 크다. 피해가 컸던 피피섬의 경우 12월24일부터 여행요금이 두 배로 뛰어 사고 당시 2개 팀만 들어갔다. 또 피피섬의 하루 숙박료가 300달러(약 33만원)를 호가해 배낭여행객이 묵을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카오락 역시 숙박비가 비싼 지역으로 한국인의 주요 관광 대상 지역이 아니어서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전후해 아직까지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소재 미확인자들이다. 사고 당시 피해 현장에 있었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은 채 연락두절 상태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잠정적인 사고자라 할 수 있지만, 정부는 이 가운데 실제 사고를 당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78명 중 피해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안 된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개가 이번 사고와 관련없는 제3국으로 출국한 뒤 연락이 없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고한 경우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이 실제 사고를 당했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입국 자료를 통해 소재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또 소재 미확인자 가족의 DNA 채취 작업에도 돌입했다. 가족의 DNA와 사고 현장의 시체에서 채취한 DNA를 대조해보기 위한 것이다. 이 작업이 본격화되면, 소재 미확인자 중 실제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는지 보다 정확하게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우리에게 그동안 간과해 온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줬다. 특히 여행문화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이준규 재외국민영사국장은 “소재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된 여행객 가족 대부분이 여행 일정이나 출입국 항공편 등을 모르고 있어 소재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여권번호 등 몇 가지 사항만 메모를 남기고 떠나도 쉽게 행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여권번호 ▲여권 영문 스펠링 ▲주민등록번호 ▲출국 항공・선박편 명 ▲현지 숙박호텔 ▲여행 일정 등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가족에게 전하라는 것이다. 여권번호는 출입국시 우리나라와 여행국 컴퓨터에 기록되기 때문에 여행객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를 아는 데 도움이 되며, 여권에 적힌 영문 스펠링을 알면 외국과 연락할 때 편리할 뿐 아니라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

12개단체 300명 구호외교 구슬땀민간・종교단체 봉사활발한국월드비전・기아대책기구등 맹활약현지선교사・자원봉사자와 손발 ""척척""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나라 민간・종교 단체는 곧바로 팔을 걷어붙이고 구호에 나섰다. 정부가 지원금 책정에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민간・종교 단체는 초기부터 활발하게 구호단을 파견하고 모금운동에 나선 것이다.

11일까지 모두 12곳의 민간단체가 300여명의 구호요원을 보냈으며 지원금액도 780만달러(약 82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국월드비전은 사고 직후 스리랑카 바티칼로아 지역으로 11명의 구호팀을 보내 구호활동을 펴고 있고, 한국기아대책기구도 인도네시아의 반다아체 지역에서 57명의 구호팀이 활동 중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인도네시아 믈라보 지역에서 13명, 스리랑카 마타라 지역에서 4명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한국 민간단체의 활동은 현지에서 더 인정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구호단체들은 몇몇 도시에서만 활동하고 트럭에서 물품을 무작위로 나눠주는 등 ‘마구잡이식’ 구호 활동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 구호단체들은 현지 선교사, 자원봉사자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효과적으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스리랑카 남부 갈 지역은 세계식량기구(FAO)도 물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지만, 한국 구호단체가 이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물품을 구입・수송해 나눠 주고 있다. 이에 스리랑카에서 활동하는 FAO 관계자는 “한국 구호단체가 가장 모범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상민 기자초기 정부대응 문제점사고 4일후 당정협의시체감식반 늑장 파견국민보호 면피에 급급 남아시아 지진해일 발생 이후 정부는 국민 피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숱한 비난을 들어야 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는 한때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는 글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유럽의 피해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 정부의 대응 속도는 느렸다.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26일 사고 직후 외무장관이 스리랑카를 찾았고 일본 역시 기민하게 조사단을 파견하고 희생자를 파악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고 발생 4일 후에야 당정 협의에 나섰다. 또 관련국의 대응 수준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외교부 차관과 영사담당대사를 현장에 파견했다. 이 같은 굼뜬 대응은 ‘면피성 국민 보호’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인도네시아 등 지진 피해국 구호금 규모를 놓고도 초기 60만달러의 긴급구호금을 책정했다가 부랴부랴 이를 5000만달러까지 늘리는 등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며 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지원이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는 특히 실종자의 시체를 찾는 데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시체 확인을 위해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자와 31일 경찰청 지문감식반을 현장에 보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시체의 부패가 시작된 뒤였다. 법의학자와 지문감식반은 수많은 시체 더미 속에서 한국인 시신 4구를 찾아냈지만 더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지문감식반 박희찬 경사는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시체가 빨리 부패해 신원확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말했다. 뒤늦은 파견이 아쉬웠다는 것이다.

또 태국 정부는 부패가 심한 시체를 가매장하기로 결정했고, 실종자를 수색하던 한국 119 중앙구조대도 철수해 추가적인 시신 발굴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태국 정부는 모든 시체의 DNA를 채취하겠다고 밝혔고, 외교부도 최종 신원 확인을 위해 태국 정부로부터 필요한 협조 제공을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태국 카오락 해변에서 여권만 발견된 채 실종된 이모(31・여)씨의 오빠는 “현장을 둘러보니 태국 정부가 시신 신원확인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정부 대처는 진전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11일 “따뜻한 재외국민 보호와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는 부족했지만, 지진해일 참사 직후 정부가 보여 준 대응은 비교적 체계적인 편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본부에 사고수습본부를, 태국 푸껫에 현장지휘본부를 설치했으며 관련 부처가 의료지원반과 수송용 항공기를 준비하는 등 시스템 면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상민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