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K-록 챔피언십" 대상에 4인조 밴드 해령

2004. 12. 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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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중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 ‘그루브(groove)’란 말이 유행한 지도 꽤 됐다. 사전적 의미로 ‘즐겁고 유쾌한 경험, 즐거움’ 등을 뜻하는 ‘그루브’는 음악에서는 ‘흥겨운 리듬감’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음악을 어떻게 연주해야 ‘그루브’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느낌대로 연주하고 듣는 사람들이 흥겨우면 “그루브하다!”고 말할 뿐이다.

최근 데뷔 앨범을 내놓은 혼성 5인조 밴드 지플라(G-Fla)는 그루비 플라밍고(Groovy Flamingo)의 줄임말. 그룹은 ‘그루브에 대한 열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솔(soul) 혹은 펑키. R&B와 힙합이 주도하는 한국 흑인음악의 지형도에 새로운 장르를 추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우리의 그루브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태예요. 느리더라도 듣는 사람을 춤추고 싶게 만들면 그루브가 있는 거죠.” 밴드의 리더이자 키보드를 맡고 있는 이궐(27)은 “그 남자애는 내 그루브가 아니다”라는 ‘예문’까지 들며 단어 ‘그루브’에 담긴 뜻을 확장했다.

이궐, 드러머 정수영(27), 베이스 정희영(26), 보컬 정인(24)의 여성 4인방에 남성 기타리스트 김지인(25)이 합세했다. 음반은 흑인음악 특유의 끈적임과 흥겨움으로 가득차 있다. 정신없이 빠른 리듬은 아니지만 몸을 꿈틀대며 움직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세련된 현악기 소리로 시작되는 ‘우리’는 대중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곡.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함께한 ‘사랑을 하고 싶어’는 명랑한 분위기가 돋보이고, 정석적인 리듬감을 선보이는 ‘트루 러브’는 밴드로서의 역량을 잘 드러낸 곡이다.

전곡을 통해 목덜미를 서서히 감고 도는 듯 흐느적거리는 정인의 보컬이 빛나고, 연주도 안정적이다. 단, 타이틀 곡으로 리메이크 곡 ‘러브 스토리’를 채택한 점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인으로서 대중의 인지도를 단시간에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익숙한 멜로디의 옛곡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안이한 선택이다.

솔, 펑키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감’이 중요한 음악. 김지인은 “학습으로 감을 익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놈에 맞춰 떨어지지 않는 느낌” “몸으로 하는 음악”인 솔, 펑키는 악보로 쉽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인은 “장사익 아저씨를 존경하지만 제2의 장사익이 되고 싶지는 않은 것처럼, 우리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1년 전 비슷한 종류의 음악으로 먼저 데뷔한 아소토 유니온 때문에, 지플라를 두고 ‘여자 아소토 유니온’이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 이궐은 “그들은 전부 실제 악기를 쓰면서 거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반면, 우리는 (실제 연주가 아닌) 음원도 사용하면서 좀더 도시적인 음악을 추구한다”며 “아무래도 우리가 ‘비주얼’이 좀 더 낫지 않냐”며 농을 건넸다. 방송보다 라이브가 더 자신있는 지플라는 내년 2월을 전후해 장기간 소극장 공연에 돌입할 예정이다.

〈글 백승찬・사진 박재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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