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2살 이하 영・유아 엄마가 키우게 해줘야

2004. 11. 20.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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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야위어진 가을 햇살로 수출 둔화와 내수 침체 장기화에 따른 불황으로 인해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기에는 어림없는 듯한데, 기온마저 떨어져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기저기 몸이 아파 침구과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부쩍 속앓이를 겸한 환자를 접하게 된다. 그 가운데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입이 한 쪽으로 비뚤어지는 말초안면신경마비 환자, 이른바 ‘구안와사(口眼斜)’ 환자의 경우 열 명이면 여덟아홉 명은 자신이 중풍에 걸렸다고 전전긍긍하며 온 가족과 함께 병원을 들어선다. 한동안은 오는 환자마다 가족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초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이 설명 저 설명 다해가며 아는 지식을 모두 풀어 놓았다. 그리고 내심 나의 유식함에 대해 스스로 만족해 하곤 했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설명이 끝난 후 환자와 보호자의 반응은 대부분 “아! 중풍은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그럼 중풍과 구안와사는 어떻게 다른가요?”였다. 순간 내가 쉬운 설명이 아니라 어려운 강의를 했고, 환자나 보호자는 졸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요즘은, 중풍은 아니니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는 위안과 함께 얼굴에 걸린 독감이라고 설명해 준다. 다만 후유증이 남는 것이 특징이니 치료 목적은 후유증을 최소화는 것이라며 회복되는 질이 중요하다는 부연 설명도 잊지 않는다. 여기서 의외로 간단한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도 결국 세상사의 일부분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의 의료 현실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환자들을 혼동하게 하고 어려운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인들은 ‘중풍’이라면 한방이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의 중풍은 뇌졸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일반인은 뇌졸중이라는 말보다 중풍이라는 말을흔히 사용하는 것일까?아마도, 역사적으로 전통 한의학에서 CVA(Cerebrovascular Accident), 즉 뇌졸중이란 개념이 외국으로부터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뇌졸중과 비슷한 질환을 중풍이라고 자연스럽게 일컬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중풍은 풍에 맞았다는 뜻이다. 정갈한 머리나 옷매무새를 흐트러뜨리는 바람이 정기가 허한 것을 틈타 경락을 따라 우리 몸에 침범하면 때로는 입이 돌아가게 하고 심하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혀가 움직이지 않아 말을 못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팔다리도 못 쓰게 되는 질환임을 경험적으??알게 된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그 원인은 풍사가 경락을 통해침범하여 심한 경우 오장육부에까지 들어갔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중풍이란 단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왜 사람들은 구안와사를 중풍이라고 오해할까? 그것은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도 경미한 중풍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풍에 맞기는 맞았어도 뇌졸중에 비하면 경미하게 맞아서 경락을 타고 혈맥에 침범했지만 장부에까지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내 의료 환경을 고려해 보면 역사적・전통적 단절이 한방・양방 간의 이해 부족과 대립으로 이어져 미처 정리되지 못한 의학 용어나 개념의 혼동이 비일비재하다. 구안와사 환자들을대하며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로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방・양방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적절하게 문제점을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한국의 의사・한의사로서 세계 시장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관계 정립을 하는 것이 우선 과제인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영역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정의, 개념 등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상생의 길을 찾는 지혜가 절실하다.

송호섭/경원대 교수・한의학, 부속서울한방병원 침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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