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강안남자>(874)사랑을 위하여-13

2004. 11. 1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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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문 앞으로 다가간 송윤지가 묻자 밖에서 베트남어가 들렸다.

“누구야?”이번에는 윤지가 영어로 물었다. 그러자 문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사내가 영어로 외쳤다.

“경찰이야.”그순간 윤지는 몸을 돌렸다. 그때 응접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강찬구도 일어나 앉아있었는데 긴장한 표정이었다.

“문 열어”이제는 사내가 계속해서 영어를 썼다.

‘어서!”그때 강찬구가 윤지 옆으로 다가와 섰다. 단독주택이었지만 마당 건너편의 대문이 언제나 열려 있었으므로 현관까지 들어올 수가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찬구가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을 때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는듯요란한 소음이 울렸다. 찬구가 이를 악물었다. 경찰이라면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문의 3중 자물쇠를 푸는 동안 찬구는 심호흡을 하고 대비했다. 문 옆쪽 창문으로 밖이 보였는데 정복을 입은 경찰이 3명이나 서있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자 경찰들이 쏟아지듯 들어서더니 그중 하나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분증.”“우린 한국인이야.”윤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물론 영어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손을 윤지의 코앞에 내밀었다.

“신분증, 빨리!”이를 악문 윤지가 여권을 찾아 사내에게 내밀자 사내가 찬구를보았다.

“당신도.”그로부터 20분쯤 지났을 때 강찬구는 경찰들과 함께 집을 나와차에 탔다. 당황한 윤지가 말도 안되는 영어로 장황하게 떠들어댔지만 경찰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찬구는 얼굴이 하얗게굳어져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실제로 찬구의 여권은 비자유효기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찬구가 끌려가고 나서 정신을 수습한 윤지가 전화를 한 곳은 집에서 바로 1백m 거리에 있는 찬구 부하들의 숙소였다. 그러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으므로 다급해진 윤지는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왔다.

부하들의 숙소로 달려간 윤지는 문앞에 몰려 서있는 사람들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낯익은 베트남인 옆집 여자가윤지를 보더니 다가와 말했다.

“경찰이 모두 데려갔어요.”여자가 영어로 말을 이었다.

“다섯명 모두.”윤지는 몸을 돌렸다. 지금까지 경찰은 한번도 가택 수색을 하거나 검문을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윤지의 인형공장은 투자기업이었고 찬구와 부하들은 공장의 관리인 행세를 해왔기 때문에 당당했다. 그들의 목표는 한국인들이었지 베트남인들이 아니었던것이다. 그런데 한순간에 모두 체포되어 버렸다.

윤지는 몸을 웅크리고 걸었다. 오전 8시여서 출근시간이 되어 있었지만 공장에 갈 의욕도 일지 않았다. 다시 집에 들어온 윤지는 우선 대사관에 연락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꺼림칙했다. 강찬구와 그의 부하들 모두 전과자들이었고 몇명은 수배중이었기 때문이다. 대사관에서 도와줄지도 의문이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으므로 윤지는 소스라쳤다. 빈집에 울리는 전화벨소리는 유난히컸다.

/글 이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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