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안중근' 메가폰 잡고 재기나선 서세원씨

지난 16일 오후 2시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영화 "도마 안중근"(감독 서세원, 제작 소스원프로?Z션)의 기자 시사회에서 한 기자가 이 영화의 메가폰을 쥔 서세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영화 "도마 안중근"을 본다고 하면 "위인전을 통해 너무나 잘 아는 인물인데 뭐하러 보러가느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는 질문이었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웅적인 실존인물을 영화에서 다룰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위인 000"이 아닌 "인간 000"일 것이다.
서세원 감독은 "우리는 안중근을 얼마나 알까"하는 의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위인에 대한 우리의 무지(?)에 대해 서감독은 "안중근 의사라고 하면 내과의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며 말했다. 이 이야기는 비약이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약지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손도장과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제외하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또 이 영화를 중국 로케로 촬영하면서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안중근에 대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스런 심정을 가졌다고 한다. 또 이 영화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안중근을 다루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의도를 살리기엔 세련되지 못한 몇몇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마저 흐리게 한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완용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고, 이토 히로부미가 어린 여시종의 목욕시중을 받으며 "조선은 우리 것이야!"라며 박장대소를 터뜨리릴 때부터 이 영화에 대한 불안한 느낌을 갖게 한다.
안중근을 영웅화하기 위해 악역에 대한 코믹한 설정을 했다는 의도를 받아들여도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과연 진지한 악역없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이 살 수 있을까? 또한 고뇌와 명분이 없는 악역과 대립하는 영웅의 인간적인 모습이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또한 영웅의 인간적인 고뇌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관객의 감정이입은 쉽지 않은 법이다. 극중 안중근은 흔들림 한 번없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독립운동 터미네이터"로 그려지고 있다. 실제 이 영화에서 안중근은 일당백으로 "악당들"을 섭렵하는 총격신이 자주 등장한다.
서감독의 "실제로 안중근은 대단한 명사수였으며 영화에서는 백분의 일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부연설명에도 불구하고 8,90년대 홍콩 누아르풍의 액션 장면과 할리우드의 "매트릭스"에서나 봄직한 총알 클로즈업신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녹아있지 못하다.
게다가 안중근에 대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전제 덕에 이 영화는 군데군데 시간을 뛰어넘거나 설명이 부족한 채로 지나가는 부분이 많다. 대신 자막을 넣어 관객의 이해를 보충했다.
관객들은 과연 영화관에서 딸에게 "아가는 아버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무섭니? 아버지는 조국이 없다고 생각하면 무섭단다"라고 말하고 사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일 단 한 번없이 담담히 죽음을 향해가는 안중근의 모습은 "위인전"의 그의 모습 그대로다.
관객이 기대한 "도마 안중근"에서의 안중근은 홍콩누아르 주인공이나 할리우드식 영웅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기꺼이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친 진정한 영웅 안중근의사의 모습이지 않았을까?노컷뉴스 방송연예팀 황규영기자 (CBS 창사 50주년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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