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 드라마로 오락프로 극복"

미디어오늘 선호 기자 2004. 8. 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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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교육방송(EBS・사장 고석만)이 오는 9월11일 방송예정인 미니시리즈 <명동백작>(극본 정하연, 연출 이창용・남내원)을 시작으로 해방 이후 문화사 드라마 연작을 제작키로 했다.고석만 사장은 지난 12일 열린 24부작 미니시리즈 <명동백작>의 제작설명회에서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각 시대별 문화사를 다룬 세 편의 미니시리즈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고 사장은 “<명동백작>이 50년대 문학사라면, 그 다음 기획은 5・16 이후 10월유신까지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대학문화사로, 마지막은 유신부터 6・10항쟁까지의 대중문화사로 정리되는 현대 문화사 기획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사장의 발표내용은 EBS 예능편성의 향후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고 사장은 1년 전 취임초기부터 공영방송으로서의 EBS 위상제고를 추진하면서 사내에 시청률표 배포를 금지하고, EPI라는 자체 평가지수를 도입해 방송의 문화적 활용도를 주된 평가기준으로 삼아왔다.또한 MBC PD로 재직할 당시 <제2공화국>・<제3공화국> 등 본격 정치드라마를 연출했던 경험을 살려 정하연 작가와 함께 ‘가장 공영방송적인 드라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그 결과 시청률을 의식한 일회용 오락거리로서의 드라마가 아닌 소장가치가 있는 문화상품으로서의 ‘문화사 드라마’를 제작, 교육용 자료로 소장본 DVD판까지을 보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같은 역사기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명동백작>은 두 명의 PD가 배치돼 각각 극 연출과 고증・취재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EBS 문화사 기획의 첫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 <명동백작>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열악한 물적 기반 극복이다. 현재 EBS가 <명동백작>에 투입한 금액은 지상파3사 미니시리즈 통상 제작비인 1억5천만원선의 절반수준이다. 정보석・차광수・이진우・이재은 등 주요 출연진들은 <명동백작>의 제작취지에 동의해 자발적으로 출연료를 낮추는 등 제작비 절감에 협조하고 있다. 외주를 통한 첫 본격드라마 제작이라는 점도 EBS에게는 낯선 부분이다. EBS는 자체 제작여건의 미비를 돌파하기 위해 마이프로덕션에 외주를 준 상황이다. EBS가 <명동백작>에 거는 기대는 편성에서도 드러난다. 9월11일부터 방송 예정인 <명동백작>은 매주 토요일밤 11시 시간대로 편성돼 지상파3사의 심야 오락프로그램들과의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편성에 대해 고 사장은 “50〜60년대를 경험한 세대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들도 <명동백작>을 즐길 수 있도록 주말 심야시간대에 배치했다”며 “비록 시청률이 낮더라도 세대에 관계없이 문화적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를 존중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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