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제주정상회담 안팎(종합)

2004. 7. 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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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연합뉴스) 조복래 고형규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21일 한.일 정상회담은 제주도의 날씨 얘기를 화제로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4시15분께 숙소인 신라호텔 사라룸에서 잠시접견한 뒤 기념촬영을 마치고 나란히 회담장인 월라룸으로 입장했다.

실무형 셔틀외교의 `격식 파괴"에 따라 노 대통령은 옅은 하늘색 콤비에 바둑판무늬의 흰 남방 차림으로, 고이즈미 총리는 옅은 베이지색 체크 무늬의 콤비 차림으로 서로를 편하게 맞았다.

노 대통령은 먼저 "멀리서 오시느라 수고많았다"며 "한라산 꼭대기를 보셨는지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라산 꼭대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일년중 3분의 1 밖에 안된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오신다고 하루종일 선명하게 한라산 꼭대기를 볼 수 있었다"고 환대했다.

그러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좋다고 하는데 따뜻하냐"고 물었고 이에 노 대통령은 "겨울도 따뜻하다. 눈이 아름답다. 한때 꿩사냥으로 유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 도쿄(東京)는 아주 덥다. 제주도도 덥다고 들었지만 도쿄가 더 더운 것 같다"고 날씨를 계속 소재삼아 말을 이어갔고 노 대통령은 "제주도가 한국의 남쪽이지만 특별히 더운 지역은 아니다"고 받았다.

노 대통령은 또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관광객들이 제주를 많이 방문한다고 들었다"고 말한데 대해 "일본 관광객도 많이 오지만 오늘 최고의 손님을 맞았다"며 고이즈미 총리의 방한을 거듭 환영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환대에 양국 수행원들이 일제히 환하게 웃자 고이즈미 총리는 "분위기가 좋다"고 같이 웃었고, 노 대통령은 "좋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유익한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두 정상은 무거운 의제 중심의 대화 가운데서도 간간이 일본내 한류 열풍,`한.일 우정의 해" 홍보대사로 임명돼 22일 일본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만나는 탤런트 최지우씨, 한일올림픽 축구대표팀 친선경기를 소재로 가볍게 환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후 신라호텔 정원 앞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내 한류 열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고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붐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기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영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사람들의 마 음을 잡았다"면서 "10년전에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골프치러 여행왔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한국분들이 일본에 와서 온천과 골프를 즐긴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회견에서 "친한 분위기에서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해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며 "못했던 얘기는 만찬하면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과 저는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회담을 하자고 얘기했다"면 서 "다음에는 일본내 온천 관광지에서 회담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두 정상은 모두발언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소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 회견 은 예정시간보다 40분간 길어져 무려 1시간10분간 이뤄졌다.

문답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 평양선언을 북이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한 북일 수교는 없다"는 원칙을 수차례 확인하고 노 대통령이 `독도문제 재론않겠다", `일본 은 대체 참배시설을 이미 약속했다"며 한일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언 급하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가 북일수교 추진문제와 관련, "후퇴는 절대 아니다"고 강 조하고, 노 대통령도 "혼삿날 장삿말하지 않는다"는 속담을 들어 한일과거사에 대해 임기중 정부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지않고 민간연구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힘 으로써 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문제(과거사)를 계속 거론했을 때 일본국민이 느끼기에는 그동안 여러차례 사과했는데 도대체 사과를 몇번 해야하느냐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 고 양국민 정서가 서로 다른 한 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어떤 합의를 이 루기도 어렵다"며 국민정서의 문제를 각별히 지적했다.

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단상에 올라 앞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을 가리키며 "저 산이 제일 높은 한라산이냐"며 "일본에 오시면 제주도에 있는 산과 비 슷한 후지산이 있다"고 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저 산을 제주도의 후지산이라고 지 도에 이름붙이라고 하겠다"고 덕담했다.

이날 회견장으로 쓰인 숨비정원은 지난 96년4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회견했던 곳으로 풍광이 뛰어나 `정상의 샷"이라는 명성을 얻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모두발언을 준비한 원고대로 읽어내려간 반면, 고이 즈미 총리는 원고없이 발언해 일본측 통역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회견을 마친 뒤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가진 월라룸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만찬 행사를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이) 정치적 안정을 이 룬 것을 축하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운(政運)이 무궁하길 기원한다"고 덕담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답사에서 "노 대통령께서는 몇번의 좌절을 경험했고 취임한 뒤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지금 커다른 지도력을 발휘해 한국을 발전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해줬다. 마음으로부터 경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빡빡했던" 회견을 소재삼아 환담하다가 고이즈미 총리가 "노 대통령이 자세하게 얘기했다고 본다. 나는 일본에서 설명이 짧다고 비판을 많이 받 아 `짧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 "결국 나때문에 시간이 늦어졌다는 거죠"라고 농담으로 받아 좌중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고이즈미 총리는 "아니다. 시간가는줄 모르게 감명받았다"고 마무리했다.

오후 7시45분부터 1시간45분 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민주화 과정에 서 한국내 반미감정이 있지만 한미동맹이 아주 중요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 미국 역할이 중요하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일본도 미국과 오래 전 전쟁을 한 나라였지만 이후 미국의 세계질서 주도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 다"면서 "일본에서도 대미 추종 외교 아니냐는 비판이 있지만 미일 동맹관계를 유지 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이 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 기자가 독도를 다케시마로 칭해 입장을 묻은데 대해 "다케시마 문제에 관해서는..."이라고 답변했으나 반 장관 은 "일본측 통역이 다케시마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일뿐"이라고 밝히고 "노 대통령 은 독도문제에 대해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강하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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