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2004. 6. 25.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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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골 맛집]"기막힌 국물 맛이 마음을 다스립니다"시(詩) 같은 여자가 있다. 시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할 것 같은 여자. 시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시 속에서 내내 마음을 닦을 것만 같은 여자.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그를 얼짱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는 보기 드문 미모를 지녔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있다. "마음짱"이다. 그는 남의 마음을 잘 읽는다.

"마음 하나 눈도 코도 없이 천방지축 헤매던 마음 하나 때도 아닌 설한풍에 꽃봉오리 맺어 놓고 필까봐 질까봐 발 동동 구르며  ...  세월에 떠밀려 마음도 빈 집에 거미줄 쌓여간다"(홍윤숙, 〈마음2〉). 이 시처럼 소망 하나 안고 살다가 허망하게 거미줄만 쌓이는 우리네 서민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남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이다. "마음 다스리다. 흔들리지 않는 물처럼 되다.  욕심이 없어지다. 유연해지다.  한송이 꽃이 벙글다."(유자효, 〈난〉).그는 마음을 다스려 삶에 유연성을 갖추고 자신의 분야에서 한 송이 꽃으로 만개했다. 이때쯤 되자 그는 남을 위한 삶을 택한다. 정치인의 길이다. 그리하여,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장석남, 〈국화꽃 그늘을 빌려〉)에서처럼 마음 그늘을 잠시 빌려 이 세상을 살다 떠나는 서민의 삶을 들여다 본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그는 판사 출신이다. 판결을 내릴 때면 "판결 받는 당사자의 처지가 되어 보곤 했다"고 회고한다. 그래야 좀더 객관적이고 인간적인 판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위의식을 가지고 법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판결을 내리는 태도와는 자못 다르다. 이는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배려에서 나온 태도다. "마음짱"의 면모다.

이런 그의 태도는 "정성"이라는 생활신조와도 맞물려 있다. 그에 따르면 정성은 "뭔가를 하나 더 하려는 노력,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좋은 사람, 좋은 사회가 되는 것도 이와 같은 정성을 토대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정성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바로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데 어찌 정성이 나오겠는가. 마음이 정성이고 정성이 마음인데.정성은 자상함으로 나타난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주말은 꼭 아이들과 보내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는 너희를 사랑한단다"고 자주 말한다. 꾸준히 사랑을 전하기 위함이다. 어머니 가슴에서 잘 발효된 사랑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될 때 아이들은 건강하고 따뜻한 아이로 자란다. 이 역시 "마음짱"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된장을 잘 먹었다. 나이 들어 생각하니 오래 발효된 된장의 생성과정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그만"이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된장은 콩으로 메주를 쑤어 오래도록 발효시켜 만든 것이다. 못 먹게 아주 썩은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을 만큼 발효된 음식은 마음의 나쁜 기운을 삭히는 데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생각을 아는 것인지 아이들도 된장찌개를 잘 먹는다. 그럴 때면 더욱 정성스럽게 마음을 담아 된장찌개를 끓인다. 그러다 보니 된장찌개는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가 됐다.

그렇다고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그는 미적인 면을 중요시한다. 어느날 아이 학교에서 소풍을 가는데 선생님 도시락을 싸게 됐단다.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도시락을 싸서 아이 손에 들려 보냈는데 선생님이 음식점에서 사온 줄 알았다며 고마움을 전해오더란다.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으니 "불고기와 오징어 볶음을 했는데 보통 집에서 조리하듯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한 맛을 지닌 불고기나 오징어 볶음을 먹고 오이나 방울 토마토로 얼큰한 입맛을 씻어내게 연출했다는 것이다. 녹색 채소와 붉은색 과일을 어울리게 놓았더니 보기에 좋았던 모양이라며 웃는다. 이 역시 마음을 담은 정성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마음짱"에서 출발한 "미각짱"의 모습이다.

그가 들려주는, 어릴 때의 일화가 있다. 그의 집에는 딸이 많았다. 그렇다 보니 서로 좋은 반찬 먹으려고 다툼(?)이 일기도 했다. 그는 된장 이외에 생선을 아주 즐겼다. 어느날 식탁에 갈치조림이 올라왔는데 제일 먹기 좋고 맛있는 부위를 골라 밥 속에 감추고는 안 그런 척 있었단다. 눈치 챈 동생이 달라고 졸랐다. 그래도 안 주니 이번에는 아우성을 쳤다. 그제서야 그는 된장찌개 국물을 한모금 먹고는 "헤헤" 웃으며 내놓았단다. 된장국물 한 모금을 먹었다는 게 왜 그렇게 희한하면서도 재미있을까. 그런 "마음짱"의 품성을 지닌 그가 주말이면 아이들과 자주 찾는 집이 있다. 동네에 있는 만두전문점 "갯마을"이다. 아담하지만 정갈한 분위기라 매우 좋아한다. 거기에 맛은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칭찬한다. 특히 국물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양지머리국물과 어우러진 김치만두의 맛은 환상 그 자체란다. 삶은 "마음 다스리기"에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세상 사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이고 목적인 셈이다. 그러니 그의 "마음짱"다운 품성은 왜곡된 우리 정치사를 아름답게 바꿀 재목임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나경원 의원. 그는 아무튼 "짱"이다.

신선한 재료 "소문난 집" 나경원 의원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마지 않는 손만두국전문점 "갯마을"은 동부이촌동에서 1998년 7월에 개업한 집이다. 이 집은 오전 9시에서부터 밤 9시반까지 문을 열지만 오전 8시만 되면 부산해진다. 이 집 바깥사장 김상덕씨(60)는 양지머리 국물을 만들고 안사장 이순경씨(55-사진)와 종업원은 부지런히 김치를 다지고 숙주-양파-마늘-생강-삼겹살 등 갖은 양념과 두부-참기름을 배합해 만두소를 만든다. 이내 한입에 먹을 만큼 작고 예쁜 만두를 빚는다. 다른 쪽에서는 맷돌에 녹두를 간다. 최고의 맛은 이런 정성에서 탄생한다.

일등 맛에는 재료가 일등품이라는 점도 한몫한다. 김사장 부부는 손맛보다 재료를 중요시한다. 두부는 풀무원 두부 공장에서 직접 배달해온다. 나머지 채소들은 모두 유기농 재배한 것만 골라 가져온다. 재료가 좋아야 맛을 보장한다는 생각에서 힘들고 시간이 걸려도 한 번도 이를 어긴 적이 없다. 만두국에 들어가는 쌀떡도 직접 방앗간에 가서 빼온다.

여기에 호텔보다 나은 서비스가 있다. 호텔은 규격화한 서비스를 하지만 이 집은 인정 넘치는 서비스를 한다. 김치나 국물 등이 떨어지면 손님이 말하기 전에 종업원이 가져온다. 만두국에는 서비스로 밥이 나오는데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사장부터 종업원에 이르기까지 이 집 사람들을 보면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김사장 부부와 아들은 "세상에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인상으로 늘 웃음을 띠고 있다. 종업원들도 버금가라면 아쉽다. 이는 "최고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최고 깨끗한 분위기"에서 "최고의 정성"으로 손님을 맞겠다는 3박자 경영철학의 소산이다. 특히 주부가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에게 가족 같은 신뢰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규모는 작아도 호텔 이상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집은 "만두 파동"과 상관없이 손님이 많다. 45석이 계속 꽉차 있다. 손님들이 "이 집은 어떤 상황에도 맛과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영훈-현승종 전 총리, 공노명 전 장관, 신성일 전 의원 부부, 현미-태진아-이홍렬-최성수-손범수 부부 등 동부이촌동에 사는 정치인-연예인-방송인들이 수시로 들르는 "물 좋은" 집이기도 하다. 나경원 의원도 그중 한사람이다.

만두국-떡만두국-떡국-접시만두 7,000원, 녹두부침 4,000원, 수육 2만원이다. (02)798-5655찾아가는 길 : 한강대교에서 동부이촌동 쪽으로 네 정류장쯤 가면 삼성아파트가 나온다. 삼성아파트 상가 1층에 있다. 길 건너편에 신용산초등학교가 있어 찾기 쉽다.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사진 임재철[경향미디어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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