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수업 걷고 수학이랑 놀아요

2004. 5. 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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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희망의 교육현장을 찾아서32. 서울 누원초 조성실 교사"놀이수학" “수학요 말만 들어도 지겨워요.” “수학 책만 펴면 머리가 아파요.”“수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대체로 이렇게 냉담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수학은 너무 어렵고 따분하다”고 하소연한다. 초등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초등학교 높은 학년만 되면 벌써부터 수학과 담을 쌓는 아이들이 잇달아 나오기시작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겪고 있는 만성적인 ‘수학 기피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직육면체 부피 구하는 법나뭇조각 쌓다보면 답이 절로따분하고어렵다는 편견활동 위주 수업으로 날려요서울 누원초등학교 조성실(44) 교사는 이 ‘수학 기피증’에 대한 처방으로 활동중심의 ‘놀이수학’을 제안한다. 공식 달달 외운 뒤 무작정 문제만 풀게 할 것이아니라, 아이들이 놀듯 즐겁게 수학을 익힐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 교사는“직접 손으로 뭔가 만들고 그리는 등의 체험활동을 해야 수학적 발견의 기쁨을누릴 수 있다”며 “아이들이 활동에 즐겁게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좋아하는 놀이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누원초등학교 6학년8반 교실. 조 교사가 수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칠판에는 ‘겉넓이와 부피’라는 단원명과 함께, ‘놀이하면서 발견하자’, ‘나는수학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오늘은 직육면체의 부피 구하는 방법을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먼저 알려주지는 않을 거예요. 선생님하고 쌓기놀이를 하면서 여러분들이 스스로 그 방법을 발견해보세요.” 조 교사는 정육면체를 쌓아서 만든 직육면체가 그려진 종이를 칠판에 붙였다.

아이들에게는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 즉 부피가 1㎤인 정육면체 나무조각들을 나눠줬다. 조 교사와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길 때마다 칠판에붙여진 그림을 보고 한 층씩 나무 조각을 쌓아갔다. 몇 차례에 걸쳐, 정육면체나무 조각 6개씩 4층으로 쌓아 올린 직육면체, 12개씩 3층으로 쌓아 올린 직육면체등 다양한 모양의 직육면체를 쌓았다.

“이번 직육면체의 부피는 얼마일까요” “36㎤요.” “어떻게 구했어요” “한층에 부피가 1㎤인 나무 조각이 12개 있으니까 한 층 부피가 12㎤이잖아요. 그런데3층까지 있으니까 36㎤죠.” “자, 이제 직육면체의 부피 구하는 방법 알 것같아요 누가 한 번 설명해보세요.” “밑면의 가로와 세로를 곱한 뒤, 거기에높이를 곱하면 부피를 구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모둠별로 직육면체의 부피 구하는 방법과 그 이유를 발표한 뒤, 조교사가 나눠준 각기 다른 모양의 직육면체의 실제 부피를 구하는 활동을 했다.

눈으로 봐서는 어떤 게 큰지 구별하기 힘든 직육면체들의 실제 부피를 구해서비교해보기도 했다. 조 교사는 충분한 체험활동을 위해 늘 두 시간을 이어서 수학수업을 하는데, 두 시간 동안 수학책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수업 맨 마지막에활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수학 익힘책의 문제를 풀도록 했다.

조 교사의 수학 수업은 이처럼 80% 정도가 아이들의 활동으로 채워진다. 조교사는 “함께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기보다 수학을 못하는 친구들이따라올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기다려주게 된다”며 “아이들끼리 놀이를 진행하는동안 이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개별 지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도놀이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 교사가 이런 활동 중심의 수학 수업을 시작한것은 10여년 전부터다. “6학년을 가르칠 때였는데, 수학 시간만 되면 3분의1정도는 아예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더라고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들었어요. 그래서 전통적인 ‘칠판 수업’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수학수업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교사의 ‘놀이수학’은 이런 고민의 산물인셈이다. 조 교사는 자신의 수학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1년에 <아이들과함께하는 놀이수학>을 펴냈고, 최근에는 아이들의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의원리와 개념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쓴 <수학아 수학아 나 좀 도와줘-놀면서배우는 수학 이야기>를 펴냈다.

이 반 윤덕경(12)양은 “숫자만 갖고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놀이하면서 수업을하니까 재미있고 이해도 더 잘 된다”며 “선생님이 우리들이 모르는 게 있는지일일이 확인해서 다 짚고 넘어가는 등 꼼꼼하게 가르쳐주시니까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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