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같은 의학용어, 쉬운 우리말로 씁시다"

2004. 4. 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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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BP를 check하고 Emergency CBC를 내고 ward로 옮깁시다" 영어를 좀 한다는 사람들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위의 글은 병의원에서 의사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로 "혈압을 재고 응급혈구 검사를 내고 병실로 옮깁시다"란 뜻이다.

의약품의 제품설명서에서 볼 수 있는 "통상 성인 초회량은 40〜60밀리그람/1일, 노약자는 20〜30밀리그람/1일을 경구투여하며 유지량은 5〜10밀리그람/1일 입니다"란 설명문도 일반인에게는 거의 암호수준이다.

위 설명서의 내용은 "첫 회 복용량은 보통 성인의 경우에 하루 40〜60 밀리그램, 노약자의 경우에 하루 20〜30 밀리그램이며, 두 번째 이후의 복용량은 어느 경우나(또는 구분 없이) 하루 5〜10 밀리그램입니다"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의사들이 사용하는 의학용어나 제약사의 의약품 설명서에 마구잡이식으로 영어를 섞어 쓰거나 지나치게 어려운 한문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대 지제근 명예교수는 23일 열린 대한의무기록협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의학용어의 제정배경과 전망"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주제발표에서 지 교수는 "의사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의례 의학용어는 영어로 돼 있고, 우리말은 없는 줄 안다"며 "의대 강의실에서도, 전문학회의 학술발표장에서도 필요이상으로 영어용어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이처럼 의사들이 영어용어를 필요 이상으로 남발하는 주 요인이 의대 강의과정에서 영어로 쓰여진 원서를 사용해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광복 후 우리나라 의대학생들은 강의받을 때 영어교과서, 즉 이른바 원서를 사용해왔고, 강의도 주로 전문용어는 모두 영어로 써왔다"며 "그 결과 이제는 학생들이 우리말의 의학용어를 잘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 우리말로만 시험문제를 내면 단어의 뜻을 몰라서 영어로 가르쳐 달라고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잘못된 의학용어 사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계 관련단체 및 전문학회의 용어 다듬기 노력과 의료진들의 우리말 용어 쓰기에 대한 호응이 필요하다.

지 교수는 "각 전문학회의 용어위원회는 의협의 중앙용어위원회와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지속적인 말 다듬기 작업을 해야 한다"며 "또 각 의대와 병원등 의료계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우리말 용어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료계에서도 그동안 의학용어를 올바른 우리말 표현으로 고치지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지난 1976년 의협 내에 특별위원회로 "의학용어제정심의위원회"가 설치된 것을 계기로, 이듬해인 77년에 대한의학협회가 의학용어집(제1집)을 출간했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 의협은 2001년 1월 뜻이 통하지 않거나 어려운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개정한 "의학용어 제 4집"을 출간한데 이어 오는 2008년에는 4집을 개정・보완한 다섯째판을 출간할 예정이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관련부처 및 기관에서도 보건의료 관련 용어의 우리말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의료기관의 처방전 발행시 상품명 처방에 대해서는 한글로 표기할 것을 권고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초부터 건강보험 관련 용어중 일본식 표기나 이해하기 힘든 193개 용어를 순수 우리말로 고쳐나가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경찰에서도 어려운 한자나 일본어로 표기된 부검 용어 중 795개를 쉬운 우리말로 고친 "알기쉬운 법의・부검 용어집"을 발간한 바 있다.

김상기기자 dailyme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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