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기기 사용자간 실속형 직거래 "활기"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2004. 3.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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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 느껴집니다."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직장인 이정연 씨. 그는 우연찮게 MP3플레이어를 선물받았지만, 이미 쓰던 제품이 있어 선물의 처분을 놓고 한동안 고심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는 것.이 씨는 판로를 고민 끝에 국내 최대 MP3기기 사용자 커뮤니티인 "엠피마니아"(www.mpmania.com)의 "사고팔기" 코너에 분양 게시물을 올렸다. 이 사이트에 가면 상당수 MP3 기기 사용자들이 모여 있는데다, 별도의 판매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서다.

또 회원 가입만 하면 분양 공고를 간편하게 올릴 수 있는 것도 초보자인 이 씨에게는 큰 장점이었다.

이 씨는 그 후 반신반의와 설레임 속에 하루를 보냈다. 이틀날, 자신의 이메일을 열어 본 뒤 적쟎게 놀랐다. 구매 희망 편지가 여러 통이 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 중 구매 조건이 맞는 희망자와 만나 당일로 거래를 끝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과연 잘 팔릴까란 의구심도 있었다"며 "하지만 하루가 지난 뒤 구매 희망 메일이 잇따라 오는 것을 보고 솔직히 짜릿한 흥분도 느꼈다"고 말했다. 물고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의 기분을 이제는 알 것 같다는 표정이다.

◆사용자간 직거래 잇점 "커"파는 것 뿐 아니다. 반대로, 이제 막 나온 신제품을 시중가 보다 수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물론, 중고품 구매는 말할 것도 없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손대호 씨. 그는 한 사용자 직거래 게시판에서 출시된지 이틀 밖에 안된 S전자의 신제품을 보고 즉시 구매 희망 메일을 보냈다.

아무리 따져 봐도 시중에 팔리고 있는 신제품의 판매 가격 보다 6만원 이상 저렴했기 때문.손 씨는 "사고팔기 게시판을 들여다 보면 개봉도 안한 제품을 원상태 그대로 시중가보다 수만원 이상 싸게 내다 파는 경우가 많다"며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써보지도 못한 제품을 제 가격보다 덜 받고 넘겨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원시스템이 운영하는 자사 MP3 기기 전용 사이트인 아이오디오(www.iaudio.com)의 중고장터를 가보면 지난 8일자로 "두달 전 출시된 신제품 "아이오디오4(512MB급)"를 27만원에 박스 째 팔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가격비교 검색 사이트 "에누리"에 가 보면 동일 제품의 시중 최저가는 33만9천원이다. 사용자 간의 직거래를 이용하면 5만원 가량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사고팔고" 게시물 수십배 늘어국내 MP3 기기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씨와 손 씨처럼 사용자 간의 손바꿈 사례가 매우 활발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포터블 오디오 기기 사용자 1천만명 중 200만명이 MP3 기기 사용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또 올해 MP3기기 시장 규모는 적어도 150만대 이상, 많으면 300만대까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1년 20만여대, 2002년 30만~50만대 시장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년 동안 MP3기기를 새로 구입한 사용자 수가 무려 130만명 이상 늘어났다는 뜻이다.

MP3 기기 사용자 수가 이 처럼 무더기로 늘면서, MP3 기기 사용자들이 군집해 있는 국내 주요 사이트의 게시판 중 "장터" 또는 "사고팔기" 코너도 활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표 업체인 레인콤의 제품 사이트인 "아이리버(www.iriver.com)" 홈페이지와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 홈페이지의 "중고장터" 코너에는 제품을 사고 팔겠다는 게시물이 매일 수십개 이상씩 올라 오고 있다.

지난 2002년만 해도 1~2개에 그쳤던 관련 게시물 수가 수십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제품 보급률만 높다고 해서 사용자간 온라인 직거래가 늘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단적인 예로 TV처럼 보급률은 높지만, 사용자간의 직거래가 활발했던 적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MP3 기기의 경우 직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MP3기기를 사용하려면 음원을 인터넷을 통해 구해야 한다. 소리바다 등의 음원 공유 사이트나 서비스 제공 사이트를 통해 음악파일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용자들 대부분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있으며,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주고 받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매우 친숙할 수 밖에 없다.

MP3기기 사용자들이 온라인 직거래에 밝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기판매는 주의해야"사용자 간의 직거래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 큰 흠이다.

실제로 적쟎은 사용자들이 사기판매를 당했지만, 구제받을 곳이 없어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조건이 맞아 휴대폰을 걸어 상대방을 확인한 뒤 돈을 부쳤지만 물건을 전달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 사이트 운영자는 "최근 들어 유난히 중고장터에 온라인 사기 판매 행위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대부분 "사고팔기"나 "중고장터" 같은 코너를 열면서, "사용자들간의 직거래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걸어 두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용자 스스로가 주의할 수 밖에 없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가급적이면 직접 만나서 거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또 불가피하게 택배 등의 방법으로 간접 거래를 해야 한다면 현금을 직접 붙이는 대신 우체국 체신환 등을 이용, 유사시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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