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004. 2. 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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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윤영기자 = 2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새모습으로 단장한 대극장 로비에 일찍부터 관객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정교한 앙상블을 자랑하는 세계 최정상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객원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함께 내한, 이날 저녁 세종문화회관의 재개관 첫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협연자없이 관현악곡 두 곡으로만 이어진 이날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미완성교향곡」과 브루크너의「교향곡 2번 c단조」. 춤을 추는 듯한 오자와의 지휘와 오케스트라 음색이 하나로 어우러진 가운데 관객들도 시종일관 진지하고 매너있는 관람자세로 연주 분위기를 돋우었다.

각각 20여분과 60여분의 연주가 끝난 후 서너번의 커튼콜에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의「빈 기질(Wiener Blut)」「천둥번개 폴카」등 두 곡이 앙코르곡으로 연주됐다.

흥겨운 두번째 앙코르곡이 끝난 후 관객들은 전원 기립박수와 함께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1년간의 개보수를 끝낸 대극장 내부 음향과 달라진 시설도 관객들 사이에서는화젯거리였다.

붉은색 톤으로 잘 정돈된 객석은 극장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잡아 끌었고,특히 등받이에 달린 액정 화면을 통해 큼지막하게 좌석 번호를 안내함으로써 관객들의 편의를 도왔다.

고급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내부와는 달리 바깥 로비는 관객수에 비해 공간이비좁은데다 천장에 거울처럼 비치는 금속 소재까지 달려 산만한 느낌을 줬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내부 음향은 확실히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공연장 전체를빈틈없이 꽉 채우는 풍성한 울림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였다.

또 일부 악기군이 유난히 도드라지거나 혹은 아예 들리지 않는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청와대 참모진들을이끌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별도 통로로 연결된 대극장 2층 뒤쪽 "메세나석"에서 공연을 관람했으며,마지막 앙코르곡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연주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유명인사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빈 필은 29일 오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돈후안」, 에네스쿠의「루마니아광시곡」, 브람스의「교향곡 1번」으로 한차례 더 연주를 갖는다.

다음은 음악평론가 한상우씨의 공연평.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한 연주였다. 예전의 빈 필 연주에서는 종종 객원 지휘자와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이날 연주에서는 꽤 만족스런조화를 이뤄냈다.

오자와 세이지의 색다른 지휘 스타일을 단원들이 무리없이 잘 받아들였다는 느낌이다.

서양의 지휘자들이 큰 스케일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것과 달리 오자와는 지휘봉도 없이, 온몸을 던져 전력투구하는 특유의 열정과 몸짓으로 연주를 이끌었고 단원들 역시 이를 잘 따라주었다.

첫 곡인 슈베르트의「미완성 교향곡」은 빈 필이 특별한 인연이 있을 때마다 즐겨 연주하는 곡이다. 1973년 이화여대 강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도, 빈 필의 창단 150주년 기념 연주회를 빈에서 열었을 때도 이 곡을 연주했다.

그만큼 친숙하고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연주하기가 오히려 힘든곡일 수도 있다.

빈 필의 유려한 사운드는 이 곡이 가진 깨끗하면서도 아름답게 흐르는 듯한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특히 주 선율을 이끈 목관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곡의 느낌을잘 살려낸 빼어난 연주를 보여줬다.

두번째곡 브루크너의「교향곡 2번」은 브루크너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빈 필이 잘 연주하지 않는 편에 속하지만, 오자와가 이 곡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분이나 되는 장대한 곡임에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만큼 각 악장이 가진 특징, 소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들려줬다. 무엇보다 하나의 호흡으로 내뿜는 금관의화려한 음색이 빛을 발했던 연주였다.

리모델링으로 새로워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음향은 이전보다 확실히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다만, 악기들의 소리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들리지 않았다는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 <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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