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서 엄수된 월하스님 다비식
(양산=연합뉴스) 서한기기자=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염불이 영축산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거화(擧火) 신호가 떨어지자 스님들이 솜방망이에 불을 붙이며 일제히 외쳤다.
"노스님, 집에 불 들어갑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높이 3m, 길이 4m의 연꽃모양의 연화대에는 연기가 치솟으며 불길에 휩싸였다.
10일 오후 1시 30분께 양산 통도사에서는 조계종 제9대 종정을 지낸 통도사 방장 월하스님의 다비식이 엄숙하게 치러졌다.
다비장을 가득 메운 5만여명의 사부대중들은 평생 엄격한 수행으로 일관한 스님의 육신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내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했고, 일부 불자는 오열했다.
사부대중들은 연기와 함께 사라진 스님의 법체가 불생불멸한 법신(法身)이 되어사바세계를 정화해주기를 기원했다.
월하스님의 다비는 이튿날인 11일 오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문도들은 스님의정골(頂骨)을 수습, 통도사에 부도를 세워 봉안할 계획이다.
앞서 영결식이 끝나자 스님의 법구는 영결식장에서 4㎞ 가량 떨어진 영축산 다비장으로 운구됐다. 길이 8m, 폭 4m의 용선으로 된 상여는 선방수좌 32명이 짊어졌다.
스님의 법호를 적은 명정을 필두로 하여 스님의 영정과 위패, 향로와 무상계,그리고 오색의 불교기, 1천여기의 만장 등을 앞세운 운구행렬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장관을 이루었다. 신도들과 스님들은 합장과 독경, 염송으로 월하스님의 마지막 이승길을 동행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계 인사들이 운집한 가운데 봉행됐다. 노무현대통령이 조사를 보낸 것을 비롯해 박관용 국회의장,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민주당추미애 의원, 열린우리당 이태일 의장, 자민련 주양자 부총재,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추도했다.
동안거중인 스님들도 이날 선방을 나와 스님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종단의 원로 및 중진 스님들과 각계 인사들이 영결식장을 찾아 꽃을 올리며 조의를 표시했으며, 연합합창단과 국악관현악단 오느름은 영상회상곡으로 스님의 열반을 애도했다.
지난 4일 세수 89세, 법랍 71세에 열반한 월하스님은 불교 조계종단의 큰 어른이었다.
1950년대 효봉, 청담스님 등과 함께 대처승을 몰아낸 불교정화운동에 나선 이후중앙종회 의원에서부터 총무부장, 총무원장, 동국학원 재단이사장 등 주요 보직을두루 거쳐 종정에 까지 올랐다.
생애 대부분을 통도사에서 지낸 스님은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손수 방 청소와빨래를 하며 버스를 타고 다니는 등 소탈한 삶을 살아왔다. 최근까지도 혼자 따로상을 받지 않고 여러 스님들과 함께 공양을 해왔다.
스님은 특히 통도사가 불보(佛寶)사찰임을 강조하며 계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승가의 화합을 강조하는 가풍을 가꾸어 왔다.
입적하면서 스님은 `한 물건이 이 육신을 벗어나니/두두물물이 법신을 나투네/가고 머뭄을 논하지 말라/곳곳이 나의 집이니라(一物脫根塵 頭頭顯法身 莫論去與住處處盡吾家)"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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