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주고받는 '현대판 품앗이'

2003. 11. 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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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학교 숙제・육아정보・집짓기등노동력・지식 맞교환 땀 나눠 소중한 땀 한방울의 의미를 같이 나누는 ‘품앗이’의 전통이 인터넷에서확산되고 있다. 특별한 인맥이나 조직이 없어도 필요할 때마다 온라인을 통해자신의 노동력・기술・지식 등을 다른 사람과 교환한다. 아이 돌보기, 과외교습,결혼식 들러리, 전원주택 짓기 등은 ‘현대판 품앗이’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학습모임=‘배움품앗이’(pumasi.com・그림)는 배우고 싶은 분야,가르칠 수 있는 전문분야, 거주지역과 경력 등을 밝히고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이를 보고 연락해 서로 ‘품앗이’ 공부를 한다. 어린이 포털사이트주니어네이버( www.jr.naver.com)의 숙제도우미는 중학생이 된 회원들이 동생들의숙제를 도와주는 품앗이 모임이다. 학년별 과목정리, 공부비결, 숙제 관련자료 등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급한 일 있을 때대리출석’(cafe.daum.net/choolsukdaeri)은 학점관리에 민감한 요즘 대학가의풍속도를 보여준다.

■ 공동육아=품앗이공동체(pumasi.woorizip.com)에는 교육놀이에 대한정보가 가득하다. 전국의 품앗이모임 10여곳의 누리집이 소개되어 있다. 각 품앗이누리집 ‘모임 교육계획안’ 등을 참고하면 생생한 놀이정보를 건질 수 있다.

베이비시터전문센터 ‘아이들 세상’( www.kidworld.co.kr)에서는 육아모임에 관한갖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쑥쑥’( www.suksuk.com), ‘해오름’(www.haeorum.com) 등에서는 품앗이 모임을 직접 만들 수 있다.

■ 집짓기=‘집짓기 두레’(cafe.daum.net/housingdule)에서는 회원의기술・노동력 등으로 황토흙집・통나무집・한옥 살림집 등을 짓고 있다. 두레로집짓는 현장소식, 집짓기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정보・노동력 등을 나눈다.

운영자 이상삼(39)씨는 “1t의 말보다 1g의 실천이 중요하다”며 회원들에게공동집짓기를 권유한다. ‘흙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의 정보두레모임’(cafe.daum.net/humanhouse), ‘스스로 집지을 사람들의 모임’(cafe.daum.net/clod) 등도 ‘맞춤 집짓기’를 도와준다.

■ 지역통화운동= 지역통화운동(레츠)은 현대판 도시형 품앗이공동체운동이다. 과거 일대일 노동력 교환을 넘어 공동체에 기반한 다자간상부상조 개념인 셈이다. 한밭레츠( >www.tjlets.or.kr・<한겨레> 21일치30면)는 대전지역에서 2000년 2월 70명으로 시작해 3월 현재 회원이 400여명에이른다. 회원 직업이 의사, 교수, 농부, 주부, 실업자 등 다양해 주고받을 수 있는재화나 능력도 가지가지다. 병원이나 한의원 등에서의 건강 품앗이, 요리・옷만들기 등 살림 품앗이, 과외・컴퓨터 교습 등 교육 품앗이까지 망라한다.

‘광주나누리’( www.kjnanuri.or.kr), 교육 관련 출판사 ‘민들레’(www.mindle.org) 등도 명맥을 잇고 있다. ‘비상시 애견 무료위탁모임’(cafe.daum.net/dogsharing)도 요즘 인기를 끌고있는 ‘현대판 품앗이’의한 종류이다.

김은국 <인터넷한겨레> 기자 misterk@news.hani.co.kr ■"공갈친구" 운영자 서유정 씨결혼식 들러리 "부조" 끈끈한 정 이어져 지난해 9월 만들어진 ‘공갈친구’(agit.miclub.com/gonggal)는 결혼식 들러리품앗이 모임이다. 개설된 지 반년만에 회원수가 1200명을 넘어설 만큼 결혼적령기여성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운영자 서유정(26・회사원・사진)씨는 ‘공갈친구’는단순한 1회성 모임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임의 목적은 =간혹 들러리 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나쁘다’는 오해를 사곤 한다.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가까운 친구가 손에 꼽을정도로 적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들은 결혼을 계기로 남편 위주로 인간관계가바뀌기 때문에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석하는 것이 여건상 쉽지 않다.

지방에서 결혼식을 치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회원들의 들러리 참여 건수는 =서울뿐 아니라 인천・부산・마산・인천 등지에서 지금까지 40여명의 회원이결혼하는 동안 최대 20명까지 ‘공갈친구’로 참석했다. 100여명의 회원은열성적으로 참석한다. 공갈친구들 덕분에 결혼식을 ‘무사히’ 치른 회원의경우에는 회원들의 결혼식에 자주 참석하게 된다. 결혼 뒤에도 ‘신혼여행 후기’‘육아일기’ ‘집들이 음식준비’ 등을 게시판에 올리는 등 유대관계가 이어진다.

-회원 자격요건은 =열의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회원 연령대는 20~34살로 다양하며 결혼여부에 구애받지 않는다. 회원이 된 뒤엔 온라인에서 한달 이상 활발히 활동해야한다. 예비신부가 ‘들러리요청방’에 글을 올리면, 운영자가 ‘들러리참석방’에공지하고, 회원들이 참석 여부를 밝힌다. 철저한 품앗이 형식이기 때문에 축의금은주고받지 않는다.

-‘진짜친구’와 ‘공갈친구’의 차이는 =‘공갈친구’ 회원 대다수는 들러리가 당장 필요해서라기보다 사람을 사귀려고회원이 됐다. 결혼을 목적으로 만났지만, 온라인 메신저 활동・결혼 전 예비모임등으로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속내깊은 얘기를 서로 털어놓은사이라서 그런지 결혼식장에서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필요할 때 곁에있어주는 친구야말로 진짜친구다.

김은국 <인터넷한겨레> 기자 misterk@news.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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