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계곡가든 꽃게장

2003. 11. 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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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늦가을 정취 일렁이는 갈대밭 감초.대추향 은은히 밴꽃게장 시월이 붉게 타는 단풍의 계절이라면 십일월은 ‘으악새 슬피 우는’ 갈대의계절이다. 산천의 나뭇잎이 다 스러지고 들녘의 낟가리들도 모두 거두어져황량하기 그지없는데 바람마저 소슬하게 분다.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하늘에는기러기 떼의 울음소리가 먼 남쪽으로 향한다.

잊었던 옛사람이 생각나고 따뜻한 차 한잔이 그리워지는 계절, 만약 저 들녘에하얗게 피어나 일렁이는 갈대의 군무가 없다면 늦가을 나그네의 여정은 얼마나쓸쓸하고 적막하랴. 지금 서해바다로 흘러드는 금강 하구는 갈대 숲의 천국이다. 갓 피어난 갈대꽃이투명한 가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며 꿈결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명주실처럼 가느다란 시내가 모여 광활한 비단폭을 만들었다는 금강(錦江), 숱한역사의 애환이 아로새겨진 장장 400여km의 강물이 하구둑으로 막힌 이래 갈대밭이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이곳은 기름진 개펄층이 쌓여 갈대가 시누대처럼 통통하게 자라나 바람이 불때마다 줄기가 부딪히며 내는 청아한 소리가 일품이다. 키 또한 훌쩍 커서사람들이 갈대밭 속으로 들어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연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데이트 코스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영화 "공동경비구역"에서 비무장지대의 효과를 내는데 큰몫을 했다. 지뢰를 밟은 남쪽 병사와 수색을 나와 이를 발견한 북쪽 병사가심각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맞닥뜨렸던 갈대밭의 영상은 모두 이곳에서촬영되었다.

금강 하구 갈대밭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충남 서천군 금강변에 위치한신성리 강마을이다. 군산에서 장항쪽으로 금강하구둑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부여 방면 29번 국도를 따라가면 ‘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 가는 이정표가 서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갈대밭 명소이기도 한 이곳은 강둑 길을 따라 폭100m의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 규모가 무려 10만여평에 이른다고 하니갈대의 바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은빛으로 물결치는 갈대숲을 따라 철새들의애처로운 날개짓을 보며 강둑길을 걸어가면 저 멀리 장항제련소의 굴뚝과 옛항구의 풍경이 펼쳐져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여정이 된다.

한반도 최대의 곡창지대인 김제・만경 평야와 서해바다 황금어장이 만나는군산항은 예로부터 맛의 고장으로 이름난 곳이다. 푸짐한 밑반찬이 자랑거리인해망동 횟집단지의 생선회와 함께 군산을 대표하는 별미는 밥도둑이라 불리는꽃게장이다. 서해바다에서 갓잡아올린 싱싱한 꽃게와 전라도 특유의 음식솜씨가어우러진 군산 꽃게장은 일찍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은 음식이다. 그러나꽃게장은 짜지 않게 담그면 금방 상하기 쉽고 비릿한 맛이 나기 때문에 제대로맛을 내기가 무척 까다로운 음식이다. 또 염분 때문에 싱겁게 먹는 요즘 사람들입맛에는 잘 맞지 않는 점도 있다.

금강하구에서 ‘전-군가도’ 방향으로 가는 야산 기슭에 위치한계곡가든(063-453-0608)은 이런 꽃게장의 단점을 보완하고 한단계 더 발전시켜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꽃게장을 개발하여 인기가 높다. 본디 이 집은 야채돼지갈비집이었고 돼지고기 특유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뒷맛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밑반찬으로 꽃게장을 내놓았었다. 그런데 손님들이 돼지고기보다 꽃게장을 더좋아해 본격적으로 꽃게장을 개발하여 전라북도의 향토음식점으로 선정되었다.

그 비법은 봄철에 살아 있는 암꽃게를 잡아 배에서 급냉시켜 신선도를 유지하고,단순히 간장을 끓여 붓는 전통조리법과 달리 감초・당귀・대추 등 한약재를 넣고개발한 양념소스를 넣고 숙성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짜지도 비리지도 않고달짝지근하면서 은은하게 향이 도는 계곡가든 특유의 꽃게장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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