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회 공연 맞는 <지하철 1호선> 연출가 김민기씨

2003. 10. 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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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미지의 땅 레일깔며 달렸죠"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다음달 9일 2천회 공연을 맞는다.

독일의 아동・청소년 전문 극단 그립스의 뮤지컬 <리니에 아인스(Linie 1)>를김민기(52) 극단 학전 대표가 한국식으로 번안・연출해 학전극장(지금의 학전블루)의 레일에 올린 것이 지난 94년 5월이었으니 10년을 바라보는 장기운행이다.

“처음에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운이 좋아서 관객이 많이들었을 따름입니다.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지난 2000년 2월1천회 기념공연에서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66) 극단 그립스 대표가 ‘2천회까지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을 때도 그 말이 지독한 저주로 들렸을정도였으니까요.” 23일 대학로의 학림다방에서 만난 김민기씨의 반응은 뜻밖에 담담했다.

오히려 그는 “2천회 공연을 기념해 다음달 5~8일 극단 그립스의 초청공연을준비하면서 한글자막 작업을 위해 원작을 다시 살펴보았더니 이렇게 깊이 있는것을 이런 신파조로밖에 못 만들었나 하는 자괴지심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90년대 모습도 소중, 작품보완 생각 없어 그러면서도 그는 “극단 학전이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하면서 자체적으로 할 수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를 다양하게 실험해 보려고 했다”고 설명하며 “2천회공연은 극단 학전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당시 뮤지컬 공연에서 생각조차 못했던 라이브밴드를 도입했고, 소극장에서처음으로 5・1서라운드 입체음향 시스템을 사용했으며,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러닝개런티와 최소개런티를 보장하는 서면계약을 맺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없던길을 내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밝게 웃었다.

그동안 <지하철 1호선>이 시대 상황에 맞게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쳤다고 하지만‘IMF 사태’ 직후의 90년대 후반의 사회상에 머물러 2000년대의 상황을 담기에는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작품을 보완할 생각은 없으며, 자체로도의미는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노래극 "공장의 불빛" 25년만에 음반 복원 “완전히 개작을 할 것인지 고민을 했지만 90년대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소중한자기 모습을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이야기는 새로운작품으로 풀어가는 것이 낫다고 여겨집니다.” 그보다도 그는 올해 안으로 자신이 서슬푸르던 박정희 정권 말기인 79년 동일방직노조탄압을 소재로 “목숨을 걸고 만든” 40분 분량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테이프를 다시 편곡해서 음반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전쟁통에 애 낳아서 힘들다고 고아원에 보내 놓고 25년 후에 호적을 찾아주는격”이지만 “버려뒀던 자식에게 제 이름이라도 찾아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1호선> 2천회 공연이나 <공장의 불빛> 음반 복원작업 등은 그의일정표 가운데 몇가지 과정일 뿐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몇해 전부터 그의촉각은 딴 데 머물러있다.

“앞으로는 평생의 숙원인 아동・청소년극 시리즈에 매달려 볼 생각입니다. 순수창작극에 앞서 우선은 외국의 수준높은 작품을 번역하거나 번안해 국내에 소개하는일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어린이・청소년극 전념, 내년에 3편 정도 공연 그는 “내년 아동・청소년극 3편 정도를 무대에 올릴 예정으로 폴커 루드비히선생으로부터 추천받은 그립스 극단의 레퍼토리 4편을 비롯해 아동・청소년극10편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5년간을 계획으로 지난해 봄부터 일주일의 절반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소설가 박경리씨의 ‘토지문화관’내 창작실에 틀어박혀안데르센 동화집과 한국 전래동화집 및 창작동화집을 다시 읽고 코란과 힌두교경전 바가바드기타 등을 공부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70・80년대 저항가수에서 90년대 뮤지컬 제작자로 변신해온 이 문화운동 1세대기수의 소망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독특한창작극”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학전 무대에 오를지 자못 궁금하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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