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비토리 해안의 섬 풍경

2003. 8. 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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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따라 올록볼록 섬반 물반 갯벌반 여름이 끝났는가 했더니 폭우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은 한꺼번에 자취를모두 거둬가 버리는 게 아니라 늘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은지난 15~20일을 전후하여 폐장을 했고, 가을은 아직 이르니 나들이 소재를 삼을만한 것을 찾기 어려운 때가 이만한 환절기 무렵이다. 바다로 피서를 흡족하게다녀온 사람들은 아직 바다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을 것이다. 또 피서를 못 간사람들이나 피서길에 고르지 못한 날씨를 만났던 사람들 역시 해수욕과 바다의낭만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바다 풍치가 좋은 해안길을달려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을 풀 수 있겠다. 동해안길은 광활한 바다에서 크게일렁이는 파도와 광풍으로 휘저어대는 바닷바람이 좋다. 서해안길은 세계적인리아스식 해안이어서 오밀조밀한 미로 드라이브가 매력적이다. 남해안길은 뭍과호응하는 다도해 섬들과 낙조가 볼 만하다.

뭍에서 보는 바다 전망은 뉴질랜드나 지중해 연안에서는 집을 지을 때 가장중요하게 고려하는 터잡기 조건이다. 풍광 좋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의질을 높이는 큰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 12월‘전망 좋은 곳’ 123곳을 뽑아 발표했다. 그 가운데는 해안길에 있는 곳이 절반이넘는다. 서・남해안에 걸쳐 있는 전라남도의 해안길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것이고,이는 내륙인 충청북도를 제외하고 해안길을 두고 있는 모든 도에 해당하는일이기도 하다.

경상남도 사천시에 어느곳에 견주어도 빼어난 해안길이 있다. 사천시 서포면비토리 해안이 그곳이다. 이곳은 비토연육교를 건너면 6km 지점에 마을 중심지가있고, 사면이 바다와 접하고 있다고 할 만큼 섬 전체가 오목볼록한 해안으로 되어있다. 또 해안선이 바다와 오목조목 만나는 만입(彎入)지형은 10여개의 작은섬들과 넓다란 갯벌로 구성되어 있어 ‘섬 반 물 반 갯벌 반’이라고 할 만하다.

이곳은 섬이 유달리 많은 삼천포항 앞바다의 일부이다. 삼천포항 앞바다는‘삼백리 한려수도’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곳이다. 그만큼 수많은 섬들과 그들사이의 바닷길이 아름다운 곳이다. 지난 1995년 옛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돼‘사천시’가 되면서 외지인들은 ‘삼천포’라는 이름이 없어진 데 대해서 약간의혼란을 겪고 있다. 시 청사가 사천청사와 삼천포청사 등 둘로 나뉘어 있어서시장도 오전 오후 반반씩 두 군데를 오가며 결재를 한다. 옛 삼천포시까지 모두포함해서 사천시가 되었고 ‘삼천포’라는 말은 ‘삼천포항’이라는 이름에만 남아있다. 시 이름은 사천시이고 항구 이름만 삼천포항이다. 또 지난 4월 삼천포항과남해군 창선도 사이에 긴 다리가 놓여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는데, 이 다리이름에도 사연이 들어 있다. 처음엔 창선연륙교라 했는데 공식적으로 결정된다리이름은 창선・삼천포대교이다. 물론 양쪽 사람들의 애향심 발휘의 결론이기도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삼천포’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창선・삼천포대교가 3개의 다양한 구간다리로이어지게 된 것은 모개섬, 초양도, 늑도 등 징검다리 섬들을 딛고 갈 수 있었기때문이다.

삼천포항엔 늘 수십 대의 관광버스들이 전국 각지에서 와 닿는다.

창선・삼천포대교와 삼천포항 앞 섬들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서유람선들이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곳이 삼천포항 앞바다이기도 하다. 이 ‘섬들의낙원’ 삼천포항 앞바다의 일부를 차지하는 곳이 바로 비토리 해안이다. 여기에는비토섬, 토끼섬, 거북섬, 별학섬, 굴섬, 도래섬, 미섬, 솔섬, 월등도, 질매섬,향기도 등 작달막한 섬들이 적당한 거리에 띄엄띄엄 놓여 있는 모습이 일부러조각품을 앉혀 놓은 듯하다.

이 가운데 비토섬에는 <별주부전>의 전설이 남아 있다. 별주부전의 주인공 토끼가용궁에서 급하게 살아나와 바다를 육지로 잘못 알고 거북등에서 뛰어내리다가바다에 빠져 죽어 이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토끼를 놓친 거북은 용왕으로부터벌받을 것이 걱정되어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거북섬이되었다고…. 사천/글・사진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볼거리 "가장 아름다운 숲" 사천시 정동면 대곡리에는 지난해 산림청이 ‘가장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뽑은소나무숲이 있다. 면사무소 뒤편 서북쪽에 마을을 가리고 있는 이 숲은 수령 약150년쯤 된 육송 60여 그루가 용트림하듯 고아한 자태를 과시하고 있다.

이 숲은 본디 마을의 허한 곳을 보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키(챙이)처럼 생긴 마을 지세에서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는 하천이 골 안의 복된기운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한다. 예전 마을을 조성할 때마을이 황량한 들판처럼 외부에 완전히 개방되어 있으면 인위적으로 숲이나 담,울타리 등을 조성하여 마을을 좀 가리고자 했다. 곧 마을 지세의 허결(虛缺)함을방비하거나 보충 혹은 변경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한 풍수 비보(裨補)로써마을의 안전을 꾀하는 방책이다. 마을 앞이 허전해서 마을 안의 재복(財福)은바깥으로 무작정 흘러나가고 마을 바깥의 재액(災厄)은 무방비 상태로 침입하는듯한 느낌을 주는 지형에 조산탑이나 선돌 등을 세운다든지 동수(洞藪)라 일컫는숲을 조성하는 경우이다.

최성민 기자◆가는 길 서울-사천 항공기가 하루 5번 운항된다.(055-854-0111, 대한항공 사천공항안내소). 삼천포-서울 시외버스가 하루 4회 운행되고 4시간 30분걸린다.(055-832-8202, 삼천포터미널). 승용차는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 약간지나)대전・진주고속도로-진주-사천. 삼천포항 유람선렙?-남일대-창선・삼천포대교-늑도대교-초양대교-삼천포대교-대방진굴항-선착장)은개인(어른) 1만 2000원, 단체 1인당 1만원.(055-835-0172~4). 삼천포항에서 가까운섬(신수도, 늑도, 마도, 사량도, 욕지도)까지는 정기여객선이 다닌다.

<신수호>(055-835-0057), <늑도호>(055-835-1567), <마도호>(055-835-1661),<일신호(사량도)>(055-832-5033), <새마을호(욕지도)>(055-645-3121).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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